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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여성 운전자들이 SUV를 선택하는 이유

SUV하면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생각되는 자동차죠. 하지만 의외로 요즘 여성 운전자들이 SUV를 많이 몰고 다니는 걸 목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녀들이 SUV를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요? 대충 짐작이 가는 부분들도 있고, 또 생각지 못한 이야기도 있을 거라 봅니다.

최근 독일의 모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여성들이 SUV를 타는 이유에 대해 대화들이 좀 있었는데요. 거기서 사람들이 주고 받은 얘기들을 제가 나름 정리를 해봤습니다. 북미나 유럽이 기준이 되는 얘기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실정과는 다른 내용들도 있는데, 과연 그녀들의 SUV 선택 기준, 어떤 걸까요? 한 번 보시죠. 

 

 

사커맘을 위한 차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을 보고, '어 왜 이차가?'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거나 방과 후 체육활동 등을 위해 아이들 여럿을 태우고 다니는 목적으로 SUV를 많이 사용하고 있죠.

 

그런데 좀 산다하는 동네에선 저 거대한 에스컬레이드가 이러한 '사커맘'들 용으로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피니티도 그런 목적을 갖고 QX나 위 사진의 JX 같은 모델들을 북미시장에 출시를 하고 있는데요. 여성들이, 그것도 아이들을 키우는 중상류 층 이상의 엄마들이 주요한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런 차들은 여러 명을 태울 수 있고, 다양한 수납공간 등이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기 때문에 안전한 차이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죠. 저번에 SUV가 나의 안전은 높일지 몰라도 다른 승용차에 대해선 위협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좀 더 조심해서 운전하자는 말씀도 드렸지만, 저런 거대한 사커맘용 SUV는 확실히 탑승자 안전이라는 측면에선 어필을 하리라 생각됩니다. 유럽의 경우는 왜건이나 밴 등이 많이 사커맘들이 애용을 하는 모델이긴 한데요. 여기서도 점점 북미처럼 SUV를 직접 운전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탁 트인 시야와 넓은 공간이 주는 안락함

역시 여성 운전자들의 경우도 SUV가 주는 전방의 개방성을 SUV 선택의 중요한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거기다 넓다란 실내와 정숙함과 안락함에도 점수를 높게 주더군요. 요즘 SUV는 디젤의 덜덜거림이나 소음이 많이 잡히고 차단되고 있기 때문에 탁 트인 시야와 넓은 공간이 함께 만들어 주는 편안함은 분명히 여성들의 마음을 잡는데 한 몫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너무 큰 차는 되려 높은 후드와 지상고 탓에 바로 앞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거, 여성분들이 아셨음 좋겠네요.

 

 

힘에 매료되다?

생각 외로 여성 운전자들 중에도 SUV의 큰 토크에 매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고속도로 등을 주행하는 경우 보다는 짧은 거리나 도심에서 운전을 주로 하는 여성들에겐 디젤 SUV의 순간 가속력은 근육질 남자친구를 둔 것처럼 든든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여자라고 해서 다 작고 아기자기한 그런 차만 운전하는 거 아니라는 건, 여기 독일에서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스마트 포투를 몰고 가는 아가씨 옆에 투아렉을 끌고 가는 중년 여성의 모습이 자연스레 뒤섞여 있기 때문이죠.

 

 

실용성

유럽에선 여전히 왜건이 여성들에게도 인기입니다. 제가 몇 번 말씀 드렸지만, 하얀색 아우디 A6 아반트(왜건)을 끌고 가는 젊은 아가씨의 당당함은 유럽이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모습일 텐데요. 그런 독일에서도 점점 실용적인 차로 SUV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뒷좌석을 완전히 눕히면 시장에서 어지간히 장을 봐도 문제가 없고, 이케아 같은 대중적인 가구점에도 혼자 가서 조립 가구를 싣고 돌아올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많이 태우는 목적도, 짐을 많이 싣는 목적도 모두 만족시키는 SUV는 오히려 배달문화가 발달된 한국 보다 유럽이나 북미쪽에서 여성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되는군요. 물론 1가구 1차량이 아닌 경우의 얘기겠지만요.

 

실제로 독일에서는 남편들은 회사차를, 아내들은 SUV나 왜건 등의 실용적인 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 여자들은 어지간한 일은 남자들에게 안 맡기고 직접 처리들 하기 때문에 차의 실용성은 여성 운전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신분 과시에 은근 좋아~

제가 놀란 거는요. 레인지 로버 같은 고급 SUV를 끌고 다니는 여성들이 의외로 독일에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프랑스 같은 곳은 비교적 큰 차가 다니기 어렵지만 독일은 그나마 큰 차들을 끌고 다니는데 불편함이 덜한 편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부를 값비싼 SUV로 과시하기에 좋은 환경이죠. 과시용으론 여성이나 남성이나 SUV의 압도하는 분위기가 잘 먹히는 거 같죠?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헐리웃 여배우들 사이에서 벤츠 G바겐 하나 안 몰면 안될 정도로 유행이던 적이 있었습니다. 오프로드를 달릴 이유가 없는 여배우들이 G바겐 같은 오프로더를 왜 탈까요? 뭐, 잘은 모르겠지만 이 차가 주는 강한  이미지와 벤츠의 고급스러움이 여배우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군요.

 

실제 독일 커뮤니티에선 활동적이고 자수성가형 여성 드라이버들에게 고급 SUV는 매우 잘 어울리는 편이라는 얘기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유가 뭐가 되었든, 이제 SUV는 실용적인 이유로, 쾌적한 운전을 위해, 안전한 차라는 인식과(고속 주행을 잘 안한다는 전제로), 자신들의 지위를 과시할 수 있는 다양한 목적 때문에 여성 운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거기다 소형 SUV들이 하나 두울 나오면서 여성 운전자들의 SUV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지게 됐습니다. 이래저래 남성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SUV가 여성성으로 무장할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