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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잘 모르는 메르세데스 S-클래스의 몇 가지 이야기

S-클래스 신형이 공개됐습니다. 눈을 찡그리게 하는 뉴스밖에 없는 요즘, 모처럼 독일인들은 새로운 자국 플래그십 세단 등장 소식에 반가워했는데요. S-클래스는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독일 내에서도 이견이 그리 크지 않는, 최고의 세단으로 여겨집니다. 언론도 더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쏟아내는 중이죠.

2020년 신형 S-클래스(W223) / 사진=다임러

오늘은 이런 S-클래스 관련 독일 기사 중 시사지 슈피겔에 실린 것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숫자와 일화로 보는 메르세데스 S-클래스라는 제목의 기사였는데요. 안전장치에 대한 이야기부터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을 위해 S-클래스를 만든 노동자들 이야기까지, S-클래스 팬이라면 흥미를 가질 만한 그런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사에 없는 내용을 포함해 몇 가지를 간추려 제 나름 다시 정리를 해봤습니다.


2020년 신형은 7세대? 10세대? 아니면 11세대?

많은 언론이 이번 신형 S-클래스를 7세대 모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10세대라고도, 또 일부에서는 11세대 모델이라고도 하죠.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1972년 나온 W116 모델부터 공식적으로 S-클래스라는 명칭으로 불렸습니다. 116, 126, 140으로 이어지다 1998년부터는 220, 221, 222,그리고 이번의 223까지 제조명이 바뀌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준을 S-클래스라는 명칭이 시작된 W116 모델부터 본다면 7세대가 맞습니다.

W116는 S-클래스 최초의 터보차저 디젤 엔진이 장착되었다 / 사진=다임러

그렇지만 S-클래스가 나오기 전부터 메르세데스는 고급 브랜드였습니다. 당연히 S-클래스에 해당하는 플래그십(기함)이 계속 만들어졌겠죠? 영어권에서는 1954년부터 1959년까지 생산된 타입 220 a, 219, 220 S, 220 SE (W180, 105,128) S-클래스의 시작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 유명한 폰톤 디자인(헤드램프에서 이어지는 독특한 스타일의 휀다 디자인)의 모델들이죠.

W180 / 사진=다임러

하지만 독일에서는 그 이전, 그러니까 1951년부터 1954년까지 나온 타입 220 (제조명 W187)S-클래스의 시작점으로 봅니다. 전쟁 후 4기통 엔진이 들어간 자동차를 만들던 다임러가 W187 6기통 엔진을 이 모델에 넣으며 고급 차의 재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최근 나온 S-클래스를 11세대라고 하고 있습니다.

W187 / 사진=다임러

하지만 또 다른 주장도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나온 더 크고 화려한 모델 메르세데스 300 (아데나우어 수상이 타서 유명해진, 제조명 W186)S-클래스 시작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인데요. 물론 메르세데스 300의 경우 마이바흐와 같은 S-클래스 한 급 위로 놓을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1903년에 나온 심플렉스 60 hp를 기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임러 측에서 보자면 이 주장이 더 반가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벤츠의 고급 세단 역사가 하도 길다 보니 이렇게 S-클래스 원조, 그 시작을 따지는 것도 복잡한 일이 된 게 아닌가 합니다.

 Simplex 60 hp / 사진=다임러


안전의 벤츠, 그 명성의 시작은 W111부터

다임러는 1959년부터 1965년까지 W111 W112 (타입 220 b, 220 sb, 220 seb, 300 SE)를 만들었습니다. 11세대를 기준으로 본다면 3세대 S-클래스에 해당하는 모델이죠. 독특한 꼬리(핀 테일) 모양을 하고 있어 구분이 비교적 쉽습니다. W111은 벤츠가 안전한 자동차라는 것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인식시킨 모델로, 개발 과정에서 자동차끼리 서로 충돌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유명합니다. 크럼플 존 (충격 흡수 지대) 개념도 이때 대중에게 처음 알려지게 됩니다.

W111 / 사진=다임러

크럼플존을 위한 충돌 테스트 / 사진=다임러

W111은 또 볼보에서 개발한 3점식 벨트를 적용한 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안전은 이후 S-클래스인 W108로 이어지는데요. 8기통 엔진이 장착된 첫 번째 S-클래스이자 안전 스티어링 휠이 적용된 모델이었습니다. 또한 S-클래스라고 처음 명명된 W116의 경우 1978년부터는 잠금 방지 브레이크 장치 (ABS)가 들어가 능동 안전장치가 들어가며 새로운 안전의 역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또한 W116 300 SD라는 이름으로, 첫 디젤 엔진이 들어간 최초의 고급 세단의 기록도 남기게 됐습니다.

ABS를 위한 개발 테스트 모습 (W114 모델) / 사진=다임러

W116 이후에 나온 W126은 오프셋 충돌을 고려한 설계에 따라 만들어진 첫 번째 자동차이기도 했습니다. 오프셋 충돌은 전면 충돌과 달리 부분 전면, 다른 표현으로 비대칭 정면충돌을 의미합니다. 요즘 미국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도 오프셋 충돌 테스트로부터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운전석에는 에어백과 벨트 텐셔너가, 조수석에는 에어백이, 그리고 뒷좌석에 3점식 안전벨트 적용, 트랙션 컨트롤 기술 도입 등도 모두 W126(1979~1991) 때입니다.

W126 / 사진=다임러

1991년부터 생산된 S-클래스 (W140)은 차체 자제 유지 장치 ESP가 적용되며 다시 한번 안전의 플래그십이라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보쉬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 안톤 판 잔텐 박사가 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벤츠가 S600(쿠페 모델) 1995년 장착해 출시하며 자동차 안전의 역사를 다시 한번 빛냈습니다. 또한 사이드 에어백 역시 이때 장착되었고 이후에 나온 W220의 경우 1열 커튼 에어백, 2열 사이드 에어백 및 접합유리 등이 적용되었습니다. 2005년 나온 W221에는 긴급 제동장치가 달리며 S-클래스의 안전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W140 / 사진=다임러


만델라를 위한 W126과 너무 커서 욕먹었던 W140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인권 대통령 넬슨 만델라. 그가 감옥에서 거의 30여 년 만에 석방이 되었을 때 세계가 그의 석방을 기뻐했습니다. 당시 메르세데스 남아공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은 만델라를 위해 붉은색 S-클래스 한 대를 조립합니다. 회사 측이 무료로 부품을 공급했고, 자율적으로 업무 시간이 끝난 뒤 만델라를 위한 차를 조립, 선물합니다. 1990 2월 석방 후 거의 7년 동안 만델라는 이 붉은색 S-클래스를 타고 다녔으며, 지금은 한 박물관에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만델라와 W126 / 사진=다임러

1991년부터 1998년까지 생산된 W140 2013년에 출시된 W222가 등장하기 전까지 가장 큰 S-클래스였습니다. 당시 전장 5113mm로 처음으로 5미터를 넘긴 S-클래스였죠. 무게 역시 W222가 나오기 전까지 가장 무거워 환경론자들에게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 수석 디자이너였던 브루노 사코는 보수적인 벤츠의 패밀리룩을 만들었고, 그 보수성에 거대함을 추가해 S-클래스의 존재감을 분명히 했습니다.

브루노 사코.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로 1958년부터 1999년까지 다임러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함 / 사진=다임러

브루노 사코는 또한 전면 하단 범퍼에서 측면으로 이어지는 플라스틱 커버를 입혔는데요. ‘사코 보드라 불리며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고급 세단에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을 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사코는 그러나 이후 등장한 다른 하위 모델들에도 측면 스트립을 둘렀고, 결국 사코 보드는 8,90년대 벤츠의 독특한 디자인적 특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사코 보드가 적용된 첫 모델 W126 / 사진=다임러


한국 S-클래스 구매자 25%가 여성

슈피겔은 S-클래스가 수입에서도 효자 모델이라고 전했는데요. G바겐, GLS 등과 함께 가장 벤츠에서 수익성이 높다고 합니다. 구매자 비율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유럽과 북미의 경우 S-클래스 구매자 평균 연령이 약 60세였다면 중국의 경우 40세로 가장 어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심지어 그중 15%S-클래스 첫 구매자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S-클래스 구매자 중 여성 고객의 비중이 25%로 나타났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S-클래스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사실 다 이야기한다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겁니다. 그만큼 긴 역사, 그리고 그 역사만큼 그 안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제 팩토리 56이라는 놀라운 디지털, 친환경 공장에서 신형 S-클래스, 그리고 새로운 전기 플래그십 세단 EQS 등이 함께 만들어지게 됩니다. 전기차 시대가 되었을 때 S-클래스는 과연 EQS에 바통을 넘겨주게 되는 걸까요?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걸까요?  벤츠의 심장이자 상징인 S-클래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긴 역사를 따라오다 보니 그 미래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EQS 콘셉트 모델 / 사진=다임러


S-클래스

1세대 : W187 (1951~1954)

2세대 : W180, 128, 108 (1954~1959)

3세대 : W111, 112 (1959~1965)

4세대 : W108, 109 (1965~1972)

(이후부터 S-클래스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

5세대 : W116 (1972~1980)

6세대 : W126 (1979~1991)

7세대 : W140 (1991~1998)

8세대 : W220 (1998~2005)

9세대 : W221 (2005~2013)

10세대 : W222 (2013~2020)

11세대 : W223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