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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VW 불리 부활에 독일인들이 부정적인 이유


불리(Bulli). 제 블로그 대문에 있는 VW 미니버스의 애칭이죠. 제가 저 모델을 얼마나 좋아하면 대문에다 올려놓았겠습니까... 이에 대한 포스팅도 벌써 한 적이 있을 뿐더러 VW에 대한 관심도 이 미니버스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해도 틀린 얘기는 아닐 겁니다.

그런데 이 모델을 2013년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출시를 할 것이란 뉴스가 오늘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독일인들의 반응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더군요. 자신들이 그토록 아끼고 사랑해마지 않는 이 모델이 다시 나온다는데 이들의 반응이 차가운 이유는 도대체 뭣 때문일까요?...


 이 것이 2013년에 소개될 신형 불리 즉, 미니버스의 예상도라고 하는데 이미 2001년에 소개가 된 컨셉모델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이 된 이미지입니다. 상당히 디자인이 좋습니다. 다만 디자인이 좋다는 얘기엔 '불리가 아니었다면' 이라는 전제가 따르게 됩니다.

뭐랄까...불리를 좋아하는 사람의 눈에는 너무 현재의 패밀리 룩에만 치중을 한 나머지 오리지널 모델이 갖고 있는 고유의 디자인이나 포근함이 전혀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비틀의 새로운 디자인 역시 전혀 비틀의 아름다운 곡선미를 재현하지 못한 탓에 속이 상하던데, 불리까지 이런 식으로 되살아 난다고 하면 VW의 선택과 안목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미니밴 투어란의 3가지 확장 버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독일인들에게 불리는 그런 가지치기 모델의 존재는 아니죠. 그렇다면 앞에서 물었던 질문. 왜 독일인들은 이 불리의 재탄생에 부정적일까요? 많은 댓글들은 대략 세 가지로 크게 분류가 되어 보였습니다.


첫 째, 향수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디자인이라는 것이죠.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불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새로운 미니버스(우리로 치면 봉고 정도)로 선보였다면 반발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깜찍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박수를 받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이 신형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리에 대한 여전한 사랑과 전통을 제대로 되살리지 못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가 더 큰 반발의 이유인데요. 바로 가격적인 부담입니다.

솔직히, 아직 가격이 얼마가 될 것이라는 얘기는 없었던 걸로 아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불리가 비쌀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진짜 불리가 될 수 없다며 비판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가격도 발표되지 않은 모델에 비싸다고 비난을 한다? 언뜻 보면 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이죠.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여기엔 그 동안 VW이 걸어온 길에 대한 포괄적 비판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국민차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작된 VW의 차들은 이제 독일 내에서도 서민들이 타기엔 너무나도 비싼 차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이 비싸진 가격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적절하게 시장에 반영이 된 것이라고 말을 하죠. 그러나 고객들이야 그렇게 받아들이나요? 처음 시작이 그러했듯 VW이란 브랜드는 언제나 국민들의 친근한 메이커로 남아주길 바라는 것이겠죠. 이것은 일종의 괴리현상이라고도 보여집니다.

저렴한 국민차 이미지와, 이미 프리미엄급에 근접한 좋은 성능의 자동차를 만드는 메이커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가치. 이 것이 고객들에겐 최적의 상태로 유지되어주길 바라는 그런 심리가 아닐까요?
 
 
그래서 이제는 공공연하게 많은 사람들이 진짜 독일의 국민차는 루마니아의 Dacia나 체코의 스코다(Skoda)이어야 한다고 말들을 합니다. 다치아는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스코다는 그 보다는 조금 높지만 VW 보다는 낮은 가격에 그게 준하는 성능의 차로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워하면서도, 그렇게 불평하면서도 독일인 자신들의 가슴 속에 진정한 국민차로 남아주길 바라는 브랜드는 역시 폴크스바겐일 것입니다. 그런 현실과 이상, 혹은 향수가 뒤섞여 있는 가운데 불리의 재출시소식은 더 이상 친근한 불리가 아닌 이제 '비싼 불리'가 될 것이라는 아쉬움이 자연스럽게 베어나왔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불만의 이유는 과거 불리가 갖고 있던 실용성이 제대로 되살려지겠느냐는 것입니다.


과거 불리는 못하는 게 없었고, 안 하는 일이 없던 말 그대로 충실한 마당쇠와 같던 그런 차였습니다. 하지만 이 번에 새롭게 나올 모델은 과연 그런 실용성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들이 많이 올라왔죠. 이 점에 대해서는 제 말보다는 과거 불리를 이용했던 어느 네티즌의 얘기가 더 나을 듯 싶군요.

"T2의 특별함은 그 공간에 있었다. 1톤 정도의 짐을 야무지게 실어내었었지... 작지만 놀라운 능력의 이런 실용성이 바로 불리를 전설로 만들어 준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새롭게 나온다는 이 레트로 모델을 보고 있자니 과연 이런 실용적인 가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결국 이 새로운 모델은 필요없는 라이프스타일의 차로 씁쓸하게 남을 것이다. 모든 것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차가 그들의 포르쉐 옆에 예쁘장하게 놓여 있을 그런 악세사리로 남는다면 정말 슬픈 일이다..."

이 글이 새로나올 불리에 대한 독일인들의 평균적인 마음을 담고 있지 않나 저는 생각했습니다. 기술의 진보와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 서민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그 애틋한 역사를 잘 보듬어 낼 줄 아는 것 역시, 의미 있는 건 아닐까요? (메르세데스 SLS AMG를 좀 본받아 보라구~!)

이 불리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불쑥 포니가 떠올랐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포니를 새롭게 내놓는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요? 이런 저런 비판적 예상을 다 뒤로 하고라도 저는, 포니가 새롭게 나온다는 것이 어쩌면 그저 팔아먹는 물건이 아닌, 거의 기초도 안되어 있는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정립한다는 그런 가치로도 충분한 의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본격적으로 눈이 쏟아진 날, 약간은 센치해져서 올려 본 포스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