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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아우디가 TT 쿠페를 통해 보여준 혁신의 모범


오늘은 오랜만에 아우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먼저 AUDI하면  떠올리게 되는 건 세련된 디자인이 아닐까 싶어요. 중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아우디는 그래서 그런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좋아합니다. 물론 부정적인 면을 이야기하자면 잔고장과 A/S에 대한 불만 등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A/S망이 잘 갖춰진 독일에서는 좀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어쨌든 판매도 잘 돼 유럽 전체를 놓고 봐도 BMW에 밀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판매량 등은 독일에서 올 상반기 기준 BMW를 넘어선 상태죠. 


그런데 이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스타일 외에 언급할 게 또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기술개발을 통해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인데요. 1971년 처음으로 대중에게 '기술을 통한 진보' 라는 카피를 내놓으며 "앞으로 우리는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커나가겠소" 라고 선언을 하고 시작됐죠. 그리고 그들의 이 표어는 공염불이 아님을 계속해서 결과물을 통해 확인시켜 줬고, 비교적 짧은 시간 속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아우디의 기술력을 대표한다면 당연히 승용 사륜의 대명사 콰트로를 우선 이야기할 수 있겠죠. 또 터보 직분사 디젤 엔진 TDI가 있을 겁니다. 거기다 알루미늄 소재 등을 적절하게 이용한 경량화와 공개저항계수를 낮추는 에어로다이나믹 기술 등도 자랑할 만합니다. 여기에 아연 도금 기술을 적극 활용해서 녹방지에 대한 자신감이나, 르망 24 같은 내구레이스에서의 독보적인 우승 레이스 등도 내세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여러분에게 조금은 다른 형태의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미 컨셉카가 나왔을 때부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독일 매체들의 평가나 일반인들의 반응 등을 좀 더 지켜본 후에 이야기를 하기 위해 조금 기다린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면 우선 아우디가 유럽에서 판매를 막 시작한 TT쿠페 모습을 잠시 볼까요? 


3세대 신형 TT 쿠페. 사진제공=독일 아우디 홈페이지


아우디 TT. 사진=netcarshow.com


사진=netcarshow.com


이 녀석이 8년 만에 3세대로 돌아온 TT쿠페입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외모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얘기가 없어요. 오히려 과거 동글동글했던 스타일 있죠? 저는 그게 더 마음에 듭니다. 점점 날카롭고 강해지는 분위기가 별로 와 닿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아우디 특유의  느낌과 빈틈없어 보이는 스타일은 또 다른 어필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2002년형 아우디 TT 쿠페. 사진=favcars.com


사진=favcars.com


2002년형 아우디 TT 실내. 사진=favcars.com


2002년에 나온 TT인데, 비틀의 라인이 살짝 보이는 (실제로 아우디 공장은 과거 비틀을 생산하던 곳임) 등 아주아주 매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내도 지금 기준으로 봐도 나쁘지 않네요.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실내 분위기는 기계적인 느낌만이 가득했습니다. 이런 감성을 그리워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라 봅니다. 어쨌든 실내 분위기는 2세대를 거치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를 취하게 됩니다. 



아우디 TT 쿠페 2010년형 실내. 사진=netcarshow.com


2010년 TT쿠페의 실내 모습으로 이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우디 실내 디자인은 조립 품질이 뛰어나고 스타일도 좋아서 늘 이 부분을 선도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어쨌든 찬바람 더운 바람이 나오는 송풍구 세 개가 대시보드와 직접 연결돼 있고, 그 밑에는 네비개이션과 다양한 비쥬얼적 기능을 담당하는 모니터가 박혀 있네요. 다시 그 아래에는 공조 다이얼과 각 종 버튼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게 현재 자동차의 전형적인 콕핏, 그러니까 운전석 주변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 다르고 위치가 조금씩 다를 뿐 거의 이 틀 안에서 변화를 갖지 않고 있던 것이 지금까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재규어나 캐딜락 같은 브랜드가 계기판을 완전히 LCD로 전자화했고, 벤츠가 S클래스를 통해 대형 LCD 모니터를 계기판과 나란히 배치해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그나마 변화라고 한다면 변화가 되겠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실내. 사진=netcarshow.com


그런데 아우디는 이런 전형적인 콕핏에 보 더 더 큰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송풍구 위 아래에 주로 배치돼 있던 커다란 모니터를 아예 계기판 안으로 가져와버린 것이죠. 


"틀을 깨버린 겁니다." 



신형 TT쿠페 콕핏 모습. 사진=netcarshow.com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구글어스와 스트리트뷰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네비개이션이 클러스터 하우스 안에 들어가 있다. 사진=netcarshow.com


TT의 인포테인먼트 작동 모습. 사진=netcarshow.com


12.3인치짜리 TFT 디스플레이를 계기판에 넣으면서 기존의 내비게이션용 모니터가 담당하던 역할을 함께 수행하게 된 것입니다. 이게 좋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겠는데요. 우선 운전자의 시선이 분산되는 걸 막고 전방과 계기판 중심으로 집중시킨 것이죠. 두 번째는 복잡했던 센터페시아가 단순화를 통한 심미적 가치를 부여받았다는 점입니다.



포르쉐 박스터 GTS 실내. 사진=netcarshow.com


오펠 아스트라 스포츠 투어러 실내 모습. 사진=netcarshow.com


아우디 S7 실내 모습. 사진=netcarshow.com


포르쉐 박스터, 오펠 아스트라, 심지어 아우디 S7같은 차들의 중앙 쪽은 각 종 버튼들로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대부분의 차가 다 그렇습니다. 비싼 차는 비싼 대로, 저렴한 차는 저렴한 대로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돼 있었죠. 그런데 이런 복잡한 운전석 주변이 심플해졌고, 거기다 디자인적인 의미까지 가미가 돼 고급스러움을 살려낸 것이 이번 아우디의 실내 디자인의 변화인 것이죠.


TT 실내 모습. 사진제공=독일 아우디 홈페이지


송풍구와 공조기가 함께 있다. 버튼을 누르면 ON, OFF가 되고, 다이얼을 돌려 강도를 조절하게 돼 있다. 사진=netcarshow.com


모니터가 빠져나간 자리는 그럼 뭘로 채웠느냐? 바로 송풍구입니다. 송풍구? 라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위에 사진을 보십시오. 송풍구의 디자인 자체가 좋을 뿐 아니라, 그 동안 주로 아래 쪽에 배치되었던 조절 다이얼들을 송풍구와 함께 배치하는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됨으로써 운전자가 버튼을 다루기 편안한, 이전 보다 더 나은 인체공학적 구성이 완성이 된 것이죠.



기어박스 주변이 한결 심플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사진=netcarshow.com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용 모니터의 합방


우선 계기판은 디지털화 되었고, 그 계기판은 중앙 모니터가 담당하던 역할까지 수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운전자가 좀 더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었죠. 알피엠 게이지나 속도 게이지 역시 디지털로 바뀌었지만 상황에 따라선 크게, 작게, 그리고 때로는 중앙(TTS)으로 옮겨 다니면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나름 비춰내고 있습니다. 


인포테인먼트 정보창은 운전대 왼쪽에 달린 버튼과 중앙 콘솔박스 앞쪽에 있는 MMI 다이얼식 조절기(터치패드 기능 포함) 두 개로 컨트롤이 가능하고, 다소 밋밋했던 운전대를 입체적인 스타일로 바꿨을 뿐 아니라, 운전대에 로고가 박혀 있는 중앙 경적음 부위가 플라스틱에서 바느질이 되어 있는 가죽으로 더 고급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속도 표지계와 알피엠 표시계가 기본일 때...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작동할 때는 이처럼 작아지고...


뭔가 스포티해지고 싶을 땐 이처럼 중앙으로...


빈틈이 없어 보이는 조립품질. 거기다 운전대 중앙 부위도 한결 고급스러워졌다. 사진=netcarshow.com


 


2. 송풍구와 공조다이얼의 합방


인포테인먼트용 모니터가 빠져나간 자리는 송풍구와 버튼들이 단정하게 정리돼 있어서, 마치 청소와 정리 정돈이 잘된 방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알루미늄 소재를 더 확대 적용해서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이 모든 변화를 통해 기존 보다 더 나은 인간공학적 조종석이 마련이 되었습니다.


알루미늄 소재를 곳곳에 활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사진=netcarshow.com



스마트폰을 넣을 수 있는 공간. 커버는 원터치 방식으로 쉽게 여닫긴다. 사진=netcarshow.com


개인적으로 좀 아쉽다라고 한다면 비상등 스위치를 더 크게 하거나, 아니면 다른 곳에 별도로, 좀 더 쉽게 누를 수 있게 배치되었다라면 하는 점이다. 사진출처=auto-motor-und-sport.de


운전석 좌측면과 동반자석 우측면 송풍구 중앙은 열선시트 조절 버튼이...사진=netcarshow.com




이 또한 혁신이다


물론 이런 변화를 썩 내키지 않아 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뭔가 너무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 되어 간다는 점에서 더 그럴지도 모릅니다. 옛 것의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펼친 그 마인드에 대한 부분이에요.


혁신이라는 말 안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과 함께 낡거나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꾸는 것도 포함돼 있습니다. 아우디 TT 신형의 인테리어 (엄밀히 말하면 조종석 주변 콕핏)는 바로 후자 쪽 의미가 강하다고 보겠습니다. 늘 해오던 형태를 과감하게 벗어내고, 뭔가 새로움을 구현하겠다는 발상의 전환, 그리고 그 노력을 실제 멋진 결과물로 만들어 낸 과정. 이런 것들이 있을 때 비로소 혁신적인 기업, 창조적인 마인드의 기업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달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독일 매체들의 평가


이제 막 시승을 해 본 소감들이 몇몇 매체들을 통해 올라오고 있는데요. 그 중 실내 콕핏 변화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있어서 소개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쥐트도이체 (독일 최대 발행부수의 진보 일간지)  

"...Besser kann man Ergonomie kaum darstellen."

" 누구도 (아우디 TT 보다) 더 인체공학적일 수 (실내를)  없다."


아우토빌트 (독일과 유럽 전체 최대 발행부수의 자동차 주간 전문지)

"Vor allemden revolutionaeren 'Virtual-Cockpit den Fahrer unterstuetzt."

"그리고 무엇보다도 혁명적인 (TT의) 버츄얼 콕핏은 운전자를 돕는다."


아우토차이퉁 (독일 3대 자동차 전문 매거진)

"Die exzellente Verarbeitungsqualitaet und liebevolle Details... (중략) aber eines der pflegeleichten Art."

"뛰어난 조립품질과 매력적인 디테일들... (중략) 그리고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유형(의 콕핏.) "




도전하지 않는 것은 프리미엄에겐 죽음


전체적으로 아우디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현재까지는 칭찬의 분위기로 흐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비교테스트가 계속 이뤄지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에 따라서 아우도의 도전은 실패 혹은 성공의 평가를 받게 되겠죠. 


하지만 저는 이 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인 변화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고요. 앞으로 TT쿠페에 적용된 이 콕핏은 아우디 전체 모델로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최근에 발표된 파사트 차세대에도 이 버츄얼 콕핏이 적용이 되기도 했죠. 어쩌면 폴크스바겐 그룹 전체로까지 전이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폴크스바겐 신형 파사트 실내. 계기판이 아우디 TT처럼 되어 있다. 단, 센터페시아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는 구성. 사진=netcarshow.com


아우디의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수를 하지 않는 방법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뿐이다. 그러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는 것은 혁신적으로 살아가는 프리미엄 브랜드에겐 죽음과 같다." -프리미엄 파워 中


사실 아우디에게 TT는 고마운 모델이기도 하지만 초기에 접지력 문제 등으로 인해 인명 사고가 나면서 곤욕을 치르게 한 녀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때의 사고와 그에 따른 대응을 통해 TT는 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판매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저는 아우디 TT의 실내 변화를 보면서 '가장 빠른 패스트 팔로워 (추격자)도 가장 느린 프론티어(개척자)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야 혁신가가 될 수 있고, 그래야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겠죠. 맨날 남의 뒤나 따라가서는, 그 좇아가는 것이 제 아무리 빠르고 영민해도 결코 리더의 자리에는 이름을 올릴 수 없다는 거, 오늘 아우디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