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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차의 오랜 꿈, 제네시스 유럽 진출 이번엔 제대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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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현대는 5년의 연구 끝에 제네시스(BH)라는 고급 모델을 내놓습니다. 이 차는 당시 현대차의 플래그십 에쿠스와 그랜저 등과는 다른, 일본 모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자적 럭셔리 세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습니다.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시장을 염두에 둔 자동차였죠.

그런데 현대차는 2015년 제네시스를 아예 브랜드화해 독립시킵니다. 토요타가 렉서스로, 닛산이 인피니티로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방식을 따른 것입니다.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럭셔리 브랜드엔 철의 장벽과 같은 유럽 시장 또한 진출해 자리를 잡겠다고 분명하게 계획을 밝혔습니다.

사진=제네시스


2020년 진출은 무리였나?

그리고 작년이었죠. 국내 유력 신문사 두 곳은 1달 간격으로 단독이라며 제네시스의 유럽 진출이 2020년에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 곳은 6월 상륙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시기까지 밝혔습니다. 독일 최대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도 제네시스가 유럽에 들어올 것이라며 2020년 진출 소식에 힘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는 것처럼 올해 제네시스 유럽 진출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이 연기된 것 아니냐고 했지만 코로나19가 터지기 이전부터 조짐은 있었습니다. 제네시스 해외 진출 사업을 총괄하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부사장이 작년 10월 사표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그는 해외 언론 등에 2020년 유럽 진출을 이야기한 장본인이었습니다. 사임의 이유를 정확하게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제네시스 브랜드 진출 계획이 기대에 못 미친 것에 책임을 진 것이라는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또 현대차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일부 언론이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 부사장의 발언과는 별개로 2020년 유럽 진출 소식을 전했지만 구체적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그런 기사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복귀했지만 현대와 제네시스 디자인을 이끌던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이 올 초 현대차를 떠난 일도 제네시스 해외 진출 지연과 연결 지어 얘기되기도 했습니다.

루크 동커볼케 / 사진=제네시스


현지 법인 인력들 속속 등판

제네시스 사업을 주도한 인력들이 떠나는 등, 내홍을 겪던 현대차는 최근 2021년 제네시스 해외 진출을 위해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소식을 종합해 보면 내년 중국과 유럽 시장 진출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지난 10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공개적으로 2021년 진출을 밝힌 바 있죠.

또 중국만큼 분명한 시그널은 없었지만 제네시스 유럽 법인을 이끌 엔리케 로렌자나와 도미니크 보쉬와 같은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유럽 진출을 구체화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사임 후 복귀한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경우도 유럽에 머물며 최고창조책임자(CCO)라는 신설된 직책을 맡아 제네시스 유럽 진출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입니다.

제네시스 모터 유럽 법인 관리이사의 자리에 오른 도미니크 보쉬. 독일번호판이 달린 GV80이 눈에 띈다 / 사진=제네시스

여전히 라인업은 고민 중?

전기차까지 포함

이렇듯 인력 보강 및 재편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마무리된 것은 아닙니다. 어떤 모델로 라인업을 꾸려 유럽 시장에 진출할지 아직 이 부분에서 현대차의 고민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도 라인업 구성을 고민하는 이유는 뭘까요?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를 브랜드화해 유럽 등에 진출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라인업을 짜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SUVGV80 GV70 등장이 진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내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올 플래그십 G90과 이미 어느 정도 자리 잡은 G80 G70 등의 세단 외, SUV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G70과 함께 유럽에서 제네시스 모델 중 가장 경쟁력 있을 것으로 보이는 GV70 / 사진=제네시스

하지만 이 정도로도 불안한 걸까요? 현대차는 다시 2021년에 나올 코드명 JW G80 EV를 유럽 라인업에 포함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통해 가장 먼저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JW는 크로스오버(CUV) 모델로 재규어 i-Pace나 테슬라 모델 Y, 그리고 토요타의 새 전기차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전기차를 내놓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접근법입니다.

다만 JW는 투산급의 콤팩트한 전기차로 제네시스 브랜드 내에선 엔트리급 모델이 됩니다. 럭셔리 브랜드로 유럽인들에게 인식되기엔 다소 아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크고 더 고급스러운 G80 전기차 출시를 기다렸다 함께 데려가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유럽 진출이 다시 해를 넘길 수 있습니다.


카브리오와 스포츠카 부재

물론 단계적으로 진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신규 브랜드 런칭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홍보 효과 측면에서도 동시에 판매를 하는 게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라인업 구성에서 또 하나의 고민은 고급 브랜드에 요구되는 컨버터블 모델과 스포츠카 부재 부분입니다.

렉서스만 해도 SUV와 세단 외에도 3가지 쿠페와 1개의 컨버터블 모델을 유럽에서 판매 중입니다. 판매량이 많고 적고를 떠나 유럽에서 고급 자동차 브랜드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판매 카탈로그에 있어야 하는 모델들이죠. 하지만 현대차는 예전부터 카브리오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또 제네시스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소식이 몇 년 전 있기는 했지만 이후 업데이트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LC 500 카브리오 / 사진=렉서스


어려운 시장, 고민되는 출발

유럽은 알다시피 독일 프리미엄 3사가 고급 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볼보와 재규어가 경쟁 중이지만 이들조차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인피니티는 철수해 버렸고, 혼다의 어큐라는 진출 자체가 없습니다. 또 미국 대표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은 현재 단 하나의 모델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버티고 있다는 렉서스도 미국에서의 위용은 찾아볼 수 없는, 민망한 판매 성적을 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더 고급스러운 쪽으로 눈을 돌리면 전통 깊은 유럽산 슈퍼카 및 럭셔리 브랜드가 즐비합니다. 유럽 럭셔리 시장 어딜 봐도 헤리티지 전무한 막 생겨난 아시아 브랜드에 만만한 곳은 없습니다. 그러니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입니다. 이는 현대차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처럼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더 유럽 시장 진출에 조심스러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G80 / 사진=제네시스

2015 11월 제네시스 브랜드가 등장했으니 정확히 5년이 됐습니다. 유럽 진출 선언 이후 투자는 계속되고 있죠. 시장에 뛰어들 최소한의 모델들이 있고 또 속속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제는 더 늦어질 이유를 찾기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과연 10년 넘은 현대차의 유럽 럭셔리 시장 진출 꿈은 언제쯤 이뤄질까요? 결과를 보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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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mdh 2020.11.25 21:13

    제네시스를 유럽인들에게 인식시키겠다면, 기아의 역작 "스팅어" 가 힌트가 될수 있겠네요. 6년전 컨셉트카로 나왔을때 반응이 폭발적이였구 언제 양산차로 출시될건지 물음이 끊이질 않았죠. 제네시스 G70과는 다르게 말이죠. 스팅어는 유럽인들에게 컨셉부터 바로~이거야~!!!!
    라는 반응이 있었던 반면, 제네시스는 뭐 한방 날릴만한 요소도.감성도 느끼질 못하겠습니다..쩝...혼다 NSX슈퍼카나 도요타 수프라 재출시 소식이 더 눈길끌겠네요..쩝..

    • 스팅어는 유럽 판매량이 아쉽습니다. 스팅어가 됐든 뭐가 됐듯, 럭셔리 브랜드로 승부를 보기 위해선 강렬하게 브랜드와 이미지를 인식시켜야 하고, 품질 만족도 또한 좋아야 할 텐데, 얼마나 만족시킬지 궁금합니다. 현대차도 긴장 제법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