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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BMW X2, 독일에서 비판받은 이유

BMW가 신형 SUV X2를 공개했죠. 인기 브랜드의 새 모델이라 독일에서도 관심이 높았는데요. 그런데 이 차가 공개된 후 칭찬보다 비판적 의견이 더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독일 최대 자동차 커뮤니티인 모터토크나 아우토빌트와 같은 전문지 등에 여러 의견이 올라왔는데, 비판은 크게 3가지 정도였습니다. 어떤 얘기들이었을까요? 

X2 / 사진=BMW


“이거 쿠페 맞아?”

가장 많이 보인 의견은 X2가 쿠페형 SUV가 맞냐는 것이었습니다. BMW는 SUV의 경우 X3 쿠페형을 X4, X5 쿠페형을 X6로 구분 지었죠. 그러니 X2를 X1의 쿠페형으로 보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위장막 상태에서 공개되었을 때부터 쿠페라고 할 만한 느낌이 안 보인다며 얘기들이 나왔고, 따라서 이 부분 논란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습니다.

X1 / 사진=BMW

X2 / 사진=BMW


 제원표를 보면 X2는 X1보다 높이가 대략 70mm 정도 낮습니다. 하지만 전체 라인을 보면 쿠페의 완만하고 낮게 떨어지는 지붕 스타일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상위 모델인 X3와 X4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눈으로도 구분이 되는 차이가 있었죠.

X3 / 사진=BMW

X4 / 사진=BMW


그렇다면 왜 이렇게 X2 디자인을 쿠페답지(?) 않게 한 걸까요? 아마도 2열, 그러니까 뒷좌석의 머리 공간 부족을 염려한 게 아닐까 합니다. X3만 하더라도 좀 더 실내 공간이 있고 지상고가 높아 SUV의 느낌이 나지만 X1은 처음부터 SUV치고는 차의 높이가 낮았습니다. 


그러니 X2를 X4처럼 지붕 뒷부분을 깎아내게 된다면 뒷좌석 머리 공간은 거의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높이 전체를 낮추고 전장을 X1보다 짧게 (휠베이스는 동일)하고, 마지막으로 차의 폭을 좀 더 넓힌 후, 강력한 인상을 심어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협의를 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X2 / 사진=BMW


실물을 확인하지 못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확인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X1과 X2의 스타일 차이를 실감하지 못했을 것이고, 결국 ‘크게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콤팩트 SUV’가 나온 거 아니냐는 불만을 내비친 것이죠. 하지만 좀 더 큰 틀에서 이번에 X2 쿠페 논란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쿠페는 문이 2개에 낮게 떨어지는 지붕을 가진 스포티한 자동차를 지칭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쿠페라고 하면서 문이 4개가 되었고, 심지어 SUV에도 쿠페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X6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쏟아진 무수한 비판과 비난은 쿠페를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전통적(혹은 경직된) 시각을 생각하면 당연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쿠페는 이런…? BMW 콘셉트 8시리즈 / 사진=BMW


하지만 새로운 모델을 내놓고 틈새시장을 개척해 먹고 살아야 하는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서는 인기 있는 쿠페와 인기 있는 SUV의 조합은 거부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X2가 쿠페냐 아니냐는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듯합니다. 특히 X1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디자인이 왜 이래?”

두 번째로 많이 눈에 띈 내용은 디자인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BMW 디자인 흐름 속에서 보면 X2는 크게 이상한 구석(?)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독일인들, 그중에서도 자동차에 관심이 높은 이들 눈에는 BMW 디자인이 점점 아시아 자동차와 닮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심플함이 매력이었던 BMW 디자인이 복잡하고 강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트렌드와 결합했고, 이런 흐름은 X2에서 또한 잘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어떤 독일 네티즌은 토요타를 닮아가려고 그러냐는 쓴소리를 했고, 어떤 이는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는 BMW가 만든 기아, X2는 BMW가 만든 현대”라고까지 말하기도 했죠. 아마도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는 기아 카렌스와 비슷한 면이 있고 X2의 경우는 뒷모습이 현대 투산과 비슷해서 이런 말이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투산 / 사진=현대자동차

X2 / 사진=BMW


갈수록 자동차 디자인이 비슷해지고 있는 요즘 분위기를 생각하면 꼭 현대와 BMW만 놓고 이야기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런 얘기들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BMW에게는 분명 부담이 될 것입니다. 그나마 C필러에 로고를 넣는 등, 재미있는 디자인 포인트를 준 것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는데요. 사실 이 디자인 방식은 수십 년 전에 나온 3.0 CSL이나 2000 CS 등에 적용되었던 것입니다. BMW의 정체성을 아마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런 정도로 비판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X2 C필러에 새겨진 로고 / 사진=BMW

60년대 중반 출시되었던 2000 CS C필러에도 로고가 있다 / 사진=BMW


또 실내 디자인도 이제는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도 보였습니다. 디자인 일관성도 좋지만 경쟁 메이커들 변화 수준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사실 자세히 보면 실내 또한 계속해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 차에는 익숙한 패턴이 아닌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반영되길 바라는 것이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BMW 실내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느낄 만한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듭니다.

X2 실내 / 사진=BMW


그밖에 전륜구동 방식 또한 여러 차례 언급되었습니다. X1이 사륜과 앞바퀴 굴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플랫폼을 이용한 X2 역시 앞바퀴 굴림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MW 팬들은 여전히 뒷바퀴 굴림이 아닌 BMW를 낯설어하는 듯합니다. 펀 드라이빙, 후륜 방식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BMW에 앞바퀴 굴림이라뇨. 하지만 공간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BMW의 C세그먼트 이하에 전륜 방식 적용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 확장될 겁니다.

X2 / 사진=BMW


X2는 실용성을 우선하는 자동차는 아닙니다. 운전의 즐거움, 다이나믹한 스타일이 주는 맛을 느끼려는 운전자의 선택을 받을 것입니다. 과연 앞바퀴 굴림으로, 그리고 쿠페인 듯 쿠페 아닌 듯한 애매한 인상으로, 거창한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ports Activity Coupe)라는 구호가 부끄럽지 않을 주행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것이 결국은 X2 성공 열쇠가 될 듯합니다. 달리기 성능에서만큼은 실망이 아닌 "역시 BMW네"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