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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독일인들의 한국∙일본 자동차 브랜드 평가 '현대차 2위...1위는?'

얼마 전입니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중 하나인 아우토차이퉁이 짧은 소식 하나를 전했습니다. 꽤 흥미로웠는데요. 독일에서 자동차를 파는 아시아 브랜드들의 호감도 순위를 발표한 겁니다. 매년 진행하는 브랜드 이미지 조사의 일환으로, 20개의 카테고리별로  14,000명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들이 답한 결과를 평균화해 그것으로 순위를 매겼습니다.  바로 순위부터 확인해볼까요?

 

아시아 자동차 브랜드 중 어디를 최고라고 생각하는가?

1 : 토요타 (18.3%)

2 : 현대자동차 (17.3%)

3 : 기아 (14.9%)

4 : 마쯔다 (13.6%)

5 : 렉서스 (12.0%)

6 : 혼다 (10.7%)

7 : 닛산 (9.6%)

8 : 미쓰비시 (8.1%)

9 : 스바루 (7.9%)

10 : 스즈키 (7.6%)

11 : 쌍용자동차 (5.8%)

사진=현대차 

11개의 한국과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비교적 골고루 표를 받은 듯한데요. 토요타는 꾸준히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아시아 자동차 회사였고, 렉서스의 경우 판매량은 이름값에 비해 부끄러운 수준이나 그래도 유일하게 현재 유럽에서 판매 중인 아시아 럭셔리 브랜드라는 점에서 좋은 이미지로 비치는 듯합니다.

 

하지만 해당 매체가 주목한 것은 2위와 3위를 차지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였습니다. 아우토차이퉁의 기사를 요약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일본 브랜드가 유럽에 진출한 초기에는  웃음거리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독일 자동차들을 위협하는 단계까지 오면서 긴장을 했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그들은) 오히려 퇴보했고, 고급 차 리그엔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대신 한국 자동차들이 오랜 시간 끝에 일본 차들을 추격했고 독일에서도 성공적이다.'

 

사실 한국 자동차들은 70년대 말 포니를 시작으로 유럽에 진출해 2010년 이전까지 30년 넘게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사이 현대나 기아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죠. 파격적인 보증 기간 등, 좋은 서비스 제공은 물론, 성능과 품질도 많이 끌어 올리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이런 긍정적 반응, 그리고 평가는 아우토차이퉁 외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판매량이 이를 잘 설명해줍니다.

 

2020년 독일 내 한국과 일본 자동차 브랜드 판매량 비교 (자료=독일자동차청)

1 : 현대자동차 (105,051 / 전체 순위 10)

2 : 토요타 (77,176 / 전체 순위 12)

3 : 기아 (64,296 / 전체 순위 13)

4 : 미쓰비시 (44,985 / 전체 순위 18)

5 : 마쯔다 (44,346 / 전체 순위 19)

6 : 닛산 (34,765 / 전체 순위 21)

7 : 스즈키 (22,415 / 전체 순위 23)

8 : 혼다 (11,696 / 전체 순위 28)

9 : 스바루 (5,407 / 전체 순위 30)

10 : 렉서스 (3,530 / 전체 순위 31)

11 : 쌍용자동차 (1,715 / 전체 순위 36)

지난해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아시아 자동차는 현대차의 코나였다. 코나 EV의 활약이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사진=현대차

판매량만 놓고 보면 현대자동차가 압도적입니다. 기아도 토요타를 바짝 뒤쫓고 있고요. 렉서스 판매량은 자존심 상할 그런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왕 본 거, 유럽(EU) 전체 순위는 어떤지 그 결과도 보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 유럽 내 한국 및 일본 자동차 판매량 비교 (자료=카세일즈베이스닷컴)

1 : 토요타 (641,597 / 전체 7)

2 : 기아 (420,175 / 전체 13)

3 : 현대자동차 (418,536 / 전체 14)

4 : 닛산 (288,165 / 전체 18)

5 : 스즈키 (171, 798 / 전체 20)

6 : 마쯔다 (149,794 / 전체 21)

7 : 미쓰비시 (101,824 / 전체 24)

8 : 혼다 (81,247 / 전체 26)

9 : 렉서스 (47,085 / 전체 29)

10 : 스바루 (19,244 / 전체 35)

11 : 쌍용자동차 (9,555 / 전체 36)

지난해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아시아 자동차는 토요타의 소형 해치백 야리스였다 / 사진=토요타

유럽에서는 현대가 아닌 토요타가 가장 많이 팔렸네요. 현대자동차는 2019년 기아보다 더 팔았지만 지난해엔 기아에 밀리고 말았습니다. 눈에 띄는 건 렉서스인데 독일이든 유럽 시장 전체이든, 어디서든 판매량이 이름값만큼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요?

 

더 치열해질 유럽 시장에서의 한일 경쟁

일본 브랜드가 지금까지는 그간 쌓아온 좋은 이미지로 유럽인들에게 어필을 했다면 이젠 한국 브랜드의 강력한 도전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와 기아는 스타일에서도 갈수록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성능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으며, 7년과 5년 무상보증의 힘은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합니다.

 

또한 평가가 나쁘지 않은 배터리 전기차, 그리고 시장 선점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수소전기차 등을 앞세워 친환경 브랜드로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시기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가 유럽에 진출해 어떤 결과를 낼지는 모르겠지만 렉서스가 고전하는 것으로 봐서는 역시 쉽지 않을 듯하고, 따라서 친환경 자동차 브랜드에 더 집중해 미래 시장을 대비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 아닐까 합니다.

사진=현대 
쏘렌토가 연초부터 영국과 폴란드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사진=기아

가끔 너무 자신감에 찬 나머지 신차 론칭 때마다 독일 차를 따라잡았다느니, 오히려 독일 차보다 더 낫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는데, 유럽 소비자나 언론 앞에서 현대나 기아차가 독일 차보다 더 낫다고 말한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걸로 봐선 그런 멘트는 국내 시장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그것도 삼가는 게 좋습니다.)

 

물론 토요타나 닛산, 혼다 등이 유럽 시장에서 계속 뒷걸음질만 하진 않을 겁니다. 전기차에 다소 늦게 뛰어들었지만 유럽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일본 전기차들이 줄줄이 출시 준비 중이죠. 또 여전히 품질에 대한 신뢰도 높기 때문에 쉽게 한국 브랜드에 아시아 1위 자리를 내주지는 않을 겁니다. 먼 유럽 대륙에서 펼쳐지는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경쟁을 유럽 운전자들도 흥미롭게 지켜보지 않을까 합니다.  

14,000명 독자 투표로 결정된 아시아 자동차 이미지 순위 / 출처=아우토차이퉁 E-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