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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커넥티드 카 시대, 맞을 준비 되셨나요?


올 초 미국 USA투데이지는 자동차들이 이제는 연비나 주행성능만 가지고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는 기사를 쓴 바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컨슈머리포트의 올 초 자동차 브랜드 순위에서 포드가 거의 최하위로 쳐졌는데, 그 결정적 이유가 바로 사용하기 어려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때문이라고 밝혔기 때문이죠. 


반대로 미국에서 한 때 철수까지 하며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아우디는 전체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포드와는 다른 잘 갖춰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덕도 분명 보았을 거란 생각입니다. 여기서 언급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이 거 들어보긴 한 거 같은데 정확히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과 오락을 의미하는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와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교통정보 라디오에서 내비게이션으로

독일에서 라디오를 켜고 운전을 할 때, 가끔 음악이 끊기고 급하게 인근 지역의 교통사고 정보가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통라디오 방송에서 음악이 나오는 중간에 긴급한 교통 정보를 전해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여지지만, 교통방송을 안 듣고 있는 운전자들에게는 정보가 전달이 안되는 것과 달리 독일의 경우는 무조건 수신을 할 수 있게끔 시스템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걸 인포테인먼트의 시작점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죠. 그러다 위성항법장치 (GPS)를 이용한 내비게이션이라는 길 안내 시스템이 나오면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혁신적으로 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거리 주행 중 막히는 구간을 표시한 내비게이션이 우회도로를 알려주고 있음. 사진=스케치북


내비게이션은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오차가 거의 없는 정확한 길 안내로 초행길을 당황하지 않고 달릴 수 있게 해주었죠.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나의 경로 안에 공사 현장이 어딘지, 교통 상황이 어떤지를 알려주면서 최대한 운전자를 제 시간에 맞춰 목적지에 도달하게 해줍니다. 주내비게이션의 노예가 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제는 없어서는 안되는 자동차의 필수품이 되었는데요. 여기서 자동차는 다시 텔레매틱스의 시대로 넘어가게 됩니다.



원격 조정과 관리가 가능한 텔레매틱스 시대


삼성 갤럭시 기어와 BMW i3가 협업을 통해 차량의 정보를 웨어러블 기기로도 컨트롤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BMW 블로그


텔레매틱스라는 단어 역시 텔레커뮤니케이션과 인포매틱스의 합성어인데요. 한마디로 자동차를 스마트폰이든 다른 별도의 컨트롤 장치가 됐든, 외부 기기와 연계해서 효율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키 있죠? 원격 조정으로 시동을 걸고 하는 것도 일종의 텔레매틱스의 기능 중 하나라 보시면 됩니다.


요즘 앞서가는 분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자동차의 ECU와 스마트폰을 연동해서 차의 정보를 편하게 확인하고 이상 유무를 체크하고 있는데, 이 역시 텔레매틱스 시스템의 한 단면이라고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과거 전격 Z작전의 키트처럼 손목 시계로 부르면 차가 알아서 주인에게까지 오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네요.


뿐만 아니라 신호체계와 자동차가 서로 정보를 주고 받고, 그 정보를 다시 차와 차가 주고받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은 시대에 만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것이 가능해진 것은 자동차가 이동통신 시스템을 만나면서부터인데요. 특히 빠른 속도를 위해 LTE급이 적용이 되면서 자동차의 능력은 끝없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인터넷이 가능해진, 넷팅된 자동차의 시대, 텔레매틱스 체계가 더 다양해지고 깊어진 것을 요즘 흔히들 '커넥티드 카'라고 부릅니다. 



스마트폰이 자동차 속으로,

더 나아가 자동차 자체가 스마트폰처럼!


거대한 모니터가 박혀 있는 테슬라S. 테슬라는 원격으로 모든 자사의 자동차를 관리하고 있다. 사진=netcarshow.com


전기차 테슬라S의 센타페시아 쪽에는 저런 무식(?)하게 큰 모니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 화면 안에서 차량의 정보와 그 밖의 다양한 정보와 오락 기능을 다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처럼 자동차가 인터넷이 가능한 PC처럼, 또는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게 된 것을 두고 커넥티드 카라고 요즘 부릅니다. 길게 말할 거 없이 한 장의 이미지로 보여 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다양한 인터넷 기능이 가능한 '아우디 커넥트' 이해도. 사진=netcarshow.com


아우디 TT쿠페에 적용되는 커넥티드 카 시스템 그림입니다. 구글 스트리트뷰 제공부터 시작해서 오디오 스티리밍 서비스에 지역 정보, 날씨와 국가 정보에 SNS를 할 수 있고,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달리는 인터넷 기기가 되어 버린 것이죠. 스마트폰의 화면이 자동차 모니터에 그대로 반영되는 미러링 기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자동차 자체가 통신 기기가 되는 것이 커넥티드 카의 기본적인 발전 방향입니다.



르노삼성 SM7 노바의 스마트 미러링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르노삼성 브로셔 캡쳐


지난 월요일 공개된 재규어 XE의 8인치 터치스크린.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컨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사진=netcarshow.com


볼보 신형 XC90의 중앙 터치식 모니터. 사진=netcarshow.com


커넥티드 카들은 과거 내비게이션 화면과 차량의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던 중앙 모니터를 마치 스마트폰과 테블릿 화면처럼 직접 터치하며 쓸 수 있게끔 하고 있죠. 거기다 화면의 크기도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우디 TT 계기판 모습. 사진=netcarshow.com


새로나온 아우디 TT는 아예 모니터를 계기판과 합쳐버리면서 복잡한 실내를 더 단순화 시켜버렸죠.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들을 작동하는 방법은 쉬워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변화를 아우디가 만들어낸 것인데요. 또 최근엔 헤드 업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한 커넥티드 카 시스템도 가능해졌습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문자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간단한 손동작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끊을 수도 있다. 사진=NAVDY


디지털화, 무선 인터넷화 되면서 굉장히 많은 버튼들로 가득했던 차량 중앙부는 간단한 다이얼과 버튼 몇 개, 그리고 이런 모니터들로만 구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음성과 간단한 작동법 등의 도움으로 최대한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인체공학적 설계를 했고, 이제는 이것이 제조사들의 능력을 판단하는 또 다른 바로미터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IT 기업들과 밀접한 협업관계를 형성한 상태입니다. 자동차가 더 이상 기계 덩어리만이 아닌, 기계 엔지니어링과 IT와의 융합의 시대의 산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죠. 미국과 유럽이 이 커넥티드 카 시장을 현재는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유럽의 경우 커넥티드 카 시대를 대비해 기술 표준화를 지금 한창 마련 중에 있습니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의 단계를 넘어 이제 자동차 자체가 첨단의 인터넷 장비가 되는 시대를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죠.


 

운전자 인식, 현재 어디까지 와 있나?

독일의 설문 조사 내용을 보니...

이렇듯 요즘 자동차 회사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친환경성과 함께 바로 이 커넥티드 카 시스템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심지어 2020년에는 자동차 시스템의 절반 정도가 이런 커넥티드 카 관련한 전자, 무선 인터넷 관련한 것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와 있더군요. 일반 소비자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차는 철저하게 전자와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아우디 같은 곳에서는 현재 차량 전압을 12볼트에서 48볼트로 올리려는 계획까지 갖고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유는 이런 전자장비의 급격한 확장 탓입니다. 


무섭게 세상은 지금 디지털화, 무선 인터넷화, 지능화 시대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IHS오토모티브 같은 곳에서는 현재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동차가 2300만대 정도인데 2020년에는 6배 정도인 1억 5,20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아직은 운전자들이 온 몸으로 반기거나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는 건 아닌 거 같은데요. 최근 아우토빌트에 실린 커넥티드 카 관련한 설문 내용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의 생각은 어디쯤 와 있는지 잠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1 : 나는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위해 엔진의 성능 등을 양보할 생각이 있다.

               67.5% : 차의 PS를 양보하지 않겠다.

            12.6% : 차의 성능과 커넥티드 카 모두 중요하다고 본다.

             8.7%  : 커넥티드 카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

            11.1% : 응답 없음.


질문 2 :  누구에게 당신의 자동차 데이타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겠는가?

             43.8% : 보험사 (그것으로 인해 보험료가 인하될 수 있다면)

             43.6% : 정비소 (더 빠르게 정비받기 위해)

             36.9% : 다른 차량들에게 (정체가 있을 때 경고를 해줄 수 있게끔)

             22.9% : 제조사에게 (현재 내 차에 맞는 정보를 받기 위해서)

             31.9% : 난 기본적으로 이런 게 싫다.

              5.1%  : 응답 없음


질문 3 : 당신은 지금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나?

            14-29세 이하 : 5.4%

            30-39세 이하 : 4.2%

            40-49세 이하 : 2.7%

            50-59세 이하 : 3.8%

            60세 이상      : 2.1%


질문 4 : 당신은 커넥티드 카 서비스에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

            80.6% : 안전 관련 ( 긴급 전화 서비스. 예를 들면 E-CALL과 같은)

            74.1% : 시간 절약 ( 첨단 내비게이션 및 주차장 찾기 등)

            55.0% : 비용 절약 (예를 들면 운전 스타일에 맞는 보험 찾기나 저렴한 주유소 및 타이어 업체 검색)

            40.5% : A/S 서비스 (정비소와 바로 연결돼 있어 실시간으로 차량 상태 파악 및 조치 문의 등)

            17.0% : 안락함 ( 음악이나 소셜미디어 사용 기능 등)

              8.2% : 응답 없음



미래를 맞을 준비가 됐나요?

그럼에도 본질은 달리고 서는 것임을...


오펠 소형 코르사에 적용된 미러링 시스템. 사진=netcarshow.com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어떤 이들에겐 무선 인터넷을 통한 수많은 기능들이 그저 불편하고 복잡한, 괜히 차 가격만 높이는 불순한 존재 정도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고장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이런 복잡한 전자장비가 얼마나 안전한지, 신뢰를 마냥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그렇기에 최대한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안전해야 할 것이고, 고장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급격한 디지털화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운전자들을 어떻게 품어 안을 것인지도 고민해야겠죠. 물론 제조사는 이런 고민들을 지금 이순간에도 하고 있을 겁니다. 거역할 수 없는 흐름 속에 있는 자동차 업체들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낯설어 하고 마냥 거부할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유용하게 쓰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 자동차는 운전의 재미 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첨단의 방법으로 취할 수 있게 된 정보 기기로 자리 잡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이런 변화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고 받아 들이려는 태도가 낫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아무리 첨단의 IT화 되어 간다고 해도 달리고 멈추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다면, 어떤 첨단의 기능이 부여되고, 어떤 매력적인 정보를 준다고 해도, 그 자동차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잊지 않아야겠죠. 당신은 지금, 이 놀라운 자동차의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셨나요?


벤츠 S클래스의 12.3인치 대향 모니터에서 영화가 나오고 있다. 사진=netcarsho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