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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현기차와 VW 비판 여론, 같은 점과 다른 점

인터넷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이 어떤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전엔 언론사들이 주도하는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한정된 여론을 얻었다면, 인터넷 시대엔 좀 더 직접적이고 광의적이고 다양한 의견들이 파악가능해진 것이죠.

자동차로 예를 들어보면, 예전엔 내가 어떤 메이커의 차를 샀어도 그 차에 대한 전체적인 반응이란 게 판매대수 정도로 파악이 될 뿐 개인들이 알 길이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디자인, 가격, A/S문제, 성능 등에 대해 즉각적으로 파악이 될 뿐더러, 그 모델에 대해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느 한 지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의 정보나 반응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죠. 물론 이에 따른 역기능들도 무척이나 많지만 큰 틀에서 보면 힘없는 개인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거대 기업이나 조직에 맞설 수 있게 되었고,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은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오늘은, 그 동안 제가 독일자동차 잡지나 신문(여론이 가장 잘 반영되는 공간)을 통해 반영이 된 독일인들의 자동차 관련 여론을,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해 일고 있는 요즘의 한국 인터넷 여론과 비교를 해봄으로써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특히 양국의 대표적 양산 메이커이자 자국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차와 VW을 비교로 삼고자 하는데요.

개인의 판단과 느낌을 적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을 담보로 하지 못함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동의하면 끄덕이실 것이고, 이견이 있으시면 다른 의견을 남겨주셔도 좋겠구요. 그러면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기차와 폴크스바겐 비판의 닮은 점

우선 자동차 제조의 왕국 중 하나인 독일도 마냥 자기들 메이커를 옹호만 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워낙에 뒤섞여 살다 보니 순수하게 독일인이라고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지만 여튼, 여러 경로를 통해 보여지는 것은 절대적 찬양의 대상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에 반해서 현기차 비판은 상당히 선명하게 비판의 대상들이 눈에 보이죠.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내수고객들이 그 주체라는 점. 그런데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메이커에 대한 공통된 비판은, '가격이 비싸다.' 혹은 '비싸졌다'와 '디자인에 대한 반대'가 많다는 것으로 대략 모아집니다.

하지만 이런 공통점을 좀 더 파고들어가면 실은 조금 그 모양새를 달리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어떻게 다를까요?



차 가격이 비싸다


폴크스바겐의 차들은 비싸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인 평가가 그렇습니다.  이렇게 비싸다고 말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과거 폴크스바겐이 보여준 국민차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죠. 처음 vw의 탄생 목적 중에 하나가 '모든 국민들이 저렴하게 탈 수 있는 그런 질 좋은 차를 만들자.' 였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급 기술들이 대중적 모델에 적용이 되고, 경쟁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기업들의 또 다른 본질이 부각되는 가운데 vw의 가격도 점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독일 프리미엄급 메이커들을 제외한 양산 메이커 중에서 가장 비산 브랜드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격의 상승 혹은 비싼 기본가에 대해 신차가 나올 때 마다 가격 저항을 받거나 하는 일은 없어 보입니다. 즉, 비싸긴 한데 그 가격이 비합리적인 폭리의 개념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비싼 가격은 어느 한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가격 자체가 높은 독일의 시장 상황과도 연결해 생각하게 됩니다. VW만이 아니라 모든 차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차 가격이 비싸다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니, 비싸다고 여기면 안 사면 그만 아닌가?' 라고 말이죠...그런데 문제는 독일 내에서 그런 비난을 받는 가운데서도 VW는 꾸준히 판매 1위를 마크한다는 점입니다. 현대차가 비판 속에서도 1위를 유지하는 것과 얼핏 보면 같아 보이죠? 하지만 여기엔 또 다른 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독일은 VW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차들이 많다는 겁니다. 

특히, VW 그룹의 다른 메이커들인 스코다와 세아트, 거기서 더 나아가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거는 다치아나 피아트 같은 메이커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VW를 삽니다. 왜 그럴까요?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를 하기 때문이죠. 유지비가 적게 들고, 차를 되팔았을 때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고, 안전성을 보장해주는 등, 좋은 기술력을 통해 좋은 차를 만들고 있다는 가치가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얼핏 보면 현대차도 그렇다고 항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기차  자리에 도전하는 메이커들이 질좋은 차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과감하고 공격적 정책을 쓰고 있던가요?...오히려 현대를 일종의 가이드 라인으로 삼고 그 뒤에서 안주하고 있지는 않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는 더더욱 내수 1위의 자리를 별 탈 없이 지킬 수 있지만 독일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방심하면 그냥 밀려나는 게 이 곳 시장이에요. 수십 개의 메이커들이 쉼없이 경쟁을 펼치기 때문에 독점적 지위를 통해 거만하게 폼잡고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품질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 바로 VW은 이 숱한 도전과 싸움이 일어나는 전장에서 1위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건 결코 편안하게 지켜내는 자리가 아닌 것이죠.




 ▶애국주의가 판매율을 보장한다?


아무래도 VW가 독일 메이커니까 독일 내에서의 판매에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이 말을 현기차에 적용해 볼까요? "아무래도 현기차가 한국 메이커니까 한국 내에서의 판매에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 

어떠세요, 낯설죠? 그만큼 현기차는 당연시 되어 왔고, 당연히 그렇게 우리나라 메이커라는 이름 하에 법적으로 정서적으로 내수시장에서 힘을 키워왔고 성정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유리한 점 정도가 아니라, 절대적 지지 기반을 통해 공룡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독일 애국주의라는 것은 우리와는 다릅니다. 일종의 전범국, 패전국으로서 잘못된 국가주의 민족주의에 처절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나라가 독일인 것입니다.

애국가도 큰 소리로 잘 부르지 않았고, 국기를 흔드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통일 이후, 월드컵 치르면서 점점 그들도 국가라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회복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찌로 인해 받은 민족적 고통이 뼈에 사무쳐 있기 때문에 '애국'에 호소한다는 것은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마케팅에도 철저히 '애국'은 배제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현기차는요? 여전히 우리들 스스로가 '우리나라 잘되기 위해서라도 한국차 팔아줘야 한다!' 라고들 말하십니다.

하지만, 이제 현대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크고 강한 회삽니다. 오히려 야생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더 강해지게 하기 위해서라도 채찍질이 더 유용한 시점인 것이죠. 차만 잘 만들어 보십시오. 애국하지 말래도 하게 될 겁니다.




▶신차 출시 때 마다 말썽? 


VW 신차가 출시될 때 성능 문제로 말이 많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요즘은 그런 일이 없어 보입니다. VW 뿐만 아니라 다른 메이커들도 마찬가지죠. 생각해보세요. 이런 치열한 시장터에서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같은 것들이 발생한다고 말입니다. 치명차를 입는 일이 될 겁니다...

 토요타 리콜 사태만 하더라도 회사의 뿌리까지 흔들어 놓지 않았습니까? 이처럼 성능에서 속임질을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곳이 해외시장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한국에서 현기차는 끝임없이 기능의 문제가 발견되고 제조사는 문제 없다고 하는 일이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차가 문제 없을 순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방식의 문제인 것입니다. 자동차리콜이라는 게 기본적으론 없어야겠지만, 문제가 있는 점을 애써 숨기는 것은 리콜 보다 더 위험한, 한 마디로 상도도 없는 행위인 것이죠.

현기차와 VW은 내수 1위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런 문제에 있어선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메이커가 아닌가 싶네요. 

좀 더 덧붙여 말씀드리면, 성능과 관련해서 내수와 수출용이 다르다는 의혹 같은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런 의혹제기에 시달리지 않는 것 뿐 아니라 오히려 독일의 경우 내수용 모델에 대한 선호가 더 좋을 뿐. VW 아마록의 경우, 독일에서 조립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멕시코인가요? 거기서 만들어진다는 이유로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자신들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모델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거...현기와 폴크스바겐의 차이가 아닐까요?
 



▶어느 특정 메이커에게만 비난?


VW가 유독 비난 받는가? 아닙니다. 모든 메이커들에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불평과 불만은 다 있습니다. 벤츠라고, BMW라고, 요즘 독일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Audi라고해서 마냥 이쁨만 받지 않습니다. 워낙에 툴툴대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자신들이 좋아하는 메이커의 경쟁업체에 대한 경계심리도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현기차에 대한 비판 여론은 경우가 좀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메이커의 경쟁상대라서 하는 무조건적인 비난도 있겠지만 그동안 여러가지로 누적되어 왔던 불만들이 터져나오면서 생성된 골깊은 비판이라는 것이죠.

물론 VW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역사, 정치, 지역적인 부분들도 한 몫 거들죠. 하지만 자동차 그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현기차와는.......분명 다릅니다.




▶마무리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현기차그룹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었다는 거...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인정하죠. 외국에서 현대차 광고를 보거나 간판을 봤을 때 받는 감동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광고를 봐도, 우리기업 이름을 봐도 별 감흥이 없습니다. 적응이 되어서가 아니라 국내에서 일고 있는 고객들의 절절한 비판에 무심한 그들에게 더 이상 따뜻한 응원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죠.

저와 같이 점점 현기차에 대한 애정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는 분들의 마음을  어떻게 되피워낼 수 있을까요? 현기차는 무시해선 안됩니다. 잘못된 점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고수의 태도입니다. 마냥 아니다. 틀리다. 잘못됐다.라며 발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고수가 아니죠.

VW을 무조건 좋아하고 옹호하려는 의도로 이 포스팅을 한 게 아닙니다. 오해없길 바랄게요. 한국의 내수 1위와 독일의 내수 1위 업체를 놓고 그들에게 일어나는 비판 혹은 비난의 같거나 다른 점을 이야기하다 보니 마치 VW을 절대적인 위치에 올려놓은 것 처럼 되었지만 굳이 이 회사에 저의 깊은 애정을 담아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우나고우나 한국메이커, 한 때 내가 즐겨탔고 차에 대한 꿈을 꾸게 했던 그 메이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무쪼록, 현기차가 많이 파는 메이커가 아니라 많은 응원의 박수 받는 그런 메이커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