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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BMW를 베엠베로 쓰면 아직도 사대주의?


벌써 5년이 다 돼가는 얘기군요. 스케치북다이어리를 자동차 전문블로그로 방향을 튼 지 얼마 안됐을 때였죠. 어느 날 BMW를 '베엠베'로 표현을 했더니 어떤 분이 '문화적 사대주의'라는 식으로 비판을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흔히 쓰는 '비엠더블유'라는 표기를 놔두고 굳이 왜 베엠베라고 하느냐면서 자칫 잘난 척 하는 걸로 보일 수 있으니 참고하라고 했죠. 


사진=BMW


사실 별 생각없이 썼었습니다. 독일 브랜드니까 독일식으로 부르고 쓴 것이었죠. 그런데 이게 어떤 이에겐 난 척하는 것, 혹은 문화적 사대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당혹해 했습니다. 그 여파(?)였는지 요즘은 베엠베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고 있죠. 굳이 논란을 만들 필요 없겠다 싶어 그냥 BMW라고만 적고 맙니다. 


그런데 요즘 신문 기사들, 특히 자동차 관련한 기사들을 보다 보면 독일 쪽 브랜드나 인물들 이름을 표기할 때 언론들 마다 다른 경우를 보게 됩니다. 대체로 언론사들이 현지 브랜드를 그 나라 발음에 맞게,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최대한 쓰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전공하지 않은 입장에선 헷갈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사대주의냐는 (도대체 현지 표현에 맞게 쓰자는 게 어떻게 사대주의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욕을 다시 먹더라도 제 나름 정리를 해보려 합니다. 특히 이 중엔 아무리 봐도 잘못 쓰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대표적인 몇 가지를 추려봤습니다. 미쉐린이나 미슐렝이냐, 멕라렌이냐 멕클라렌이냐, 시트로엥이냐 시트로엔이냐, 도요타냐 토요타 등의, 독일어가 아닌 경우는 제 능력 밖이니 오늘은 다루지 않겠습니다. 



▶BMW 


사진=BMW


자, 저에게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베엠베가 다시 나왔네요. 이 자동차회사의 정식 명칭은 Bayerische Motoren Werke입니다. 여기의 앞글자만 따와 BMW가 됐죠. 엄연히 독일어입니다. 그러니 독일어 알파벳 표기대로 읽어주는 게 저는 맞다고 봅니다. 그 기준에 따라 '베엠베'라고 표기합니다. 다만, '비엠떠블유'라고 말하는 게 매우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비엠떠블유라고 쓰는 것도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오케이~



Mercedes-Benz


사진=다임러


지역마다 다르게 부르고 있죠. 북미는 대충 '멀세디즈' 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메르세데스라고 부릅니다. 그럼 독일에선 어떻게 부를까요? '메르체데스'라고 합니다. 독일어 'C'는 '체'라고 발음되기 때문이죠. 물론 좀 더 현지어 발음 느낌에 가깝게 쓴다면 '메(어)체데스'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어'는 아주 약하게 발음됨) 이유는 이따 다시 나오겠지만 독일어 'R' 발음의 독특함 때문에 그렇습니다.


더 따지고 들어가면 복잡복잡해지는데요. 독문법 시간 아니니 간단히 정리하면 이 부분도 BMW처럼 우리나라에서 흔히 불리는 '메르세데스'를 그대로 쓰는 것과 '메르체데스'라는 독일식에 맞게 쓰는 것 두 가지 모두 전 가능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단, 미국 스타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권장하기 어렵고, 공문서 등에서도 이렇게 쓰진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음하는 건 개인의 자유니 편한대로 쓰시기 바랍니다. (메르체데스라고 한다고 사대주의 아니라는 거!)



Dieter Zetsche


사진=다임러


위 두 브랜드 우리말 표기는 병기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 이름, 그 중에서도 자동차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이 콧수염 아저씨 이름은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가 아는 선에서 한 언론을 제외하고 대부분 '디터 제체'라고 씁니다. 이 역시 'Z'를 영어식으로 발음하고 쓰기 때문인데요. 이름을 부른다면 '디(이)터(어) 체체'라고 해야 하고, 쓸 때는 '디터 체체'라 하면 될 거 같습니다. (제 아내는 쩨체라고 발음을 하는데 사실 'ㅉ' 발음이 'ㅊ' 발음 보다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독일어에서 'Z' '는 '쳇' 발음이 되는데요. 독일어로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 Zeit는 발음이 '자이트'가 아니라 '차이트'가 되고 이 건 타협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다임러 회장 이름 역시 '디터 체체'라고 써줘야 합니다. 독일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 이름을 자기들 기준대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김정은을 김영은으로 대개 발음함. J가 독일에선 ㅈ이 아니라 ㅇ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보면 엉뚱한 이름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 제대로 하려면 김정은이라고 발음해주는 게 맞습니다. 아무튼! 이제부턴 '디터 체체'라고 써주세요.



Sebastian Vettel


사진출처=Sebastianvettel.de


F1의 인기스타죠. 이 친구 이름 역시 참 다양하게 쓰여지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많은 게 세바스티안 베텔인데 가장 원래 이름과 거리가 먼 표기입니다. 두 번째가 세바스티안 페텔입니다. 독일어에서 'V'는 브이가 아니라 '파우'라고 발음되는데요. 따라서 베텔이 아니라 페텔이 맞습니다. 저도 이 표현을 많이 썼습니다만 가장 이 친구의 원래 이름에 가까운 표기는 제바스티안 페텔입니다.


독일어에서 'S'는 자음과 붙었을 때나 단어의 맨 끝에 올 때만 ㅅ 발음이고 그 외엔 모두 ㅈ 발음입니다. 따라서 'SE'는 세가 아니라 제가 되어야 합니다. 이 역시 분명한 규칙이 있기 때문에 제바스타인 페텔로 써주는 게 맞습니다. 


구글화면 캡쳐


구글에서 검색하면 위처럼 나옵니다. 제대로 썼다고 봐야겠죠. 그렇다면 구글로 검색해서 나오는 이름들이 모두 정답이냐?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 틀린 경우도 있죠. 



Rupert Stadler


구급 캡쳐


AUDI CEO를 검색하면 구글에선 루퍼트 스타들러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루퍼트 슈타들러라고 적고 있죠. 그렇다면 어느 쪽이 좀 더 독일 발음과 표기에 가까울까요? '루퍼트 슈타들러'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한 표기는 아닌데요. 이유는 Rupert 발음과 표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Ru-는 의심의 여지없이 '루'가 맞습니다. 하지만 -pert는 한글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페르트라고 적어야 합니다.


'R'의 경우 위치와 붙는 모음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데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자음 앞에 'r'이 붙으면 'ㄹ+으'로 적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Hormon (호르몬)처럼 말이죠. 그래서 영어식으로 루퍼트가 아니라 '루페르트'로 써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발음을 들어보면 '르' 발음은 거의 나지 않고 오히려 '어' 발음이 느껴지는데 발음은 오늘 중요한 게 아니니 표기만 기억해두십시오. 그리고 구글이 또 틀린 것은 성(姓) 슈타들러를 스타들러라고 적은 대목입니다.


폴크스바겐의 자동차 테마파크 이름 아시죠? Autostadt인데 한글로 표기하면 아우토슈타트가 됩니다. Stadt의 st는 단어 첫머리에서는 '슈'로 발음이 된다는 기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Stadler로 슈타틀러로 표기해주어야겠죠? 고로 '루페르트 슈타틀러'가 맞다 입니다. 그런데 폴크스바겐 그룹엔 루페르트 슈타틀러 말고 헷갈리는 이름을 가진 유명인이 한 명 있습니다. (단어 중간에 d가 오고, 그 뒤에 자음이 오면 t발음이 납니다. 그래서 슈타틀러가 되네요. 지적이 있어 수정했습니다.)



Martin Winterkorn


사진=아우디


방금 소개한 루페르트 슈타들러 아우디 CEO와 함께 서 있는 왼쪽의 남자 보이시죠?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인 Martin Winterkorn 씨입니다. 보통 언론에서는 기사에 이 양반 이름을 '마틴 빈터콘'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옛날엔 '마틴 빈터코른'이라고 적기도 했는데 요상하게 최근엔 '빈터콘'이라고 바뀌었더군요. 사실 발음상으로는 빈터콘이 좀 더 가깝긴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이름과 성 모두 바꿔 적어야 합니다. 어떻게요? '마르틴 빈터코른'으로요.


Martin은 영어로는 마틴이죠. 명쾌합니다. 독일사람들 발음할 때도 대체로 마틴에 가깝게 발음을 합니다. 하지만 분명 독일어 'r'은 한글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자음 앞에서 '르' 발음이 나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발음할 땐 마(어)틴이라고 하는 게 좋지만 적을 땐 마르틴으로 적어줘야 하고, 빈터콘이 아닌 빈터코른으로 적어 주어야 합니다. 빈터코른 역시 'r' 의 표기법에 기초하기 때문이죠.


구글 캡쳐


참고하시라고 마르틴 루터의 구글 표기를 첨부했는데요. 흔히 마틴 루터라고 부르는데 마르틴 루터라고 적는 게 어쨌든 현재 표기법상 맞습니다. 물론 디터 체체나 제바스티안 페텔과 달리 마틴 루터나, 마틴 빈터콘이라고 쓴다고 해서 꼭 틀렸다고만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언론이라면 외래어 표기법이라는 분명한 기준에 맞게 적어 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를 헬만 헤세라고 적지 않는 것 처럼 말이죠.


그밖에도 VOLKSWAGEN 등도 늘 논란인데요. 실제 발음을 들어보면 폭스바겐으로 들릴 수 있는 애매함('L'발음이 아주 약하지만 발음은 어쨌든 되어야 함)이 있지만 발음기호에 따라 폴크스바겐이 저는 그나마 맞다고 보는 것이죠. 다만 한국 법인이 '폭스바겐코리아'라고 이름을 쓰고 있다고 하니 두 가지 모두 써도 상관은 없을 거 같습니다. 


사실 영어가 아닌 이상 다양한 언어로 된 단어들을 정확히 표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이라는 분명한 기준이 있고, 좀 더 현지발음에 가깝게 적는 게 맞기 때문에 저는 이런 기준이 표기의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언론은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표기를 신뢰하고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라도 책임감을 갖고 더 정확하게 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겠죠. 조금이나마 언론 관계자들께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