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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부가티에서 애스턴마틴까지' 초고가 어린이 전기차들 등장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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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캐릭터 스티커가 붙여진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 자동차 타고 양발로 땅을 차며 아파트 놀이터나 골목을 내달리는 아이들 모습, 상상 가시죠? 튼튼한 바퀴에 고장이 날 데라고는 하나 없는 완전한 장난감 그 자체였죠. 그런데 단계를 끌어 올리면 갑자기 이런 어린이용 장난감 자동차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띄웁니다.

사진=픽사베이

제조사들이 직접 자사 로고를 붙여 아이들이 타고 놀 수 있는 현실감 있는 자동차를 내놓고 팔기 때문인데요. 실제 판매되는 자동차를 그대로 축소해 그럴싸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때부터는 아빠 미소 머금고 사주는 장난감의 세계가 아닌 겁니다. 아이보다 아빠의 마음이 더 흔들릴 때도 있고, 또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런데 말이죠.

사진=픽사베이

헉 소리가 절로 나는 그런 어린이용 자동차들이 있습니다. 장난감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러기엔 컬렉터가 된 기분으로 거액을 들여야지만 구매가 가능한 수준의 것들이죠. 우선 말 그대로 장난감 정신(?)에 가까운 것부터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맥라렌이 내놓은 세나 라이드온(Ride-on)입니다. 

사진=맥라렌

벌써 이런 어린이용 전동 자동차 출시가 세 번째라고 하죠? 맥라렌에서도 활약했던 전설적 레이서 세나를 기념하기 위해 내놓은 한정판(500대) 세나의 디자인은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버튼 누르면 엔진음도 울리고 USB나 SD카드 등을 이용해 음악까지 들을 수 있도록 꾸몄다고 합니다. 제동장치는 아이가 직접 밟아도 되고 또 리모컨으로 부모가 원격으로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 나왔던 맥라렌 720s 라이드온이 50만 원 정도였으니까 이 모델도 그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뭐 이 정도면 정말 아이들을 위해, 또 맥라렌이 말한 것처럼 어렸을 때부터 드라이버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장난감 시리즈 내놓는 것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부담도 생각만큼 크진 않고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릅니다.

이미 많은 보도를 통해 알려진 하이퍼카 브랜드 부가티가 내놓은 어린이 전동 자동차 '베이비 부가티 2'는 일단 그 가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돈으로 최고 8천만 원에 수준이니 어지간한 고급 자동차 가격을 뛰어넘습니다. 20년대 부가티가 만들어 성공적인 레이싱 자동차로 평가받는 타입 35를(역사적 알로이 휠까지) 그대로 재현해냈는데요.

사진=부가티

베이비 부가티 첫 모델이 6~8세 사이의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베이비 부가티 2는 10대 초반의 아이들은 물론 어른까지도 타고 달릴 수 있을 만큼 그 크기가 큽니다. 실제 타입 35의 3/4수준이라고 하죠. 속도 역시 어린이 모드는 시속 20km, 성인 모드는 최고 45km/h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가격은 4천만 원에서 최고 8천만 원에 이르고, 500대 한정 판매에 초기 완판되었지만 일부 판매가 안 된 것도 있다고 하는군요. 어쨌든 다 팔려나갈 겁니다. 그런데 이런 수준의 어마무시한 어린이용 차가 또 등장했습니다.

작년에 베이비 부가티 2가 화제가 됐다면 올해는 애스턴 마틴이 어린이 자동차로 화제의 중심에 설 듯합니다. 본드카로 우리에겐 잘 알려진 DB5를 그대로 빼닮은 'DB5 주이어'가 공개된 것인데요. 지금까지 나온 어린이용 자동차 중 그 크기는 가장 크지 않나 싶습니다. 전장이 무려(?) 3m에 이릅니다. 무게 역시 300kg에 육박하고 최고속도 역시 6.7마력 모터 덕에 숙련자 모드로 운전할 때는 시속 50km까지, 레이스 모드에서는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고 고성능 버전 DB5 주니어 밴티지까지 만들었는데 이건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DB5 / 사진=애스턴마틴

3D 기술 발달 덕에 매우 정교하게 복제되었고, 실제 스미스 계기반이 그대로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DB5 주니어와 DB5 주니어 밴티지 두 가지 버젼으로 나와 1,059대 한정 생산을 한다고 합니다. 애스턴 마틴 소유주가 주문을 하면 주니어 카에도 동일한 번호판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하고 애스턴 마틴 오너스 클럽에 자동으로 가입이 되는 권리도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격은 35,000파운드부터 시작되고, 밴티지 모델은 45,000파운드(약 7천만 원)부터 시작이 된다고 하니까 최고 가격은 베이비 부가티 2의 금액을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부터 생산해 2년간 세계 곳곳에 있는 고객들에게 배송될 예정입니다. (해당 모델 사진은 저작권 문제로 직접 보여드리지 못하니 링크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s://thelittlecar.co/db5junior/

부가티에 이어 애스턴마틴까지, 1년 사이에 갑자기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 두 곳에서 (무늬만)어린이용 전기차를, 그것도 억 소리가 날 만한 그런 차를 내놓다니, '무슨 유행이라도 시작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요. 그 궁금증은 어렵지 않게 해소됐습니다.

위에 소개한 베이비 부가티 2와 애스턴 마틴 DB5 주니어는 모두 영국에 적을 둔 고급 어린이 자동차 생산업체 '더 리틀카 컴퍼니'가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회사 측의 얘기에 따르면 DB5 주니어의 경우 애스터마틴과 함께 15개월 정도 시간을 들여 개발을 했다고 합니다. 정리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역사적 자동차 모델을 해당 브랜드와 함께 어린이용 초고가 전기차로 개발합니다. 그리고 사업권을 획득한 회사는 럭셔리 자동차나 클래식 자동차를 좋아하는 부자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합니다. 홍보를 제조사가 해주다 보니 언론 노출도 쉽고, 또 워낙 매력적인 자동차이기에 (부자)고객들은 탐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는 '완판(이겠죠?)'... 전혀 다른 두 개의 브랜드에서 나온 전설적 모델을 기초로 만들어진 럭셔리 키즈카는 이렇게 업체의 주도(?)하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일종의 사치품의 등장을 통해 럭셔리 브랜드, 수퍼카 브랜드의 인지도와 지배력은 더 올라갈 테니 제조사 또한 협업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을 거 같네요. 

이러면 다음 행보도 예상이 되죠? 내년에는 또 어떤 브랜드의 명차를 어린이용 전기차라는 이름으로 억 소리 나는 가격에 내놓을지 말입니다. 좋게 보면 자동차 회사들이 할 일을 한 업체가 대신해서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의미 있는 자동차 헤리티지를 지금, 그리고 미래의 고객에까지 연결하려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말이죠. 반대로 좀 까칠하게 본다면 한 회사의 사업 모델이 많은 언론을 통해 그럴싸한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적 작업 결과물로 포장될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 관점에 따라 좋게 보는 분도 있을 것이고 허영과 허세라며 비판의 시각에서 보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 비즈니스는 자동차에 대한 욕망을 절묘하게 자극했다는 점에서 영리한 사업의 형태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이런 것에 돈 쓸 사람들은 곳곳에 있으니까요. 이제 두 번째 모델까지 나왔습니다. 그다음은 또 어떤 게 될까요? 출시되는 대로 그 소식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왼쪽) 에토레 부가티 / 사진=부가티

추가 : 그런데 이런 초고가의 어린이 전기 자동차 만들기는 언제 시작된 걸까요?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부가티 창업자인 에토레 부가티가 1926년 아들들 중 한 명인 롤랑드에게 주기 위해 1/2 크기의 타입 35를 만들어 준 것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당시도 전기모터가 들어간 전기차였습니다. 당시 부가티 고객들 반응이 좋아 10년 가까이 500여 대가 양산되었다 하는데요. 그것 중 아직도 여러 베이비 타입 35 오리지널 장난감 모델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어드벤처 푸조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오리지널 베이비 부가티 (사진 앞). 해당 모델은 에토레 부가티가 장 피에르 푸조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관련 박물관에 대한 내용도 연재 중인 박물관 탐방기에서 곧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사진=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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