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 투리스모에 대한 독일인들 인상평가

 

쌍용에서 무슨 신차가 나온다 그러면,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됩니다. 해고자들 문제, 회사 인수 합병 문제, 비젼의 문제 등등. 뭐가 어찌되었든 쌍용차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들은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대에 세운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어쨌든 참 고단한 시절을 눈물로 타고 넘어가고 있는 쌍용에게 힘겨운 시간은 쉬이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이네요. 이유는 새롭게 내놓은 로디우스 후속 코란도 투리스모 때문입니다.

 

로디우스...라는 차는 일단 차의 실용성은 둘째치고 그 모양새 때문에 두고두고 입에 오르는 모델이죠. 굴러다니는 공중전화박스라는 얘기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그 명예롭지 못한 놀림들을 뒤로 하고 새로운 로디우스를, 새로운 이름과 모습으로 내놓은 게 코란도 투리스모입니다. 일단 로디우스랑 비교하면 나아졌어요. 

 

그렇지만 로디우스랑 비교를 하지 않고, 새로운 쌍용의 패밀리밴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디자인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여기서 잠시, 어떤 분께서(라고 쓰고 관련 종사자라 읽고) 제게 조용히 건네준 얘기가 있는데 그 걸 먼저 한 번 보신 후에 얘기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건 큰 틀에서 두 가지가 충족이 되어야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수준 높은 기술력입니다. 디자이너의 스케치가 CAD화 될 수 있는 설계능력, 그게 다시 제품으로 나오는 생산기술력 등이 따라주지 않으면 백날 좋은 그림 그려 봐야 한낱 철판밖에 안될 겁니다. 

 

또 하나는 디자이너들의 독립성 보장이죠. 페터 슈라이어라는 존재의 의미는, 그가 디자인을 직접 잘해서도 있겠지만 페터 슈라이어라는 든든한 벽이 버티고 있어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맞는 말 같죠? 한 마디로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쌍용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돈이 그리 많지 않은 회사니까요. 차가 팔려야 그 돈을 돌려 재투자를 하고 그러는 것인데, 아직은 차 팔아 볼륨을 키울 정도의 판매량을 갖고 있진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쌍용의 경우 디자인을 구현해 줄 기술력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결과물에 머물 상황은  아니지 않나 싶은데요. 만약 기술적인 한계가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면 역시 후자의 경우처럼 여러 외풍에 디자인이 흔들려 버린 것은 아닌지 하게 되는군요. 뭐 또 우리가 모르는 그 외의 요소들도 있겠죠. 

 

그런데 얘기를 이렇게 진행하다 보니 마치 이 차의 디자인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 단정을 짓고 말을 한 게 되는군요. 디자인이라는 건 사람의 눈에 따라 다르다는 거, 누구나 아는 얘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겐 못나게 보여도 다른 이에겐 이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어떨까요?

 

 

 

독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타블로이드지 빌트 자동차 섹션에, 코란도 투리스모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을 한 게 있었습니다. 뭐 결과는 보시는 것처럼 "별로다"가 압도적입니다. 참여 인원이 정확히 몇 명 정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수천 명은 클릭을 했다 보시면 될 거예요. 보통 신차에 대해선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 감안하면 이례적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야 이름을 바꿨지만 해외에선 이렇듯 로디우스 후속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이 점도 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구요. 독일의 자동차 전문가 한 명은 실내 공간의 경우 매우 훌륭하다고 칭찬을 했습니다. 그도 아직 실물을 못 봐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11인승이라는 점이 반갑다며 실속파들에게 의미 있는 차량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스타일에 대해선 역시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더군요.

 

정말 실내 좌석수 대단하죠? 착시현상이 일어날 정도네요

계기반이 중앙식입니다. 왜 저랬는지 잘 모르겠네요. 공조다이얼과 에어밴트 등이 있는 센타페시아랑 스티어링휠과 핸들 사이에 있는 정보창 주변의 디자인 등이 안 어울려 보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고생해서 만들어진 차일 겁니다. 이왕이면 모든 이에게 박수받고 기대에 찬 시선 속에 많은 고객들과 만나야겠죠. 하지만 아쉽게도 요즘처럼 디자인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위기가 많이 반영이 안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흐름을 디자인이 못 좇고 있다는 얘기죠. " 디자인 저 정도면 됐으니 난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이런 차가 나와준 것만으로도 됩니다." 라고 말하는 분들껜 정말 이 포스팅 별로 의미 없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그런 분들껜 죄송해 해야죠.

 

하지만 쌍용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이런 반응들이 있다는 것도 좀 알아줬음 싶어서 두서 없이 적어 본 것이니 그런 나름의 충정(?)도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특히 쌍용 디자이너분들! 보실지 모르겠지만, 저 너무 미워 마시고요. 정말 쌍용하면 디자인에서 자꾸 실망을 준다는 어떤 독일인의 댓글 같은 걸 더 이상 안 볼 수 있게 힘내주세요.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