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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요즘 독일에서 잘 팔리는 전기차들

독일은 누구나 아는 자동차 강국이죠. 기계 엔지니어링에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특히 엔진과 변속기 제조 능력, 그리고 이를 절묘하게 조립하는 조합 능력 등을 통해 시장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배터리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 중입니다. 잘 조련된 엔진으로 세계 시장을 휘젓고 다닌 독일 브랜드들이 이제 전기차 기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에서도 치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독일 내수 시장도 이런 자국 기업의 전략에 호응이라도 하듯 전기차 판매량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청의 자료를 봤더니 2021 1월부터 7월까지 독일에서 팔린 전기구동 방식의 신차는 368,163대였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자가용 판매가 1,627,282대였으니까 전기구동방식 자동차 판매 비중이 22.6%로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기구동방식 자동차는 배터리전기차, 수소전기차,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포함한 것입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순수배터리 전기차 판매 대수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기 때문에 판매량 역전이 빠르면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 9천 유로(한화 약 12백만 원)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올린 것이 전기차 판매량 증가의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는데요. 그 보조금의 절반을 완성차 업체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이라 얼마나 마진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익 구조를 따지기보다는 전기차 전체 파이를 시장에서 늘리는 게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고가의 전기차뿐만 아니라 아주 가격 부담이 적은 경형 전기차, 소형 전기차 등이 빠르게 시장에 풀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전기차가 독일에서 잘 팔리고 있을까요? 현재 독일에서 팔리는 전기차는 대략 60여 종 전후입니다. 8월까지 누적된 순수 배터리전기차 판매량은 203,040대이니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수소전기차(소수)를 제외하면 비중이 11%가 넘습니다. 불과 2~3년 전까지 5% 수준에도 오지 못하던 걸 생각하면 정말 빠른 성장이 아닐 수 없네요. 이런 성장세를 이끄는 모델들 10가지, 한번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1년 독일 배터리전기차 판매 순위 10 (1~8월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 자료출처=독일자동차청)

 

1 : 폴크스바겐 e-UP (20,438)

사진=VW

 

2 : 폴크스바겐 ID.3 (18,845)

사진=VW

 

3 : 테슬라 모델 3 (17,154)

사진=테슬라

 

4 : 현대자동차 코나 EV (12,431)

사진=현대자동차

 

5 : 르노 Zoe (12,220)

사진=르노

 

6 : 스마트 EQ 포투 (10,160)

사진=다임러

 

7 : 폴크스바겐 ID.4 (8,192)

사진=VW

 

8 : 피아트 e-500 (7,152)

사진=피아트

 

9 : BMW i3 (7,024)

사진=BMW

 

10 : 오펠 코르사-e (6,700)

사진=오펠

1위부터 10위까지 전기차를 보면 테슬라 모델 3를 제외하면 모두 C세그먼트 이하의 작은 것들입니다. 마진에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모델들이 대부분이란 얘기죠. 1위를 차지한 e-UP의 경우를 볼까요? 판매가는 17,941유로인데 보조금이 포함되면 가격은 더 낮아집니다. 제조 단가는 여전히 높은데 싸게 팔고 있으니 이익이 날 수 없겠죠? 실제로 폴크스바겐 회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e-UP 하나 팔 때마다 5천 유로( 690만 원) 손해를 입고 있습니다.

 

아니, 이렇게 손해를 보면서까지 차를 팔아야 하는 걸까요? 부가티도 아닌 것이 말이죠. 그런데 이산화탄소 초과배출에 따른 엄청난 벌금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끌고, 브랜드 전체 판매 볼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등, 긍정적인 면도 있기 때문에 제조사는 현재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아우디나 포르쉐, 벤츠 등이 내놓는 1억 전후의 고가의 전기차도 독일 내에서 비교적 잘 팔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우디 e-트론(1~8월 누적 5,318)이 가장 고가 전기차 중엔 많이 팔리고 있으며, 벤츠 EQC(1~8월 누적 판매량 2,781)와 포르쉐 타이칸(2,607)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종류가 늘면 판매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까지 간단히 독일에서 잘 팔리는 전기차는 어떤 것들인지 살펴봤습니다. 아직은 A세그먼트와 B세그먼트 중심으로 많이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장거리를 운행하거나 연간 주행거리가 많은 경우 여전히 엔진 자동차에 의존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용량 전기차의 필요성이 크지 않고, 따라서 현재 독일에서 많이 팔리는 전기차는 도심에서 주로 생활하는 운전자들에 집중되어 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하지만 엔진이 시장 주도권을 잃게 되는 언젠가, 그때가 되면 전기차 주행 거리는 또 지금과 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크고 작은 다양한 세그먼트의 전기차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근데 이런 전기차 순위 들여다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자동차)세상 참 많이 바뀌었구나'라는 소리가 나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