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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에서 논란 중인 도시 제한속도 30km/h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한 도로를 보통 일반도로라 부릅니다. 이 일반도로는 편도 1차로의 경우 60km/h 이하, 편도 2차로 이상은 시속 80km/h 이내로 최고속도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죠. 도심 최고 제한속도가 바로 여기에 속하는데, 다만 서울의 경우는 이보다 더 낮은 시속 60km/h입니다.  


국토부는 2021년부터 이 일반도로의 최고제한속도를 시속 50km/h로 낮출 계획입니다. 유럽 대다수 국가가 도시 자동차 제한속도를 50km/h로 하고 있죠. 제한속도를 낮추었을 때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가 크게 줄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민안전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사진=픽사베이


그리고 도로 폭이 좁고 보행자 사고 위험이 높은 이면도로는 최고제한속도를 30km/h로 하겠다는 계획도 들립니다. 어린이 보호구역과 같은 수준인데요. 하지만 도로 상황이 유럽의 도시들과 다르기 때문에 제한속도를 낮추는 게 과연 적절한 조치인지 반문하는 의견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유럽은 우리보다 더 나아갑니다. 도심 제한속도 50km/h의 벽을 무너뜨리려(?)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죠.


유럽은 대체로 도시 제한속도를 50km/h, 스쿨존은 우리와 같은 30km/h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죠. 독일은 심지어 교통완화지역(Verkehrsberuhigter Bereich)이라는 곳을 1970년대에 만들어 자동차가 시속 10km/h 수준으로만 달릴 수 있게 했고, 오스트리아는 베게그눙스존(Begegnungszone)을 통해 최고 20km/h 이하로만 자동차는 달려야 합니다.

독일의 교통완화지역. 우리의 주택가 이면도로와 비슷하다. / 사진=이완


도심 제한 속도를 30km/h로? 

이런 가운데 유럽에서는 부분적으로 도심의 최고제한속도를 더 낮춰 시속 30km/h로 제한하는 것을 논의하거나 이미 부분 적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영연방 구성국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로, 수도 에딘버러 중심부는 물론 도심의 약 80%가 자동차 속도를 30km/h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죠. 


그 외에도 스위스, 프랑스 등 여러 나라 지자체별로 최고속도를 30km/h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에서는 이런 흐름과 관련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입니다. 수도 베를린에서 대기 상태가 좋지 않은 다섯 지역의 제한속도를 30km/h로 낮추려고 합니다. 독일 교통안전부, 베를린시 교통부, 그리고 환경단체와 녹색당 등이 지지하고 있는데요.


독일 연방환경부가 올해 4월이었죠. 일부 도로를 제외하고 독일 전체 도심 지역의 최고제한속도를 30km/h로 낮추어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고, 또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들을 보호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시속 50km/h에서의 충돌 시 보행자 사망률은 50%에 가깝지만 30km/h로 낮추게 되면 한 자리 숫자로 사망률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 계획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요. 우선 이번 총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자유민주당(FDP)이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정당으로 평가되는 곳으로, 메르켈 정부의 새로운 연정파트너로 얘기되고 있습니다. 또 독일 교통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ADAC)도 반대 의견입니다. 


배기가스가 문제라면 기술을 통해 해결해야지 이런 규제 방식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튀링겐 주도인 에르푸르트시 교통부 역시 계획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죠. 만약 최고제한속도를 30km/h로 하게 되면 오히려 운전자들은 해당 구간을 피해 운전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또 다른 교통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베를린 시내 / 사진=픽사베이


베를린은 서울보다 크고 인구는 350만 명 수준으로, 독일에서는 비교적 넓은 도로가 잘 닦인 도시입니다. 이런 곳 대부분을 제한속도 30km/h로 낮춘다는 건 불필요한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베를린시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단은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 다섯 곳을 지정해 이번 달부터 실제 교통량과 제한속도가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이 테스트를 통해 제한속도를 낮추는 게 효과가 있다고 증명되면 베를린 시내 제한속도는 점진적으로 시속 30km/h로 바뀔 것이고, 다시 독일 전역으로, 그리고 유럽 전체의 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보행자 보호만큼이나 도심 제한속도 문제가 이제는 환경 부분까지 연결되었기 때문에 제한속도 문제는 보다 큰 틀에서 논의하는 게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추진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강하게 자신들의 논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정말로 실행될 수 있는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독일이 어떤 선택을 할지 유럽 전체가 또한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그 결정은 상당히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정말 면밀하게 검토하고 객관적 자료를 통해 시민 설득 과정이 있어야겠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멀리 있는 곳의 이야기이지만 나비효과처럼 베를린에서의 날갯짓이 우리나라 교통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과연 독일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요? 


  • 겉보리 2017.11.09 0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속도가 낮다고 배기가스가 덜 나쁜 건 아닐 텐데, 정말 목적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 그렇죠. 그래서 일단은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결론을 내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독일 언론들은 배출가스와 직접적인 연결을 시키면서 보도를 하더군요.

    • 지나가다 2017.11.10 0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속도가 낮으면 엔진 부하가 줄어드니까, 그만큼 배기가스를 저감할수 있죠. 특히 질소산화물은 고온고압에서 생성되니까요. 더구나 하이브리드차량의 경우 전기로 구동하는 비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을거고요.

    • 겉보리 2017.11.10 2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습니다. 고속주행에서 배기가스 배출이 많아지고 오염도 심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경제속도 구간보다 너무 저속주행을 지속할 때 연료 소모가 늘고 그에 따라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게 되겠죠.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