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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미국 포르쉐 오너들은 이러고 논다고 하네요

논다? 이 거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좀 더 다르게 표현하자면 '즐긴다' '누린다' 정도로 바꿀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오늘은 주말에 어울릴 만한 그런 포스팅, 사진 중심의 포스팅으로 꾸며 보겠습니다.

미국 얘기를 독일에서 하는 거 이상하다구요? 더모터스타에 시승기랑 컬럼 올려주고 있는 롱버텀님이 보내준 사진입니다. 포르쉐 오너들을 위해 '트랙데이'가 열려서 참가한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막 졸랐어요. 사진 좀 찍어 보내달라고.

안 믿기겠지만, 롱버텀님은 저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라는 것도 처음 샀다고 합니다. 평생 사진 찍은 것 보다 요즘 시승기 때문에 찍은 사진들이 훨씬 많다고 하니, 얼마나 하기 싫은 일(?)을 저의 반협박에 못 이겨 하고 있는지 아시겠죠?

제가 왜 졸랐겠습니까? 저 같이 궁금한 사람들 위해서  좋은, 혹은 재미난 정보 공유하자는 차원 아니겠어요? 어쨌든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서 롱버텀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도 나중에 뉘르부르크링이나 호켄하임 트랙 사진들도 함 찍어 올려드리겠습니다. 

지난 번 소개해드렸지만 롱버텀 씨 사는 곳이 한라산 정상 높이입니다. 트랙도 그런 곳에 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보면 아시겠지만 주변에 산 비스무리한 것도 안 보이는 광활하고 건조한(?) 풍경뿐이었습니다.

산..보이세요? 읎죠? 이 번 '트랙데이'는 포르쉐 법인이 주최한 게 아니고 지역 딜러가 오너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실시한 것이라 규모가 그닥 크진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약 80여 명의 포르쉐 운전자들이 트랙을 달리기 위해 꼭두새벽(?)부터들 모여들었다는군요.

가족들도 함께 오고 해서 소풍의 분위기였다고 하는데요. 인스트럭터가 부족한 관계로  롱버텀님이 임시로 인스트럭터 역할도 담당했다고 합니다. 자격증 받지 왜 안받냐고 했더니, 귀찮게 해서 싫다고 하는군요 . ㅡㅡ;

트랙 위성사진 같은데, 아주 주변이 삭막함 그 자체죠? 그냥 다른 짓(?) 할 수도 없는 곳에 트랙 하나 있을 뿐입니다. 오로지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죠.

 

이거 어떤 911인지 아시겠습니까? 최초 모델 901같기도 하고 2세대 G-모델 같기도 하고, 3세대 964같기도 하고...제 실력으론 도무지 구분이 안 가는군요. 꼬리를 봐선 터보 같은데, 그러면 1세대는 아닌 거 같고. 하지만  튜닝이 된 거로 보여져서 꼭 1세대가 아니라고 장담도 못하겠고...(실력 다 드러나네요 이런)

암튼 73년에서 89년까지 출시됐던 장수 모델 2세대 911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아..이 노랑이는 범퍼로 봐서는 1세대 901 같긴 한데, 역시 튜닝이 대단하죠? 나쁘게 얘기하면 꼭 양카 같기도 한데, 이게 다 달리기 위해서 저렇게 튜닝이 된 것이고, 이렇게 튜닝이 된 포르쉐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트랙에서 달리기 위한 용도로만 이용된다고 합니다.

 

엔진룸 드러낸 타르가(targa)도 있고, 대체적으로 오래된 모델들이 튜닝된 채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997 정도는 아예 보이지도 않죠? 왜 이럴까요? 이유는 이곳을 찾은 오너들의 연령대와도 관계가 있어 보이는군요.

 

감독관으로부터 이 날 트랙을 달리기 위한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있는 모습이라는데요. 30대 몇 명을 제외하곤 대부분인 40대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분위기도 차분한 편이었죠. 무엇보다 복장들 보세요. 그냥 동네 수퍼에 두부 심부름 가는 남편들 모습 그대롭니다. 이런 사람들이 차 꾸며 놓은 거 보면 매치가 안되죠?

여기 오는 사람들은 그래도 미국 내에서도 살 만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복장은 평범하기 그지 없어요. 당연하죠. 자랑하러 오는 자리가 아니라 오로지 트랙에서 자신의 애마를 타고 신나게 질주하는 게 목적일 뿐이니까요.

지난 번에 쫄딱망한 람보르기니 딜러 얘기 때도 드린 말씀이지만, 옷차림 가지고 사람 평가했다간 차 못 팔아 먹는 곳이 미국이라는 거,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입니다. 뭐 독일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암튼 수수한 중년 이상의 남정네들 모습이 괜히 정감이 가는 건 왜 일까요?

여담이지만 페라리나 마세라티의 모임은 또 분위기가 다르다고 합니다. 거긴 트랙 같은 거 달리지 않고요.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으로 모여서 주행한 뒤 점심 먹으며 사교의 시간을 갖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롱버텀 씨는 자기랑은 안 맞아 안 가는 편이라고 하는데, 그런 곳은 아무래도 옷차림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자랑 좀 하는 분위기라고 전해주더군요.

 

딜러가 오너들을 이렇게 초대하는 이유는, 트랙 하루종일 빌려서 무조건 달리게만 하려는 건 아닐 겁니다. 새로나온 모델들 직접 체험토록 해서 다음에도 또 포르쉐 오너가 되어 달라는 그런 뜻이 사실은 더 크다 볼 수 있죠. 

이 날도 포르쉐 파나메라( 저 멀리 검정색 7번 보이네요) 몇 대랑, 카이엔 GTS, 그리고 신형 911 등을 직접 트랙에서 체험하게 했다고 합니다. 트랙데이에 처음 참가하는 신참(?)들을 파나메라에 태우고 브레이크 지점 등을 설명을 했다는 롱버텀님 얘기로는, 더 뚱뚱한 파나메라가 그리 잘 달릴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포르쉐는 역시 포르쉐인가 봅니다.

이 날은 레이싱팀을 이끌고 있는 프로레이서도 참여를 해서 실력 좀 선보였나 본데요. 아주 아마추어들 기를 팍 죽여놓은 모양입니다. 

 

암튼 모든 준비가 다 끝나고 이렇게 신나게들 죙일 트랙을 달렸답니다.

보기 드문 포르쉐도 있었고, 복면을 한 불리도 이렇게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 차였다고 하네요.

 

996(5세대) GT2입니다!!! 포르쉐 모델들 중 가장 운전하기 어렵다는 GT2. 교육 없이 운전하기 어려운 그 차. 어떤 전자장비도 없는 달리는 인간이 만든 온전한 기계덩이 중 하나! 그런데 이 괴물같은 차 타보고 싶어하는 회원들 태운 채 트랙을 달린 오너의 나이가 일흔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차 보다도 그 차주분이 더 관심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정말 힘 하나 안 들이고 여유롭게 운전을 했다는 점과, 그런 가운데 인스트럭터가 운전한 GT3를 가볍게 따돌린 그의 운전실력이었다고 하는군요.

동승한 채 현장을 직접 목격한 롱버텀 씨는 그의 운전 실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하마터면 턱 빠질 뻔 했다고 하는군요.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그 얘기를 듣고 이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저 헬맷 속에 감춰진 70 노인의 삶이 그려져, 괜히 멋져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롱버텀님이 신형 911(991)이 트랙에서 얼마나 멋지게 주행을 해주던지, 와~~, 와~~소리를 계속 내며 운전을 했다고 하네요. 주인과 함께 늙어가는 포르쉐들. 그리고  여전히 쌩쌩 트랙을 질주하는 차들. 그렇게 열정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이들의 삶이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자극을 주어 고맙기도 했습니다.

저도 저리 늙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 한국에도 트랙 위를 내 차로 질주하는 그런 오너들의 시대가 열릴 겁니다. 훨씬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그런 시대가 말이죠. 모두들 그때까지 차에 대한 꿈 잃지 마십시오. 형편과 사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차를 좋아하고 그 마음 꾸준히 이어가려는 열정이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런 마음이 있는 한, 우린 모두 F1드라이버이고 영원한 청춘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