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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누가 가장 빠르지?' SUV 제로백 TOP 10

자동차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우리는 흔히 제로백이라고 부릅니다. 표기할 때는 0-100km/h라고 하면 되는데 이걸 부를 때 명칭이 마땅치 않아 누군가 (누군지는 모름) 이렇게 간단하게 단어를 만들었고, 입에 짝 붙는 덕에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0-100km/h가 몇 초가 걸리느냐는 고성능 자동차를 따지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죠. 제로백은 마력, 토크, 차량 무게, 엔진 용량, 타이어 종류, 파워트레인 밸런스 등, 여러 요소가 종합해 만들어내는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로백, 그러니까 정지 상태에서 차가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차의 종합적인 달리기 성능은 좋을 확률이 높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위기 상황에서 제로백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날카롭게 비판을 하는 분도 있고, 또 고속도로 최고 제한속도 110km/h인 나라에서 고출력 차 따지는 게 소용 있는지 모르겠다고 씁쓸하게 혀를 차는 분도 계십니다. 틀린 지적 아닙니다. 그래도 질주에 대한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뜯어말리기 힘든 부분이고, 그래서 전기차 시대가 된다고 해도 '제로백' 경쟁(?)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실 자동차 제로백은 일반적으로 10초 미만이면 훌륭합니다. 5초 이하면 대~단한 것이고, 현재 기준으로 봐도 3초대에 들어갈 자동차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리막과 같은 신생 전기차 브랜드가 만든 스포츠카는 2초 벽을 허물며(1.9) 전혀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버렸죠. 그렇다면 SUV는 어떨까요?

 

덩치 크고 둔하고, 최저지상고 높아 상대적으로 고속질주에 어려움이 있는 SUV는 제로백과는 거리가 있는 차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SUV가 고성능 딱지를 붙이고 질주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간 스포츠카들이 점령하던 3초대 제로백 세계로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SUV가 제로백 최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까요? 2021 8월 기준으로 가장 제로백이 짧은 10개의 모델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프랑스의 한 자동차 매체가 다룬 내용이었는데 순위에 다소 문제가 있어 보여 제가 다시 정리를 했습니다. 순위 기준은 제조사가 제시한 제로백이고, 제로백이 같을 경우 마력이 낮은 차를 더 높은 순위에 놓았습니다. 만약 마력 역시 동일했다면 최대토크(Nm)가 낮은 것에 가산점을 두었습니다.

 

그렇게 했음에도 동률일 때는 다시 공차중량, 엔진 배기량, 최고속도 등까지 따질 생각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렇게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럼 10위부터 역순으로 결과를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 전문 튜너들이 만진 경우는 모두 제외했습니다. 양산 브랜드가 내놓은 순정 상태가 기준이라는 점 참고 바랍니다. (모든 수치는 현재 판매 중인 모델 기준)

 

10위 : 아우디 RS Q8 (3.8초)

사진=아우디

4.0리터 트윈터보 V8 엔진의 최대 출력은 600마력(PS), 최대 토크 800Nm을 자랑합니다. 최고 속도는 250km/h이지만 다이내믹 플러스 팩이 포함된 경우 최대 305km/h까지 달릴 수 있죠. 아우디가 내놓은 쿠페 SUV로 스타일과 성능 모든 면에서 독일 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 그런 고성능 SUV입니다.

 

9위 : 메르세데스 AMG GLC 63 S (3.8초)

사진=다임러

역시 4.0리터급 트윈 터보 V8 엔진이 들어가 있는 이 중형급 SUV는 아우디 RS Q8과 같은 제로백 3.8초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출력이 510마력(PS)으로 더 낮아서 그 기준에 따라 하나 높은 순위인 9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대 토크 700Nm, 최고 속도는 280km/h, 상위 모델인 메르세데스 AMG GLE 63 S 역시 제로백 3.8초로 AMG GLC 63 S와 같았으나 출력과 토크, 배기량 등, 모든 면에서 더 크고 많았기 때문에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BMW X6 X5M 컴페티션 (둘 다 제로백 3.8) 10위 밖이었는데요. 600마력이 넘는 출력과 큰 토크, 그리고 최고 속도 등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제로백 3.8초라는 것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아우디와 메르세데스 AMG GLC 등과 같은 순위에 있어야겠죠? ! 그리고 680마력의 포르쉐 카이엔 터보 S E-하이브리드 역시 제로백 3.8초로 같은 그룹에 넣을 수 있습니다. (독일 SUV들이 제로백 3.8초에 잔뜩 모여 있네요)

 

8위 : 알파로메오 스텔비오 콰드리폴리오 베르데 (3.8초)

사진=알파로메오 

3.0리터급 트윈터보 V6 엔진이 들어가 있습니다. 페라리가 알파로메오를 위해 만들었다는 엔진이라고도 하죠. 여기에 역시 같은 그룹 내 브랜드인 지프의 SUV 만들기 노하우 역시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그룹의 도움을 많이 받아 나온 모델인 만큼 유럽에서 화제였습니다. 워낙 스타일도 뛰어나고, 수십 년 만에 알파로메오가 내놓은 SUV라는 점도 관심을 끌게 했지만 판매량이 기대만큼 나오진 않아 알파로메오가 아쉬워하지 않을까 싶네요.  

 

7위 : 테슬라 모델Y 퍼포먼스 (3.7초)

사진=테슬라

테슬라가 내놓은 중형급 전기 SUV인 모델Y, 그중에서도 513마력의 퍼포먼스 트림은 3.7초라는 대단한 제로백 실력을 보여줍니다. 최고 속도가 241km/h이며, 순박한(?) 얼굴과 스타일을 하고 있지만 단거리 가속 능력만큼은 어지간한 스포츠카들이 따라갈 수 없죠!

 

6위 : 포드 머스탱 마하 E GT (3.7초)

사진=포드

포드가 머스탱이라는 자신들의 대표적인 모델명을 이식한 487마력의 이 전기 SUV는 포드의 고성능 전기 SUV 성공을 가늠해볼 수 있는 그런 모델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갑니다. 퍼포먼스 에디션의 경우 제로백이 3.5초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강력함을 자랑하죠. 유럽 등에서는 퍼포먼스 에디션이 판매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순위는 기본형의 제로백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최고 속도는 200km/h로 가장 낮아 최고 속도에 민감한 분들이라면 조금 아쉽게 느낄 수도 있을 듯한데요. 테슬라 모델Y와 제로백이 같지만 낮은 출력 때문에 상위 순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북미는 물론 유럽에서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듯한데, 과연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5위 : 람보르기니 우루스 (3.6초)

사진=람보르기니

4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이 들어간 우루스는 650마력(PS)에 최대 토크 또한 850Nm으로 강력한 스펙을 자랑합니다. 최고 속도는 305km/h. LM002로 아픈 경험이 있는 람보르기니의 SUV 도전은 우루스를 통해 완전히 과거 상처를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아우디 엔진이 들어갔고, 없어서 못 팔 정도의 인기 모델로 바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같은 집안 모델인 벤틀리 벤테이가와 최고 속도 경쟁을 펼치는 것으로도 자동차 팬들의 관심을 끌었죠. 참고로 벤테이 첫 모델이 시속 301km로 가장 빠른 양산 SUV의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얼마 후에 나온 우루스(305km/h)에게 타이틀을 넘겨주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벤테이가 스피드(306km/h)를 통해 벤틀리는 빼앗겼던 타이틀을 되찾아 왔습니다. 다만 제로백의 경우 벤테이가 스피드는 3.9초로 우루스와 차이를 보였습니다.

 

4위 : 닷지 듀랑고 SRT 헬캣 (3.5초)

사진=닷지

무려 720마력(PS)의 출력, 최대 토크 875Nm, 최고 속도 290km/h를 자랑하는 미국산 괴물 닷지 듀랑고 헬캣은 생산과 동시에 품절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졸지에 귀한 모델이 되고 말았고, 매년 소수의 모델만 한정 판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닷지 챌린저와 같은 심플한 디자인 미학을 찾기는 어려운 두툼한 SUV이지만 미국인들에겐 너무나 매력적인 고성능 SUV로 다가선 느낌입니다.

 

참고로 미국의 튜닝 업체인 헤네시 퍼포먼스 엔지니어링이 닷지 듀랑고 SRT 헬캣을 다듬었는데 출력이 무려 1,026PS, 최대 토크는 1,314Nm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건지 놀랍기만 합니다.

 

3위 : 지프 그랜드 체로키 트랙호크 헬캣 (3.5초)

사진=지프

지프의 최상급 SUV 그랜드 체로키에 위에 소개한 듀랑고에 들어간 SRT 헬캣 엔진(체로키 트랙호크에 먼저 장착됨)이 들어가 있는 사륜구동 모델로, 빠르게 달리는 것만큼 제동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고성능 SUV입니다. 듀랑고 SRT 헬캣과 같은 최대 토크와 최고 속도를 보여주는데, 유럽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죠. 앞으로 이런 고성능 모델들 만나기 더 힘들어질 듯합니다. (순정 700마력이 넘는 SUV들이라니...)

 

2위 : 포르쉐 카이엔 터보 GT (3.3초)

사진=포르쉐

640마력밖에(?) 안 나오는 출력이지만 8기통 엔진이 들어간 이 독일산 SUV는 최고 속도 300km/h에 제로백 3.3초라는 엄청난 성능을 보여줍니다. 특히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7 38 925만에 주파해 양산 SUV 중 가장 빠른 서킷 기록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요. 이 신형의 경우 기존 쿠페보다 전고가 더 낮아지면서 공기 저항을 줄이는 등, 더욱더 달리기 능력을 키우는 것에 신경을 썼습니다. 올 연말에 한국에 들어올 거 같은데, 얼마나 잘 팔려나갈지 안 봐도 충분히 예상이 됩니다.

 

1위 : 테슬라 모델X Plaid (2.6초)

사진=테슬라 

제로백 3초의 벽을 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테슬라 전기 SUV 모델X는 대단합니다. 출력은 무려 1020마력(PS)! 거기다가 완충 후 주행 거리 역시 547km까지 나오며 충돌 테스트에서도 역대급 성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조립 품질의 아쉬움을 제외하고 현존 최고의 고성능 전기 SUV가 아닌가 싶습니다.

 

테슬라 모델S가 고급 전기차 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면 모델X는 고급 전기 SUV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 모두를 아우르는 멋진 SUV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떤 전기 SUV, 언제쯤 모델X의 이 기록을 깰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