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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통계로 보니 더 재밌는 독일 자동차 소비문화

 

이 글을 읽게 될 여러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준비하는 저의 입장에선 숫자와 통계로 보는 한 나라의 자동차 소비문화라는 게 참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독일 자동차청(KBA)에 올라와 있는 차량 거래 관련한 통계를 통해 독일 사람들은 어떤 차를 어떻게, 얼마나 사고 팔고 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몇 가지 수치들을 보고 따라가다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의 자동차 소비에 대한 어떤 성향이랄까요? 그런 게 큰 틀에서 보이는데요. 우리와 어떤 점이 닮아 있는지, 또 어떤 점은 다른지, 한번 비교하면서 내용을 보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한 번 내용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사진=포르쉐

 

 

 

1. 독일엔 얼마나 많은 차가 굴러다니고 있을까?

현재 독일 내에 등록되어 있는 차들은 총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그 차들 중 디젤의 비중, 사륜구동의 숫자, 또 오픈카는 몇 대나 움직이고 있을까요? 이와 관련한 표를 하나 먼저 보여드릴 테니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pdf 자료의 일부입니다. 현재 독일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은 모두 합쳐 6천만대가 조금 넘습니다. 2012년까지 자료로 이중에 빨간색으로 박스를 친 자가용이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수가 4300만 대가 조금 넘는 수준이네요. 바이크가 7.6%이고, 버스가 0.1%, 트럭이 4.9%입니다. 그리고 뒷바퀴가 큼지막한 그림의 트랙터의 비율이 3.9%나 되고 있습니다. 인구수가 많다보니 차도 많군요. 인구 천명 당 자동차 보유수로 보니까 640대였습니다. 미국 수준은 안되지만 높은 편이죠.

 

그러면 4300만대 중에서 디젤자가용은 몇 퍼센트나 될까요? 약 1250만대로 2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적죠? 최근 독일에서 팔리는 디젤의 비율이 절반 정도 되지만 이런 디젤차의 약진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1990년대 이후부터 점차적으로 늘어났더군요. 네바퀴 굴림 차량은 그럼 어느 정도 비유일까요? 전체 6.8%인 약 290만대 정도됩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SUV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앞으로 사륜구동의 비율은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그러면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로맨틱 자동차, 카브리오의 비율은 또 얼마나 될까요? 약 190만 대 정도로 4.4%정도였습니다. 다시 간단히 정리를 해볼까요?

전체 차량 수 : 60,838,212대

자가용 : 43,431,124대 (83.0%)

디젤차 : 12,578,950대 (29.0%)

사륜구동 : 2,951,406대 (6.8%)

카브리오 : 1,895,821대 (4.4%)

1000명 당 차량 : 640대

전기 & 하이브리드 : 72,109대 (0.2%)

여성들 보유 차량 수 : 14,378,390대 (33.1%)

60세 이상 운전자 차량 보유수 비율 : 27.6%

자동차 평균 연령 : 8.7년

*30년 이상된 올드타이머 수 : 421,030대

*여성 바이크 운전자 비율 : 13.6%


 

 

 

2. 독일 내 현대 기아 점유율은 어느 정도일까?

비교적 판매량이 많은 20개 자동차 회사의 판매량에 대한 도표인데요. 제가 이걸 보기 좋으시라고 순위별로 다시 정리를 해봤습니다. 1위부터 20위까지 누적 판매량 점유율을 보시겠습니다. 참고로 괄호 안에 숫자는 2012년 한 해동안 팔린 1년 점유율입니다.

1위 : 폴크스바겐 누적 점유율 21.4% (2012년 점유율 21.8%)

2위 : 오펠 11.6% (6.9%)

3위 : 메르세데스 9.3% (9.2%)

4위 : 포드 7.8% (6.7%)

5위 : BMW, 미니 7.2% (9.2%)

6위 : 아우디 6.5% (8.6%)

7위 : 르노, 다치아 5.1% (4.9%)

8위 : 스코다 3.2% (4.8%)

9위 : 토요타, 렉서스 3.2% (2.7%)

10위 : 푸조 2.9% (2.3%)

11위 : 피아트 2.7% (2.4%)

12위 : 마쯔다 2.0% (1.3%)

13위 : 닛산, 인피니티 1.9% (2.0%)

14위 : 시트로엥 1.8% (2.0%)

15위 : 세아트 1.8% (2.2%)

16위 : 현대 1.6% (3.3%)

17위 : 스즈키 1.0 (1.0%)

18위 : 볼보 1.0% (1.1%)

19위 : 기아 1.0% (1.8%)

20위 : 쉐보레 0.6% (0.9%)


 

골프 R라인. 사진= 폴크스바겐

역시 VW이 가장 높습니다. 독일 메이커 전체의 점유율은 65% 정도 되는데 그 중 폴크스바겐이 누적 21%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1위에 올랐는데 이중 골프가 브랜드 전체의 3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는 세계 시장으로 보면 감소가 됐지만 독일 내에서의 판매량 변화는 거의 없는 수준으로 아주 확고한 중장년층 팬덤(?)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출시된 벤츠의 신차들이 과연 얼마나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지도 관심거리네요.

 

역시 아우디와 BMW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오펠은 뚝~! 떨어졌고 토요타에서 떨어져 나간 점유율을 현대가 꿀꺽하고 삼킨 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쉐보레는 이 결과만 놓고보면 판매량 감소에 따른 유럽 시장 철수는 그닥 와닿지 않고요. 계속해서 점유율이 늘지 않는 것이 결국은 포기를 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 이 내용을 다른 그래프로 보면 이렇습니다.

 

첫 번째 막대 그래프에 노란색 막대는 누적 점유율이고 파란색은 2012년 신차 판매에 따른 비율입니다. 두 번째 그래프로 보면 현대가 맨 아래에 있지만 2009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서 2010년에 토요타와 역전이 되었고 푸조도 따돌린 것으로 보이는군요. 두 표는 모두 12개 메이커만 들어가 있습니다.

 

 

 

3. 어느 체급 (세그먼트)이 가장 많이 팔렸을까?

역시 준중형 (Kompaktklasse)급이 27.6%로 가장 비중이 높습니다. 그 뒤를 20.1%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소형차급이 있고요. 세 번째가 C클래스, 3시리즈, A4, 그리고 파사트 등이 포진한 중형급이 되겠습니다. 19.4%가 되네요.  5.7%를 차지한 경차급(Minis)이 다섯 번째이지만 승합차가 포함된 큰 밴(4.5%)과 패밀리밴 (4.0%)의 비중도 만만치 않습니다.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SUV입니다. 독일어로는 Geländewagen (게렌데바겐)이라고 합니다만 이 단어는 정확하게 쓰면 오프로더예요. 그래서 독일 자동차청은 이 오프로더와 도심형 SUV를 별도로 분류해 통계를 내고 있습니다. 참고로 티구안은 오프로더 (게렌데바겐)에 포함을 시키고 있습니다. 어쨌든 3.6%로 낮은 수치로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자료가 2010년 것입니다. 그러니까 2009년까지의 통계죠.

 

13.8%라는 가장 높은 상승율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15% 정도까지 점유율이 치솟은 걸 보면 그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성장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승폭은 한동안 이어지다가 왜건과 비슷한 18% 전후를 유지할 것으로 독일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4. 중고차는 한 해에 얼마나 거래가 될까?

 

2012년 한 해 동안 중고차 거래량은 약 688만 대 정도입니다. 같은 해 새차 등록대수가 약 308만 대니까 두 배가 넘는 규모죠? 한국이나 독일이나 자동차가 활성화된 나라 대부분은 중고차 시장의 볼륨이 더 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 간 거래 비율이 94.8%나 되는데요. 신차의 경우는 개인 구매자의 비율이 38.2%로 매우 낮습니다. 법인들의 구매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디젤은 전체 거래량의 28.8%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신차의 경우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8.2%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고차 거래를 하는 차량들의 평균 수명은 9년이더군요.

 

 

 

5. 자동차 회사들 마다 선호하는 색상이 다르다?

크게 보려면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기타 브랜드를 하나로 묶은 것을 포함해 총 31개의 메이커의 색상별 판매량을 보니까 역시 검정색과 회색의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알파 로메오나 다이하츠 같은 메이커들은 붉은색도 인기가 있었지만 대체로 검정과 회색, 그리고  다음으로 흰색이 많았는데요. 피아트는 기타색상 비율이 가장 높은 유일한 메이커였습니다.

 

회색 비율이 높은 메이커는 18개. 검정의 비율이 높은 메이커는 12개였는데, 독일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검정색이 젊은 취향이고 은색이나 회색이 대체적으로 나이가 좀 든 분들이 선호하는 색상입니다.

 

이렇게 보니까 명쾌하죠? 회색이 1위한 메이커가 더 많았지만 전체 판매된 검정색 차량의 비율이 회색보다 0.1% 더 높게 나왔습니다. 파란색이 감소한 대신 그 자리를 흰색과 이전에 거의 판매가 안되었던 브라운 색상이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걸 알 수 있네요.

 

자료는 더 많지만 다 소개해 드리면 너무 복잡하고 지칠 거 같아서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위 자료는 누구나 독일 자동차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 확인을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자료들이 일반에게 공개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이런 통계 자료만 봐도 그 나라의 자동차 소비문화를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차에 관심 없는 분들에겐 세상에 이것처럼 재미없는 내용도 없겠죠. 하지만 자동차에 조금만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런 자료를 통해 문화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주말 모두 잘 보내시고요. 월요일에는 또 아주 복잡하지만 여러분들이 좋아할 만한 그런 내용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은색 오픈카 벤츠 SL55 AMG. 독일스러운 그런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사진=메르세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