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고 한다지만 영하 15도까지 최저 기온이 떨어지는 건 겨울 낭만으로만 보긴 어렵죠. 어쨌든 겨울엔 두꺼운 겨울옷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데 이 두꺼운 옷을 입고 차를 타거나 또는 운전을 하는 게 자칫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독일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와 ACE의 주장인데요. 아데아체(ADAC)는 유료 회원 2천 1백만 명의 독일, 아니 유럽 최대 규모의 자동차 클럽입니다. ACE는 오토 클럽 유럽(Auto Club Europa)의 약자로 아데아체의 규모에 비교할 수 없지만 1965년부터 독일의 넘버 2 자동차 클럽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약속이나 한 듯 이 두 클럽이 두꺼운 옷 입고 차 타는 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위험하다며 회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첫째 : 안전벨트 관련
첫 번째 이유는 안전벨트 착용 상태에서 사고 시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꺼운 겨울옷을 입은 어른과 어린이용 더미로 실험을 했습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시속 16km의 속도로 정지를 한 겁니다. 이는 보통 도시 교통(독일 기준)에서 후방 추돌이 일어났을 때와 비슷한 속도가 된다고 하네요.
이 시뮬레이션 결과 어른과 어린이 모두 복부에 상처가 생겼습니다. 더 심하면 내장의 연조직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실험을 진행한 전문가들의 분석이었습니다. 비상 제동만으로도 사고가 난다는 건데요. 그 이유는 두꺼운 겨울옷으로 인해 안전벨트와 탑승자의 몸 사이에 공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안전띠의 위치도 바뀌고 공간이 생기면서 충돌 시 몸을 안전하게 띠가 잡아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ACE는 최악의 경우 몸이 안전띠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사실 교통안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편이지만 이런 부분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한편으론 조금 과한 분석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결국 사고는 작은 틈을 타고 들어와 생기는 것일 테니까요. 확률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하의 기온인데 추워서 어떡합니까? 자동차 히터가 역할을 하려면 최소 시동을 걸고 5분 정도는 걸릴 텐데 말이죠. 일단 ACE는 아이들의 경우 외투를 벗기고 담요 같은 것으로 몸을 감싸주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담요는 저 개인적으로도 자동차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울철 특히 고속도로 등에서 갑자기 문제가 생겨 차가 막히거나 히터 고장으로 장시간 노출이 되어야 할 경우 담요는 아주 요긴합니다. 또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도 담요는 급한 대로 안전한 지대로 부상자를 옮기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또는 부모님을 모시고 먼 거리 운전해야 한다면 형광조끼, 작은 소화기, 삼각대 등과 함께 담요도 꼭 챙기셨으면 좋겠네요.
두 번째 : 숄더 체크 관련
숄더 체크라는 말 자체를 처음 들어본다는 어느 운전자의 글을 본 기억이 나네요;; 차로 변경에서 숄더 체크, 그러니까 사이드나 룸미러가 아닌, 직접 운전자가 고개를 돌려 후방 도로 상황을 체크하며 차로 변경을 시도하는 것을 숄더 체크라고 합니다. 운전면허 실기 시험에서 이는 감독관이 체크해야 하는 기본 항목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는 요즘 어떤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숄더 체크를 하는 이유는 사각지대 때문입니다. 이거 굉장히 중요하죠. 제대로 사각지대 확인 안 하고 차로 변경했다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모니터링 시스템 도움을 받는다고는 해도 숄더 체크는 습관으로 만드셔야 합니다. 그런데 두꺼운 옷, 특히 털이 달린 모자가 있는 그런 겨울철 의류는 이 숄더 체크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새롭게 알았는데 독일 같은 나라는 장갑, 목도리나 스카프 등, 겨울용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추가로 운전자에게 벌금을 물립니다. 교통법에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하네요.
ACE가 겨울용 두꺼운 옷이 왜 탑승자에게 위험하다고 했는지 처음 제목만 봤을 때 다소 의아했는데 막상 글을 다 읽고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자주 이야기했지만 안전에 대한 것은 아무리 자주 말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다 안전하자고, 그런 사회 만들자고 하는 공의의 잔소리 아니겠어요?
오늘 내용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요할 순 없습니다. 뭐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나와 동승자의 안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내용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면,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겨울철 운전 시 외투를 어떻게 처리할지 한번 고민을 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모두 안전 운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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