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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안전띠 착용 태도, 비행기와 버스는 왜 다른가


명절 잘들 보내고 계시는지요. 아무래도 연휴인지라 장거리 운전을 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운전 직전 여러분 자동차 뒷좌석을 돌아 보시기 바랍니다. 자녀들, 혹은 동승자들이 지금 안전벨트를 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안한 상태인가요? 운전자와 동승자 또한 안전벨트를 하고 계십니까? 갑자기 안전벨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며칠 전 버스에서 겪었던 속상한 일 때문입니다. 오늘은 짧게 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볼보


이번 한국 방문 기간이 다소 길어 렌터카부터 시외버스까지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등을 몇 차례 탔기 때문에 안전벨트 착용 실태를 반복해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고속도로를 달리는 시외버스나 고속버스에는 안전벨트가 있고, 이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제가 타 본 버스는 한 대도 빠지지 않고 안전벨트 착용을 알리는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방송에 따라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탑승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탑승과 함께 벨트를 착용한 승객을 두 세 명 정도 볼 수 있었을 뿐 대부분은 방송을 습관적으로 흘려 듣는 모양새였고, 그래서 결국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많은 안전벨트들은 의미없이 놓여 있었습니다.


엊그제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의 얘기로 넘어가죠.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가 고속도로 진입을 앞두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제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남성분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방송을 못 들은 줄 알고 조심스럽게 "안전벨트 착용하라는 멘트가 나오네요."라고 혼잣말 반 들으라고 반,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승객은 계속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있더군요. 그냥 더 착용을 권유하는 게 '과잉'이라고 생각해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는데 마침 반대편 차로에 추돌사고가 나 있는 승용차 두 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래도 한 번쯤은 더 권유를 해보는 게 좋겠다 싶었죠. 다시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저기, 길이 미끄러워 보이는데 아무래도 안전띠를 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런데 짜증섞인 표정과 말투가 되돌아 왔습니다. " 알았다고요!" 그러고는 몸을 돌리더니 눈을 감고 잠을 청했습니다. 제가 그 사람에게 뭔가 큰 불편을 끼친 것 같은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무안하기도 하고 조금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밖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빗방울들 묻어나는 차창 저편으로 비행기 안 풍경이 겹쳐 보였습니다.


비행 중 기류탓에 비행기가 흔들릴 때나 이착류 시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표시등과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그 때 대부분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죠. 혹 안 하는 승객들에겐 승무원들이 착용을 권유하고, 그러면 별 말 없이 모든 승객이 벨트를 차게 됩니다. 비행기 안전벨트와 버스의 안전벨트는 모두 같은 목적,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죠. 생명을 지켜준다는 가치가 비행기라서 더 높고, 버스라서 더 낮을 순 없습니다. 그러니 비행기와 버스 안전벨트 착용은 같은 결과를 보이는 것이 맞지만 현실은 사뭇 달랐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동승한 경우는 더 명확하게 대비됩니다. 함께 비행기를 탄 부모들은 아이들 안전벨트 채우는 것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버스에 딴 부모들 중 아이들에게 안전벨트 착용을 권하거나 지시하는 모습을 보기는 무척 어려웠습니다. 최근 뉴스에도 나왔듯 승용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이 우리나라의 경우 10%대인데 그나마 작년이 재작년에 비해 더 줄었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유럽은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이 평균 70%를 넘습니다)


심지어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찍힌 영상에 1열 동승자석에 아이를 안고 있는 부모들의 모습도 있습니다. 안전벨트 착용은 당연히 무시됐죠.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뒷좌석에 탄 아이들 10명 중 1~2명만이 안전띠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행기 속 아이들의 안전과 버스나 승용차 속 아이들의 안전이 과연 차원이 다른 걸까요? 아뇨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처럼 다른 것일까요? 결국 이건 환경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비행기 안에선 벨트 착용 지시에 제대로 응하는 것이 일반적인 환경이 되었고, 버스나 승용차에선 안전벨트 착용 권유가 낯설거나 무시되는 환경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 다른 환경을 같은 환경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기존 인식의 틀을 깨고 새롭게 세워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든, 안전벨트 착용은 나와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것, 아니 노력이 아닌 생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당연시 되는 환경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당신의 자동차가 출발 직전에 있습니다.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나요? 버스에서 안전띠 착용 방송이 나온다면 이제는 "딸깍!" 하고 벨트를 채우십시오. 그 딸깍음은 소중한 가정을 위한 가장 안전한 소리임을 잊지 마십시오. 연휴 마무리 안전하게 잘 하시기 바랍니다.


사진=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