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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프랑스 디젤차 퇴출 작전, 화끈하게 시작됐다


한 달 전에 '디젤을 사랑했던 유럽, 디젤에 발등 찍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하나 올렸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도 디젤과 관련한 문제점을 언급한 적 있었으니까 짧은 기간 동안 디젤의 문제점에 대해 벌써 세 번이나 다룬 게 되네요. 갑자기 디젤에 뭔 악감정이 생겨 그러나 싶은 분들도 계실 텐데요. 요즘 유럽에서 이 문제가 중요한 이슈이고, 유럽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디젤차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관련 소식을 신경써서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반디젤 정서는 프랑스에서 폭발이 됐습니다. 정부는 디젤차 정책의 실패를 선언했고 이미 파리시는 작년부터 부분적으로 디젤차 통행을 금지하는 등의 구체적 행보를 보였죠. 그리고 최근 파격적인 디젤차 퇴출 작전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파격적이게요.


파리 전경. 사진=위키피디아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 파리가 요즘 자주...



뿌연 파리 시내의 모습. 사진=DPA.출처=motor-talk.de

이 지경이 되고 있습니다.



▶디젤 퇴출을 위한 칼 빼든 프랑스

프랑스 정부의 당근책은 대략 이렇습니다. 10년 이상된 노후된 디젤차를 폐차하고 조금이라도 친환경적인 차량을 구입할 때 지원금을 주는 것이죠. 그런데 지원금은 차등 지급됩니다. 오래된 디젤차를 가솔린 신차나 디젤 신차로 바꾸면 500유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바꾸면 6,500유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기차로 바꾸는 경우 10,000유로를 지원해주는 것이죠.


*노후된 디젤차 => 신형 디젤차 or 신형 가솔린차 = 500유로 (1,250원 환율 기준으로 약 62만 원)

*노후된 디젤차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 6,500유로 (약 812만 원)

*노후된 디젤차 => 전기차 = 10,000유로 (약 1,250만 원)


프랑스의 경우 이미 전기차 구입 시 6,300유로 (약 787만 원)의 지원금을 정부가 주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이 금액을 크게 올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프랑스 자동차 회사들이 혜택을 좀 받을 수 있을 거 같은데요. 하지만 푸조시트로엥 그룹의 경우 르노와 달리 전기차 쪽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상태라 엄밀히 따지면 르노가 혜택을 더 받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독일의 BMW i3나 스마트 포투 전기차 같은 소형 모델들 판매도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환경과 인체에 해로운 상황인가?

2014년 3월에 파리시는 2부제 수준에 해당하는 절반 가량의 차량들 통행을 금지시킨 바 있는데요. 1997년 이후 가장 심각하게 미세먼지와 NOx 수치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대중교통을 공짜로 이용하게 해서 불편을 최소화 하긴 했지만 얼마나 심했기에 이런 극단적 조치까지 취했던 걸까요?


당시 미세먼지 기준으로 100 마이크로그램이 넘었고 최고 180마이크로그램까지 미세먼지 수치가 치솟았습니다. 보통 80마이크로그램이 넘으면 비상상황으로 여긴다고 하더군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수치가 높아지면 건강에 매우 안 좋습니다. 노인과 태아, 영아 등이 더 위험해지고, 천식, 아토피, 폐암 등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만 생각했지 정작 인간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에 대한 대책은 소홀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물론 스모그 등이 자동차에게서만 발생되는 건 아니죠. 하지만 그 차지하는 높은 비중,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 대상이라는 점 때문에 디젤차가 일종의 공공의 적이 된 느낌입니다. 



당근과 채찍

위에 당근책(지원금)을 이야기했지만 채찍(제재)질도 할 예정입니다. 독일 유력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의 보도에 따르면 올 7월 1일부터 아침 8시~ 저녁 8시 사이엔 고속도로를 14년 이상된 버스나 트럭들은 이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해엔 1997년 이전 생산된 모든 디젤차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유로 5 미만의 디젤차는 모든 프랑스 도시 내에서 주행이 금지됩니다. 


스쿠터나 바이크 또한 예외없이 강화되는 정책에 따라 이용 금지 구간이 늘어날 전망이고, 이런 이유로 인해 자동차 구매나 바이크 운행을 포기한 사람들에겐 자전거 구매 비용 400유로 (50만 원)나 대중교통비 지원금을 줄 것이라고 보도를 했습니다. 또 렌터카 비용 또한 이런 정책에 영향을 받아 저렴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당장은 노후된 디젤차에 초점을 맞췄지만 프랑스는 이런 식으로 강온책을 병행해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디젤차 소비를 줄이고, 궁극적으론 디젤차 자체를 프랑스에서 퇴출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장기적 계획이고 시행착오도 겪어야 할 내용이죠. 하지만 워낙 정부 의지가 확고해서 시간의 문제일 뿐 디젤차 천국이던 프랑스에서 디젤차가 사라지는 건 이제 현실의 얘기가 됐습니다.


*유로6을 만족시키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이미 두 번의 포스팅을 통해 이 문제 또한 과장돼 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기술력이 당장 적용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디젤차 자체가 발생시키는 유해물질에 대해 안심만 할 순 없습니다.


이런 프랑스 정책은 주변국들에게 당연히 영향을 끼칠 것이고, 유럽 내에서 반디젤 분위기가 자리를 잡는다면 결국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게 되겠죠. 그간 환경론자들의 극성(?)에 반발을 하던 사람들도 디젤차가 사람에게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선 쉽게 거부감을 표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과연 프랑스발 반디젤 정책이 어디까지 이어지고 영향을 미칠까요?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고, 그 과정들을 여러분께 가감없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