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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정말 미래는 없나?' 디젤차를 향한 작은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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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에 미래가 있을까요? 5년 전 이런 질문을 했다면 트렌드를 모르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 취급을 당했을 겁니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를 기점으로 흐름은 급격하게 바뀌었고, 이젠 누구도 디젤을 자동차의 밝은 미래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디젤차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조차 계속 판매량이 줄어드는 등, 디젤과의 작별은 당연해 보입니다.

사진=보쉬

그런데 이런 디젤 엔진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독일인데요. 좀 더 정확하게는 독일과 일부 유럽 자동차 업계라 해야겠습니다. EU와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갈수록 더 강력해지고 있고,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은 날이 갈수록 덩치를 키워가는 중입니다.

그런데도 디젤에 관심을 두는 것은 여전히 완전한 전기차 시대가 되기 전까지 경제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 디젤 엔진이 역할을 일정 부분 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배출가스 유로 6 기준을 충족하는 디젤 자동차의 경우 동급 가솔린 자동차보다 평균적으로 15% 정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디젤 게이트를 촉발한 질소산화물, 그리고 디젤차가 새카맣게 내뿜는 분진에 의한 인체와 환경 위해성입니다.

분진의 경우 미립자 필터를 장착함으로써 90% 이상 해소가 됐죠. 필터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필터 강제 탈착이라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요즘 디젤차 뒤에서 시커먼 매연(분진)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질소산화물입니다. 2021년 이후부터는 킬로미터 당 질소산화물이 80mg 이상 나오면 안 됩니다. 일부 획기적으로 배출량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투아렉 TDI의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10~20mg/km 수준으로 낮췄다 / 사진=폭스바겐

그래서 독일은 물론,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곳곳에서 질소산화물 감소를 위한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이 많은 도전 중 현재 기계적으로 가장 현실적 성과를 보이는 곳은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입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회사이자, 공구, 그리고 세탁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생활 가전 등을 만드는 곳이죠.

역시 핵심은 이동성 부분입니다. 전기차, 수소트럭,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 등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죠. 그런데 조용히, 하지만 끈질(?)기게 디젤자동차에 대한 도전도 펼치고 있습니다. 사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디젤 게이트가 바로 보쉬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말미암아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작년엔 끝까지 자기들은 억울한 입장이라며 항변을 하던 보쉬가 독일 검찰이 내린 9천만 유로의 벌금을 더는 버티지 않고 수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렇다면 보쉬는 왜 디젤차에 확신을 보이는 걸까요?


1. 질소산화물 평균 배출량 13mg/km

 2018 4월이었죠. 보쉬 회장 폴크마 덴너는 혁신적인 디젤 기술을 선보이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7세대 골프 디젤 모델 위에 이동 측정 장비를 달고 실제 도로(고속도로, 국도, 도심)를 달리며 질소산화물을 측정했더니 당시 기준이었던 120mg/km의 거의 1/10 수준인 평균 13mg/km만 배출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가장 문제가 되는 도심 주행에서도 배출값은 40mg/km이었습니다.

골프 디젤 모델이 이동 측정 장치를 달고 테스트 중이다 / 사진=보쉬

연료 분사 장치 개선, 요소수의 분사 방법 개선, 그리고 배기 시스템 개선 작업 등을 통해 이뤄낸 결과였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고,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고 현재 디젤차 구조를 조금 개선하는 정도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2년 반이 지나 독일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가 자체적으로 보쉬의 주장이 맞는지 도로에서 실험을 해봤습니다. 그 결과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값은 킬로미터당 5mg 이하였습니다. 보쉬팀이 목표로 했던 10mg/km보다 더 낮은 결과였습니다.

그간 센서 기술을 더 다듬었고, 배기가스 재순환 제어가 더 정교해졌으며, 촉매 위치의 변경하는 등 개선 작업을 통해 이뤄낸 것이라는 게 보쉬 측의 이야기였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해도 원가 상승 요인은 거의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2. 친환경 합성 디젤 연료의 등장

보쉬는 2019년 다시 한번 새로운 디젤 관련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번에는 핀란드에서 개발된 연료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바이오 연료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핀란드 정유회사 네스테(NESTE)의 새 디젤(Renewable Diesel)은 폐기물과 식용유 원료 등, 재생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석 디젤 연료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100% 재생 가능한 원료만을 이용했습니다.

재생 가능한 합성 디젤유 / 사진=네스테

자동차 생산부터 주행까지의 이산화탄소 총량을 측정하는 웰투휠(Well-to-wheel) 방식에선 기존 디젤차보다 최고 65%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연료를 수입하는 독일 회사 툴퓨얼의 주장이었습니다. 네스테 역시 온실가스를 최대 90%까지 줄인다고 밝히고 있죠. 또한 미세먼지 35%, 일산화탄소 30%, 질소산화물 35%씩 줄일 수 있다는 핀란드 기관의 조사 결과였습니다.

아데아체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보쉬의 테스트 모델 7세대 골프 2.0 TDI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킬로미터 당 139g입니다. 그런데 케어 디젤을 사용했을 때는 46g/km으로 계산됐습니다. 67% 줄어든 결과니까 제조사의 주장과 일치합니다. 이 재생 가능한 친환경 연료는 최대 영하 38도까지 견디는 내한성을 보이며, 노화에 강하고, 오일 교환 간격을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다고 합니다.

네스테의 합성 디젤유가 만들어지는 설명도. 독일에선 케어디젤로 부른다 / 출처=툴퓨얼

디젤 박테리아에 강하고 소음 감소 효과도 보인다는 게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기존의 화석 디젤유와 섞어 쓸 수가 있다는 점, 그리고 어떤 기계적 개선 없이 연료만으로도 이런 효과를 거둔다는 점에서 많은 언론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네스테는 실제로 네덜란드, 스웨덴, 그리고 미국 등에서도 이 재생 디젤유에 대한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캐나다 퀘벡주가 관련 연료 사업에 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독일은 최근 이 독특한 연료를 연방 환경부가 승인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포커스와 같은 언론은 강하게 환경부의 정책을 비판했죠. 실제로 독일 교통부 장관은 환경부 결정에 반대하며 연료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또한 일부 주에서는 연방 환경부 결정과 상관없이 몇 주유소에서 판매를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네스테 합성 디젤유(왼쪽)와 일반 화석 디젤유(오른쪽) 비교 / 사진=네스테

네스테 개발 디젤유만큼은 아니지만 독일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R33 블루 디젤이라는 합성유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화석 디젤유에 수소 첨가 식물성 오일과 식용유 등, 재생 가능한 재료가 33% 섞여 최대 20%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디젤 기술, 디젤유의 다양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디젤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유럽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쉘이 개발한 R33 블루디젤 / 사진=폭스바겐


3. 미세먼지 90% 감소시키는 브레이크 디스크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차이퉁은 시내 일대를 돌아다니는 보쉬의 테스트 차량에 대한 보도를 한 바 있는데요. 앞서 소개한 질소산화물 감소, 그리고 재생 가능한 디젤유 적용 문제 외에 한 가지 소식을 더 전해졌습니다. 바로 제동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는 금속 코팅 브레이크 디스크가 장착되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iDisc라고 이름 붙여진 이 브레이크는 일반 주철 브레이크 디스크를 특수 처리한 후 그 위에 텅스텐 카바이드로 만든 강한 금속 코팅제를 입혀 제동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크게 줄였습니다. 이 브레이크 시스템은 몇 년 전부터 포르쉐에 납품이 되면서 실제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포르쉐 표면 코팅 브레이크(pscb) / 사진=포르쉐

사실 이러한 친환경 브레이크 시스템이 꼭 디젤차에만 달릴 이유는 없겠죠. 보다 많은 차에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적용될 수만 있다면 (간과해선 안 될) 브레이크와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자동차 미세먼지 대책이 좀 더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보쉬와 같은 자동차 관련 기업은 기술을 통해 디젤 자동차가 전기차 시대가 오기 전까지 충분히 환경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네스테 같은 디젤유 개발 회사 또한 최대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이동성 솔루션이 많아야 하고, 재생 가능한 디젤유가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안으로써의 디젤

요소수 / 사진=다임러

무슨 이야기를 해도 전기차로 돌아선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장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통해 차를 제작하지 않는 이상, 또 환경에 무해한 배터리가 나와 모든 전기차가 그렇게 소비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대안을 찾는 노력과 그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디젤을 무조건 옹호하려는 것도, 관련 기업들을 띄우려는 어떤 의도도 없습니다. (자동차 관련) 미세먼지 정책이나 사회 인식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 다른 길,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을 혹 못 보고 지나치는 건 아닌지 함께 생각해 보자는 뜻입니다. 디젤에 희망을 걸고 도전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그 노력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깨끗한 세상으로 가는 길이 꼭 큰길만 있는 건 아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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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r0203 2020.12.07 11:17

    굳이 신차를 내는 게 아니더라도, 이미 기존에 많이 깔려 있는 노후디젤차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면 완전 무의미하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차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제 사정이라는 게 있으니, 전기차로 넘어갈 여유가 생길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면 합성디젤유같은 시도들이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그렇죠. 연료가 됐든, 아니면 신차 플랫폼에 기계적 투입을 통해 개선이 됐든, 어떻게든 환경, 경제성 등에 도움이 된다면 관심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굳이 무조건 아니라며 외면만 할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