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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QM3로 수입될 르노 캡처를 말해 본다


최근 제네바모터쇼에서 신차 관련 취재를 한 기자들에 의해 르노가 CUV '캡처'를 QM3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판매를 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수입은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지난 번에 이어 이번에도 르노그룹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저 이러다 르노 안티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이게 르노가 만든 캡처입니다. 소형급 모델 클리오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 소형 CUV라 할 수 있는데요. 흔히 이 차를 SUV으로 얘기하는데 유럽 현지에서도 SUV이라기 보다는 변형 모델인 CUV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뭐 소비자들 눈에는 그거나 그거나 비슷해 보이고 큰 틀에서 SUV로 부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만,


어쨌든 소형 SUV 바람을 타고 한국 시장에서도 이 차를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그것도 르노삼성의 QM5의 가족명인 QM3로 말이죠. 그런데 과연 이 캡처가 르노삼성과 관련이 있는 차일까요?  르노삼성과 관련이 있든 없든 트랙스급으로 한국 시장에서 과연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이런 점들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캡처는 수입차, 그러니 가격이 문제

캡처는 유럽에서 6월부터 판매에 들어갑니다. 프랑스 메이커로 푸조 역시 2008이라는 모델을 내놓게 되는데 캡처의 경쟁 모델이죠. 오펠 모카, 쉐보레 트랙스, 르노 캡처, 푸조 2008 등이 모두 경쟁 모델이 되는 건데요. 어쨌든 캡처의  정확한 가격은 아직 공개가 안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복수의 자동차 전문지들에 의해 이 차의 기본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오펠 모카 : 1.6리터 115마력 모델. 옵션 일부 적용가: 약 18,990유로

쉐보레 트랙스 : (4월부터 유럽 판매 예정) 1.6리터 115마력. 예상 판매가 : 약 17,500유로

캡처 : (6월부터 판매) 예상 판매가 : 16,000유로


16,000유로? 그렇다면 수입 모델 트랙스 보다 더 싸다는 게 아닙니까? 


하지만 지금부터 잘 보셔야 합니다. 일단 르노 캡처는 90마력과 120마력 가솔린 모델, 그 외 디젤엔진 두 개 트림으로 출시를 하게 될 거라고 합니다. 또 다른 언론에선 75마력과 90마력 사이에서 최저 트림이 자리를 하게 될 거라고 하기도 하네요. 그러니까 위에 나온 예상가인 16,000유로는 트랙스의 115마력 모델 보다 더 낮은 90마력 짜리의 가격이 될 겁니다.


거기다 아우토빌트 같은 유력지는 캡처의 실내가 플라스틱 소재가 너무 많은 게 단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실내를 고급스럽게 꾸미고, 르노가 말하는 다양한 기능들을 적용하기 위해선 기본가에 더 많은 돈을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죠. 그러니까 이런 점을 감안하면 쉐보레 트랙스의 가장 낮은 트림과 비슷하거나 좀 더 높게 책정이 되지 않을까 예상이 가능한 겁니다. 또 한 가지 이러한 가격 추론에 대한 근거는요.



기본적으로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모델들 보다 늘 르노 차들은 더 비싼 편입니다. 거기다 트랙스는 수출모델입니다. 즉 관세나 운송비 등의 부대 비용이 더 들고, 부가세 역시 19%나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가격이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트랙스의 가장 낮은 트림인 115마력의 17,500유로는 캡처에 비해 더 비싸다고 할 수 없습니다. 


모르죠 또. 쉐보레가 유럽에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마진 생각 안하고 차를 내놓은 것인지도. 하지만 수입차는 내수차량 보다 비싸다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르노 캡처 120마력의 가솔린 모델이 한국에 들어 오게 되면 유럽보다 낮은 부가세(한국은 부가세 10%. 유럽은 19%)의 인하분을 제외한다고 해도 다시 붙는 수입관세와 기타 비용들 때문에 트랙스 한국 내 판매 가격 보다 저렴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싶은 겁니다.


물론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처이기 때문에 프랑스 생산 모델 보다 원가가 저렴할 수 있고, 또 한국에선 이미 구축되어 있는 르노삼성의 판매망을 이용할 수 있어 딜러 운용 부담을 르노가 덜 가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국에서 캡처가 조립 판매되는 것이 가격 경쟁력은 더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유럽에서 쉐보레 보다 비싼 가격이 형성돼 있는 르노가 캡처를 저렴한 가격에 한국 시장에서 내놓긴 어렵지 않나 합니다. 물론 트랙스를 기준으로요. 과연 프리미엄 메이커도 아닌 (성능 역시 국산과 별반 차이는 없을 듯) 르노 수입차가 어떤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까요?



캡처 판매가 순항하면 국내 생산?

지난 번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르노나 르노삼성의 최고위 임원들이 한결같이 "캡처가 반응이 좋으면 이후 한국에서 생산을 할 수도 있다." 라고 말들을 했습니다. 최근 제네바모토쇼에서도 같은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얘기입니다.


유럽에서 생산돼 한국으로 수입된 캡처(QM3)와 한국에서 조립 생산되는 캡처(QM3)는 일단 가격에서 같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더 비쌀 수밖에 없는 수입 캡처를 구매한 고객들은, 만약 르노의 말처럼 잘 팔려 한국에서 생산을 하게 되었을 때 결국 더 비싼 돈을 주고 캡처를 산 꼴밖엔 안됩니다. 이걸 안다면 절대 먼저 수입산 캡처를 구입 안 하겠죠. 그러면 결국 판매는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을 테고, 그렇게 되면 한국 내 생산도 물 건너가게 됩니다.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먼저 수입을 했다가 그걸 다시 한국에서 조립 생산으로 돌린다는 걸까요? 거기다 르노는 올 초만 하더라도 르노 이름을 그대로 한국에 들여와서 판매만 르노삼성에게 맡길 생각이었습니다. 아마도 내외적으로 반발이 있어서 이름은 QM3로 바꾸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이름은 바뀌었어도 르노 마크를 단 수입차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또 르노는 준국영기업입니다. 함부로 차량 생산기지를 마음대로 바꾸기 쉽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겠죠.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르노는 라인업을 늘렸다는 생색. 내수시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생색을 낼 수 있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게 르노삼성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판매하는 딜러들 입장에선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르노삼성 공장을 증설하고 거기서 생산이 안되는 거라면, 거기다 디자인부터 모든 과정이 프랑스 르노 본사가 주도한 모델이라면 결국은 한국 자동차 산업과는 무관한 모델이 되는 것이 됩니다. 


나는 좋은 차 값싸게 사기만 하면 그만이지, 르노삼성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하지만 좋은 차를 좋은 조건에 사려면 르노삼성에 투자가 되고 르노삼성이 경쟁력을 갖춰야 그런 바람이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러니 결코 상관없는 일이 아닙니다.


또한 르노가 한국에 진짜 애정을 갖고 있고, 이 시장과 고객들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꾸준히 얘기되는 소형차 라인업 (클리오)도 한국 생산을 고려해줬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르노삼성 주도로 소형차 개발과 생산을 허락해주든지 말이죠. 마진 높은 SUV만 수입해와 파는 게 르노의 본 모습이라면 현재로선 큰 기대를 그들에게 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캡처, 차는 나쁘지 않지만 한국인들 입맛에 과연?

일단 캡처를 시승해 본 독일 전문가는 이 차를 두고 "작지만 공간은 나쁘지 않다. 차문이 크고 타고 내리는 데 무척 편안하다. 뒷좌석도 생각 보다 공간이 괜찮고 트렁크도 무난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오펠 모카도 그렇고 캡처도 그렇고 소형 SUV형 모델들이 설계는 잘된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디자인도 많은 분들이 반했던 클리오와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마력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엔 118마력짜리가 들어올 거라고 하는데, 트랙스가 현재 140마력입니다. 그런데 118마력이라뇨? 물론 소형급 도심형 SUV에서 118마력은 그리 부족한 수치는 아닙니다. 제 아내가 출퇴근용으로 쓰는 BMW 1시리즈가 116마력인데 그냥 탈 만하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분들은 마력이 낮은 모델을 그닥 안 좋아하죠. 더더군다나 SUV라는 선입견이 있어 캡처의 118마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판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어떤 매체에서 이 캡처의 연비가 디젤의 경우 리터당 27km나 된다고 기사를 썼더군요. 그러면서도 수동기어 기준이고 새로 보강된 한국 연비측정법이 아닌 유럽 복합형 기준이라서 이만큼은 나오지 않을 거라고도 추가로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네, 적어도 오토매틱에 한국 연비법이라면 27km에서 많이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트랙스 보다는 좋지 않겠나 기대는 할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정확한 건 측정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죠? (참고로 트랙스 140마력 가솔린 모델 연비가 유럽에선 리터당 15.6km입니다. 한국에선 12.2km죠? 물론 전륜과 사륜이란 차이를 감안해야겠지만 큰 차이는 아닙니다.)


연비는 좋다. 하지만 언론에서 나온 수준은 기대 마시라. 대신 마력이 낮다. 못 탈 정도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로 정리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적어도 트랙스를 여러 면에서 능가해 줘야 캡처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안 그러면 트랙스 보다 가격을 더 낮춰야 할 텐데, 그건 지금 예상으론 어려워 보이고요. 그렇다면 과연 캡처는, 아니 QM3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드린 정보들이 정확한 내용들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캡처를 이해하는 수준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 차의 성공 여부의 답은 여러분 스스로 한 번 내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추가 정보

트랙스 얘기가 나왔으니 이 차 얘기도 잠시 해볼게요. 유럽에선 트랙스가 140마력의 1.4 터보 가솔린 모델이 네바퀴굴림으로만 판매됩니다. 가격은 옵션 적당히 넣고 해서 21,500유로정도 될거라고 합니다. 대신에 앞서 소개한 1.6리터 전륜구동 모델이 115마력에 옵션 몇가지 넣어 17,500유로 정도에 팔릴 예정이죠. 디젤은 1.7리터 전륜과 사륜 두 가지가 각각 21,000유로와 26,500유로에 판매될 예정입니다. 


디젤 모델은 네바퀴 굴림이냐 앞바퀴 굴림이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굉장히 나죠? 가솔린 디젤이 그렇게 따지면 115마력 앞바퀴 굴림에 비해 140마력 네바퀴 굴림 모델의 가격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140마력 가솔린 모델이 전륜 한 가지로만 나오는데, 사륜을 적용하든가 아니면 115마력짜리 저렴한 모델도 판매를 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지금 르노는 올해 말 공개할 모델을 하나 준비 중인데 그게 소형차 클리오의 SUV 모델입니다. 정보에 따르면 클리오SUV  역시 CUV(크로스오버 모델)가 될 거라고 합니다. 이 뉴스가 사실이라면 왜 르노는 클리오를 베이스로한 소형 크로스오버 차량을 두 가지나 내놓는 걸까요? 캡처와 분명 겹치는 모델인데 말이죠. 그 속내야 르노 경영진들만 아는 거겠지만, 이게 혹시 캡처의 생산기지 이전(한국으로)과 관련이 있을 것인지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르노삼성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화가 안 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르노에 대한 정보나 관심을 앞으로 더 가질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요. 이 평범한 메이커가 과연 한국 시장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겁니다. (북한의 도발로 인해 전 세계인들이 한반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부디 아무쪼록 아무 일 없길 바랍니다. 또 그렇게 될 거라 믿고요. 의미 있는 그런 한 주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