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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전기차 버스전용차로 허용, 어떻게 보시나요?


'교통정체가 심한 출근길. 홍길동 씨는 자신의 전기자동차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해  막히는 구간을 쉽게 빠져나옵니다. 평소보다 10분 먼저 회사에 도착한 그는 여유롭게 차 한 잔을 하며 업무를 준비하죠. 그에겐 퇴근길의 정체도 별 문제 없을 것입니다.'  


가상의 상황을 하나 만들어 봤는데요. 만약 버스전용차선을 전기자동차가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여러분은 전기차가 더 활성화 될 수 있을 거라 보십니까? 실제로 이번 달부터 독일에서는 버스전용차로를 전기자동차가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버스전용차로를 질주하는 닛산 리프. 사진=위키피디아



어떻게 해서든 전기차를 띄워라!

독일 연방정부는 전기차 활성화 조치의 일환으로 버스전용차로을 전기차가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처음 이 법이 마련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여론은 반대 의견이 더 높았죠.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이미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가 독일 내에서 돌아다니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기 때문에 전기차의 버스전용차로 이용법을 밀어부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 그래도 전기차가 기대만큼 안 팔린다는 볼멘소리가 제조사들로부터 나오고 있어 이래저래 독일 정부도 고민이 많은 상황입니다. 사실 제조사 입장에선 전기차가 더 많이 팔려야 2021년부터 유럽에서 시행되는 '브랜드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 95g/km' 룰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 더 많은 요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전기차가 이용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소비자 관심을 더 끌어 올릴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실제 버스전용차로 이용 시 시간 단축 효과 있나?

법이 발효되고 나서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가 테스트를 하나 진행해 봤습니다. 자신들의 회사까지 함부르크의 복잡한 출근길을 전기차와 일반자동차가 달리게 한 것이죠. 전기차는 BMW i3이고 일반 자동차는 포르쉐 911 카레라였습니다. 오전 8시 조금 넘겨 출발을 했고 두 차량 모두 20분 안에 목적지에 도착을 했습니다.


부분적으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한 i3는 총 14분 57초가 걸렸고, 일반 차로를 이용한 911은 19분 5초가 걸렸습니다. 4분 8초 정도 더 일찍 전기차가 도착을 한 거죠. 출근길이 더 길고 더 복잡하다면 시간 차이는 더 벌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일단 결과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을 거 같은데요.


위 테스트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BMW i3 주행 모습. 사진=BMW



문제점은 없을까?

일단 버스전용차로를 전기차가 이용하는 것은 노르웨이가 먼저 실시하고 있습니다. (맨 위 사진 속) 노르웨이엔 전기차가 굉장히 많죠. 그러다 보니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는 전기차들끼리 다시 정체를 빚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일부 운전자들은 일반 차로를 이용해 버린다고 합니다. 전기차가 많아졌을 때 버스전용차로의 정체 현상에 대한 대책은 과연 있는지 일단 그 부분이 우려됩니다.


두 번째는 전기차인 척 하는 얌체 운전자들 문제인데요. i3처럼 누가 봐도 전기차임이 분명한 경우는 문제가 안되겠죠. 하지만 요즘 나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는 일반형과 스타일에서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지만 달리는 차를 감시카메라 등이 과연 정확히 구분해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전기차용 번호판을 따로 준비 중에 있다고 하는데, 어째 일의 순서가 뒤바뀐 거 같죠?


아우디가 올해부터 판매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A3 e-tron. 사진=아우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이용 가능

버스전용차로 전기차이용법에 따르면 순수한 전기차 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도 버스전용차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킬로미터당 50g 이하이거나 전기모드로만 최소 30km를 달릴 수 있는 차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킬로미터당 50g이면 결국 현재 판매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이면서 엔진이 부착돼 기름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레인지 익스텐더 모델들까지만 해당이 된다고 하겠네요.


BMW i3 레인지 익스텐더 구조. 사진=BMW



"더 혜택을 주자" VS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대학 공동연구팀이 네이쳐지에 올린 논문을 통해, 전기차가 활성화 되면 가솔린과 디젤 등으로 인해 일어나는 도시의 열섬현상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난방비를 아끼는 것은 물론 당연히 환경 보호, 그리고 디젤이나 가솔린이 뿜어대는 가스의 위해성을 줄여 도시민들의 건강까지도 도움을 주게 됩니다.


그리고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점인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도 계속해서 극복되어지고 있고, 심지어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최근 발표를 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이런 전기차에 대한 전망은 판매량에서도 어느 정도 가늠이 되는데요. 작년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92,226대로 전년 대비 47.9%나 판매량이 증가했습니다. 주요 국가별로 전기차 판매량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노르웨이 : 19,767대 (전년 대비 148% 증가)

영 국     : 15,361대 (전년 대비 약 300% 증가)

독 일     : 13,118대 (전년 대비 70.2% 증가)

네덜란드 : 12,920대 (전년 대비 42.6% 감소)

프랑스   : 12,488대 (전년 대비 29.8% 증가)


네덜란드를 제외한(2013년에 네덜란드는 2만대 넘게 팔렸었음) 유럽 모든 국가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가파르게 증가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조사들 배를 부르게 할 정도는 아니지만 매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를 계속 내놓고 있고, 유럽 각국은 자체적으로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법규 등을 마련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전기차 판매의 상승곡선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독일 함부르크의 한 여당 정치인은 주차장 요금을 전기차의 경우엔 노르웨이처럼 무료로 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했습니다. 더 지원을 해야 한다는 거죠. 메르켈의 100만대 약속 달성을 위한 정치적 주장이라는 생각이지만 어쨌든 솔깃한 주장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독일 대도시에선 이 의견에 반대 입장입니다. 현재 수준으로도 당분간은 전기차에 대한 지원은 충분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어쨌든 말입니다. 유럽 지역만 놓고 보면 전기차 활성화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어 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물론 미국과 중국 등도 전기차 주도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정부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자~ 이쯤에서 처음에 드렸던 질문을 다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기차의 버스전용차로 이용, 전기차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 보십니까? 그리고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제도를 만약 실시한다면, 여러분은 찬성을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반대하시겠습니까? 


르노 전기자 조이. 사진=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