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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최고속도 250km의 비밀, 그리고 포르쉐

주말을 맞아서 오늘은 가벼운 기분으로 간단하게 포스팅을 하나 할까합니다. 자동차는 아시다시피 엔진의 힘으로 달리는 기계죠. 말을 대신한 이 문명의 이기는 100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면서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했습니다. 안락, 안전, 때로는 부의 상징 등 다양한 즐거움과 가치를 지니는데요.

하지만 자동차는 여전히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속도(Speed)라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고 있습니다. 아예 모토스포츠를 통해 어떤 메이커의차가 가장 빠른지를 목숨걸고 증명하기까지 이르렀으니까요. 그런 과정을 거쳐 이제 실제 번호판을 달고 달리는 차들 가운데 300km를 넘는 차들이 쏟어져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그런데 이거 아십니까? 독일의 프리미엄 메이커들의 최고속도는 250km라는 것?

아우토반이라는 무한질주가 가능한 하드웨어를 품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된 일인지 이들은 전자식 제어장치를 통해 최고속도를 250km에 한계지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면 물으시겠죠, 법적으로 그렇게 제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고..그런데 아닙니다.

일단, 프리미엄 3사가 정말 그런지 간단한 도표 하나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메이커  모델  최고속도 (km)
 아우디  TT RS 쿠페  250
 아우디  S5  250
 아우디  RS6  250
 BMW  M3  250
 BMW  M6  250
 BMW  X6M  250
 BMW  Z4 35is  250
 메르세데스  C63 AMG  250
 메르세데스  E63 AMG  250
 메르세데스  S600  250
 메르세데스  SL65 AMG  250

위에 예로든 모델들은 모두 제로백 4초에서 5초를 살짝 넘기는 고성능 버전들입니다. 보시다시피 모두 최고속도가 250km를 넘지 않죠. 만약 법적으로 규제를 했다면 애스턴 마틴이나 람보르기니처럼 최고속도가 250km 이하 모델이 없는 메이커들은 독일에서 아우토반을 휘젓고 다니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최고속도 제한은 독일자동차 메이커들이 모여 만든 일종의 신사협정과 같은 것인데요. 물론 비공식적인 내용입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속도제한에 대한 신사협정을 맺은 것일가요? 이 점에 대해선 정확하게 아직 아는 바가 없습니다만, 속도경쟁을 통한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겠다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짐작됩니다.

헌데 이 신사협정에서 유일하게 제외된 메이커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포르쉐입니다!


포르쉐가 이 암묵적 룰에서 제외된 것은 아마도 세단이 아닌 정통 스포츠카로서의 가치를 다른 메이커들도 인정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포르쉐의 SUV 모델 카이엔이 250km를 못 넘길 뿐 세단형 모델인 파나메라조차 최고속도는 250km의 기준점을 훌쩍 뛰어넘기고 있어 역시 포르쉐하면 스피드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카이엔 터보의 경우는 최고속도 278km까지 나옵니다만...) 

그런데 이건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스포츠카에서 속도제한이라니...차라리 죽으라고 하는 거나 다름 없는 요구일 테고, 당연히 포르쉐측에서도 이런 협정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골수 포르쉐팬들이 가만놔두지 않았을 거라는 거.. .)

그렇다면 다른 메이커들은 모두 이 최고속도 제한을 지키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아우디의 경우 R8 모델이, 메르세데스는 SLS AMG가 각각 그것들인데요. 위에 사진에 있는 R8 GT는 최고속도가 320km, SLS AMG는 317km를 기록하고 있죠. 여기에 특별한 모델이랄 수 있는 S63 AMG 퍼포먼스 패키지와 CL63 AMG 퍼포먼스 패키지 같은 경우는 둘 다 맥시멈 스피드 300km까지 달릴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 녀석들을 제외하고는 프리미엄 3사의 어떤 모델도 룰을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마이바흐나 맥라렌 같은 것도 굳이 따지자면 가능하겠지만 독일에선 이 두 가지는 메르세데스와 별도로 구분지어 놓고 있죠.

그러면 BMW가 남죠? 재밌는 것은 BMW의 모든 모델이 이 룰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는 점인데요. 앞으로 나올 모델들도 신사협정을 끝까지 지키게 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거 같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순정 베엠베나 벤츠로 "나 300km까지 타본 사람이거등?" 뭐 이러면요... 속으로 가볍게 풋~하고 웃어버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