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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페터 슈라이어 현대 기아차 디자인을 말하다


요즘 현대기아차에서 가장 바쁜 사람을 한 명 꼽으라면 아마 페터 슈라이어 디자이너가 아닐까 합니다. 얼마 전 파격적인 인사 단행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을 통합 관리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죠. 현대차그룹 디자인 총괄 (CDO)이라는 직책입니다. 


사진=기아 버즈 닷컴 제공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인데, 그 관심의 한 축을 이 페터 슈라이어가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이런 관심으로 외신들과  많은 인터뷰를 하고 있고, 이를 통해 현기차 디자인의 방향이 어느 정도 노출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 인터뷰 기사들 중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AMS : 현대기아자동차 사장이 됐다. 어떤 업무를 하게 되나?

슈라이어 : 두 개 브랜드 디자인을 책임지게 됐다. 아마 기아자동차에서 만들어낸 결과를 인정해준 게 아닌가 싶다. 현대차 그룹은 디자인 부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AMS : 지금까지는 현대자동차 디자인과는 관련이 없었던 것인가?

슈라이어 : 그렇다. 두 회사의 디자인 작업은 완전히 별개로 이뤄졌다. 다른 회사로 보면 될 것이다.


AMS : 자동차 디자인 최종 결재는 누구하나?

슈라이어 : 정몽구 회장이 한다.


AMS : 그러면 당신의 업무에는 어떤 변화가 오게 되나?

슈라이어 : 일단 나는 새로운 디자인 작업 구조를 만들 것이다. 기아는 내게 변함없이 중요하다. 현재 몇몇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는데, 지금까지 기아 디자인의 성공적인 길에 만족하지 않는다. 계속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 물론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내게 있어 중요한 일은 이 두 브랜드를 중복됨 없이 구분하는 것이다. 현대는 현대, 기아는 기아라는 자기 색을 가지고 가야한다.


AMS : 두 회사의 디자인 언어는 어떤 것인가?

슈라이어 : 정의선 부회장의 표현이 적절하다고 본다. 기아는 눈의 결정체, 현대는 물방울. 기아는 단단하고 직선화된 이미지며 현대는 흐르는 느낌을 준다.




AMS : 그렇다면 이런 두 회사의 디자인적 특징을 바꿀 의향은 있나?

슈라이어 : 현대는 성장이 필요했고 디자인을 과감하게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현대가 디자인 부분에서 이미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것은 유지되어야 하고, 이게 다른 메이커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도록 하고 싶다.


AMS : 현대 디자인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진 않았다. 맞는가?

슈라이어 : 우린 지금 30년밖에 안된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다. 늦은 출발을 했고, 그런 회사들은 보통 다른 업체들을 보고 배우게 된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우리만의 갖고 있는 게 있다. 예를 들면 현대의 헥사고날 그릴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이런 디자인은 벌써 다른 메이커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린 결코 제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다.


AMS : 그렇다면 두 개의 브랜드는 모든 게 별개로 가는 건가?

슈라이어 : 많은 프로젝트들이 같은 플렛폼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디자인은 다르다. 물론 부분적으로 디자인에서 공통된 부분도 있다. 우리는 실루엣, 볼륨, 휠베이스 등에서 좀 더 차이를 둘 것이다.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다른 제품, 다른 성격이 되어야 한다.


AMS : 제네바 모토쇼에서 나온 프로보와 같은 컨셉카나 기아 디자인의 미래인가?

슈라이어 : 난 스포티브한 디자인으로 기아를 이끌고 싶다. 프로보는 신선하다. 기아는 젊고, 뭔가를 달성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스포티한 느낌과 잘 맞는다. 유럽에선 이런 성향을 잘 보여 줄 프로 씨드 GT와 같은 차를 곧 보게 될 거다.  반면 현대는 클래식한 메이커로 봐야 한다. 물론 가을에 WRC 같은 경주에 참여를 하는데, 이런 면에서 보면 현대 역시 스포티를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기아 유럽 전략형 모델 프로 씨드 GT



AMS : 현대는 여러가지 차를 여러 시장을 위해 만든다. 그게 지역에 따라 다르게 만든다는 의미로 봐야 하나?

슈라이어 : 트렌드라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사실 트렌드는 대륙별 시장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난 본다. 다만 고객들의 요구 사항은 트렌드 보다는 좀 더 다른 부분이 있다. BMW 3시리즈는 분명한 통일된 자기 색깔을 가지고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기아도 그렇게 했다고 본다. 우리의 모델들은 어떤 면에서는 지역별로 다르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 차들은 하나의 디자인을 갖고 있다. 쏘렌토나 스포티지 등은 한국이나 미국, 유럽에서도 같은 디자인으로 팔리고 있다.


AMS : 하지만 특별히 어떤 시장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차들이 있지 않는가?

슈라이어 : 사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오래 전부터 그렇게 해오고 있다. 우린 그것을 'GLOCALISATION'이라고 부른다. 차들은 글로벌 전체를 보고 만들고, 지역 시장의 특징에 맞춰 거기서 변화를 주고 있다. 씨드나 i30의 경우는 유럽을 위해 디자인되고 조립됐다.


AMS : 두 메이커의 개발 방향은 어디인가?

슈라이어 : 우리는 프리미엄이다. 회사는 이를 '모던 프리미엄'이라고도 부르는데, 현대는 꽤 프리미엄에 가까이 가 있다고 본다. 높은 품질과 좋은 디자인 등이 이런 방향성에 힘을 줄 것이다.


AMS : 현기차에게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이 있다면?

슈라이어 : 독일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벤치마크한다. 독일의 자동차 문화, 열정, 그리고 깊이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겐 문화의 차이점도 영감이 되며 이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AMS : 당신은 정말 바쁘고 많이 돌아다닌다. 디자인의 영감을 얻을 시간이 없을 거 같은데?

슈라이어 : 이 직업의 좋은 점은 여행을 많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카고, LA 등에서 모터쇼만 보는 것은 아니다. 저녁엔 클럽에도 가고 서울에서는 예술과들과도 만난다. 이런 것들이 다 영감을 준다. 모든 것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된다.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다니며, 그렇게 영감을 얻는다.


AMS : 요즘 전자산업을 보면 6개월 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도 영향을 받고 있는가?

슈라이어 : 자동차도 빠른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고 본다. 하지만 내 디자인 철학은 이렇다. 자동차 디자인은특정한 시기에 맞춰지며, 지속성과 신뢰 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많은 고객들은 자동차 디자인에서 뭔가 강한 자극을 받기를 원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요즘 자동차들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페터 슈라이어가 비교적 디자인적 언어가 다른 기아와 현대를 겹치지 않게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지 궁금해지는데요. 현대차의 경우 이제 막 부임을 했기 때문에 그의 철학이 반영된 모델을 만나기 위해선 앞으로 2~3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강력한 디자인 권력자가 된 페터 슈라이어. 그가 만들어갈 현기차의 디자인 세계가 현기차만의 전통과 자기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