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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부가티 결국 팔리나?' 두 마리 토끼 잡겠다는 폴크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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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속도 400km/h가 넘는 출력 1,500마력의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 부가티(Bugatti)가 매각될 거라는 소식이 독일과 영국의 매체들로부터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특종 보도를 한 게오르크 카허 기자는 영국 카매거진과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에 같은 소식을 전했는데요. 소문만 무성하던 부가티의 구체적 매각 정보인지라 업계나 자동차 팬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론 퍼 스포츠 / 사진=부가티


부가티 왜 처분하려 하나

프랑스 하이퍼카 브랜드 부가티는 그동안 폭스바겐 그룹 안에서 철저하게 보호받았습니다. 하지만 차를 만들어 팔 때마다 천문학적 액수를 손해 보았고, 경영진은 더는 이런 손해를 감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부가티의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처분해 그 돈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전동화 계획을 위한 자금으로 보태겠다는 게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나온 폭스바겐의 계획입니다.


유력 인수 회사 리막은 어떤 곳?

그런데 부가티 인수 얘기가 나온 곳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크로아티아에 적을 둔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이기 때문입니다. 리막은 2009년에 생긴 신생 전기차 업체인데요. 젊은 설립자 마테 리막의 전기차에 대한 열정과 기술력에 매료돼 많은 메이저 자동차 기업이 이 작은 회사에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창업자 마테 리막 / 사진=리막

리막은 현재 창업자가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고, 포르쉐가 15.5%, 그리고 중국 배터리 생산 업체인 카멜그룹과 또 다른 중국 투자처가 2대 주주로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8천만 유로를 투자해 13.7%의 지분을 확보, 3대 주주의 자리에 올랐으며, 그 외에도 재규어, 코닉세그, 마그나 등이 투자를 했거나 협업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리막 조립 라인 모습. 현재 6백 명 규모이지만 2021년에는 2천 명까지 회사 인력을 늘릴 계획 / 사진=리막


왜 리막은 부가티를 원할까?

창업자 마테 리막(크로아티아에서는 리마쯔라고 부른다고)은 지난 7월 부가티 본사인 몰스하임을 방문했고 당시 큰 감동을 받은 것으로 언론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리막은 현재 1914마력의 C-Two 전기 스포츠카 양산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단순히 테슬라의 경쟁사가 아닌, 최고 수준의 하이퍼 전기차를 만들고, 그렇게 브랜드를 키우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리막에게 부가티는 가장 잘 어울리는 자동차 회사라 할 수 있습니다. 부가티의 고성능 자동차 만드는 기술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배터리 구성, 모터 개발 능력, 그 외에 커넥티드와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잘 융합할 수 있다면 단번에 미래를 이끄는 전기 하이퍼카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시를 앞둔 C-Two / 사진=리막


비용 마련은 어떻게?

포르쉐의 등장

현재 부가티는 브랜드 가치가 과거보다 많이 떨어져 우리 돈으로 1조 원 이하에 인수가 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리막은 이런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포르쉐가 리막의 지분을 인수하고 그 조건으로 부가티를 넘기는, 일종의 스왑딜 형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게 실제로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포르쉐는 리막 지분을 49%까지 늘릴 수 있다고 게오르크 카허 기자는 전했습니다. 물론 손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이미 폭스바겐 그룹 경영진은 이 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최종적으로 감독이사회의 허락을 받지 못한 상태인데요. 그렇다면 왜 폭스바겐 그룹 감독이사회는 최종 승인을 주저(?)하는 것일까요?

 

피에히 유산 처리

부가티는 지난해 사망한 전 폭스바겐 그룹 회장이자 감독이사회 의장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각고의 노력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최고의 자동차 기술로만 만들 수 있는 부가티를 통해 그룹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것은 물론 엔지니어링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얼마가 손해든 그는 개의치 않았죠. 하지만 현재 경영진들은 다른 생각입니다.  앞서 소개했듯 재정 부담을 주는 부가티는 처분 대상일 뿐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폭스바겐 그룹 대주주 중 하나가 피에히 가문이라는 겁니다.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딸 루이제 피에히의 자식들인 피에히 가문은 포르쉐와의 인수전에서 승리하는 등, 폭스바겐 그룹을 지금의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포르쉐가문과 함께 그룹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열정을 다한 부가티를 쉽게 팔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포르쉐가 등장했습니다. 리막이 부가티를 인수해도 리막의 지분을 49%까지 포르쉐가 소유하게 된다면 부가티는 계속 폭스바겐 그룹 영향 아래 놓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부가티 처분 계획을 피에히 가문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계산한 것입니다.

사진=부가티


두 마리 토끼 잡을까?

언론들은 리막의 부가티 인수 시나리오에서 포르쉐의 역할과 폭스바겐그룹의 재정적 도움에 현재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합니다. 포르쉐가 리막의 지분을 인수하게 되었을 때 얻게 되는 거대한 이익에 대해서는 다들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앞서 설명해 드렸듯 리막은 현재 가장 뜨거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회사입니다. 2017년 중국 카멜그룹의 거액 투자부터 시작해 전기차에 관심이 있는 웬만한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든 뛰어들려 하고 있습니다. 리막의 지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도 이 회사의 장래를 아주 밝게 보기 때문이죠.

폭스바겐그룹은 전기차에 있어서 도전자 위치에 있습니다. 리막과 같은 높은 전기차와 전동화 기술을 성취하기까지 큰 비용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리막을 인수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단번에 그들의 노하우를 얻게 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인수는 현재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다만 부가티에 리막 창업자가 매료돼 있고, 폭스바겐은 부가티를 마침 처분하고 싶어 합니다. 부가티를 이용해 리막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단순한 파트너 지위를 넘게 됩니다.

몰스하임 본사 전경 / 사진=부가티

정리를 해보죠. 리막에 부가티를 넘기고 포르쉐가 리막 지분 절반 가까이 갖는다면 폭스바겐그룹은 부가티 경영에 따른 손해를 줄이고 전기차와 전동화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부가티를 완전히 떠나보내는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든 그룹과 연결고리를 갖게 됩니다. 무엇보다 전망 밝은 리막과 다양한 미래를 그릴 수 있고, 리막의 노하우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폭스바겐에 이익이 되는 거래입니다. 과연 리막의 부가티 인수는 폭스바겐이 바라는 그림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그 결과가 어느 때보다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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