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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잘 모르는 럭셔리 차들의 사소한 불편함들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고 해도 불편한 구석들은 다 있는가 봅니다. 수억을 넘나드는 가격의 럭셔리 차들도 예외는 아닌데요. 오늘은 보통은 잘 얘기들 해주지 않는, 혹은 모르는 그런 고급 자동차들의 사소한, 아주아주 소소한 불편함들을 살짝 다뤄볼까 합니다.


제가 직접 타본 것은 아니지만 실제 오너들의 이야기를 오랜시간(?) 수집한 끝에, 꼴랑 4대에 대한 불평을 늘어뜨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준비한 저 나름은 재밌다고 생각이 되는 내용인데요. 새로운 관점에서 차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벤틀리 플라잉 스퍼


첫 사소한 불편함의 주인공은 벤틀리입니다. 이런 차에 불만이 어딨냐고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지만  다시 말씀드릴게요. 차는 다~~~ 불만 사항들이 있는 물건입니다. 완벽할 순 없어요. 그게 천하의 벤틀리라고 해도 말이죠.



플라잉 스퍼의 멋드러진 실내 모습입니다. 참고로 핸들에 저렇게 칼라를 달리하는 조합의 경우 옵션입니다. 저거 기본 아니에요. 돈 따로 생각보다 훨씬 많이 지출해야 저런 그림이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오늘 할 얘기는 저런 게 아니구요. 컵홀더 얘깁니다. 안 보이죠? 운전석 옆에 있는 팔걸이, 그러니까 센터콘솔 안에 컵홀더가 있는 구조입니다. 폼나게 커피 한 잔 손에 쥔 채 차에 올랐습니다. 이제부터 저 차의 주인은 팔걸이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그 안에 있는 컵홀더에 커피잔을 놓아야 합니다. 


다 마시기 전까지는 팔걸이를 젖혀 놓고 계속 달려야 하죠. 혹 뒤에 동승자라도 있다면 중앙쪽 시야는 열려 세워진 팔걸이 덕(?)에 방해를 받게 될 것입니다. 또 보기 보다 센타 콘솔이 깊지가 않아 팔걸이를 내리면 완전히 닫히지 않게 됩니다. 테이크 아웃용 커피잔 뚜껑에 걸리는 것이죠. 거기다 컵홀더 위치와 시트 위치가 운전자가 몸을 조금 돌려야 컵을 쥘 수 있게 되어 있어 안전운전에도 방해를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수억 대의 저런 차 안에서 컵홀대 때문에 운전자가 낑낑거릴 거라곤 생각들 잘 못하실 거예요. 그런데 컵홀더의 불편함 만이 아닙니다. 팔걸이 쪽 가죽과 시트 옆쪽 가죽과 맞닿는 통에 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면 계속 가죽끼리 비비며 나는 소리에 아주 신경이 곤두서게 됩니다. 그래서 의자와 팔걸이 사이에 뭔가를 억지로 끼워 넣어야 겨우 비비는 소리에서 해방이 됩니다. 


조금 더 불평을 더해보자면, 5미터가 훌쩍 넘는 저 엄청난 길이의 차에 기본으로 후방카메라가 안 달려 있습니다. 한국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북미나 유럽에선 그게 옵션으로 적용되는데 가격이 우리 돈으로 200만 원 가까이 됩니다. 아~ 너무 하죠? 하지만 차는 정말 편안하고 잘 나가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저런 불편함들을 감수하는 거 아니겠어요?



이건 벤틀리 뮬산의 실내인데요. 뒷좌석 컵홀더 위치가 독특하죠? 대신 앞좌석의 경우 역시 팔걸이 안, 센터콘솔에 컵홀더가 있는 게 아닌가 짐작됩니다. 아니면, 기어박스 뒤에 있는 커버를 열었을 때 나타날까요? 뮬산까진 확인이 안됐습니다. 하지만 이 차도 버튼들이 너무 밀집되어 있어 보이네요. 혹시 뮬산 오너 계신가요? ^^;



마세라티 


아~마세라티입니다. 이런 차도 불편함이 있냐구요? 있다니까요! 사실 사람에 따라서 지상 최고의 엔진음을 내는 양산형 모델이라고까지 마세라티 차들을 칭찬합니다만 그와 반대로 잔고장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이 차는 무슨 감춰진 불편함이 있을까요?


저 위에 붉은색 모델은 그란 카브리오S이고, 아래의 것은 2007년식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사진인데요. 사진 속 붉은 원이 보이십니까? 무슨 놈의 버튼들이 많이 보이죠? 좌측에 있는 게 좌석 위치 조절스위치이고 코너쪽에 있는 게 메모리 시트 버트입니다.


그리고 앞쪽 코너에 있는 게 맛사지 버튼인데요. 그 버튼 옆쪽, 그러니까 좀 더 중앙쪽으로 가면 히팅시트 다이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위치가 아주 절묘해서 운전 중에 춥다고 느껴 좌석에 열선을 켜려면 더듬더듬 운전석 아래로 손을 내려 다이얼을 찾아 돌려줘야 합니다. 혹시 잘못 누르기라도 하면 느닷없이 맛사지가 시작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죠. 운전 중에는 위험할 수 있는데 이게 아직도 바뀌지 않고 모든 마세라티에 적용이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애스턴 마틴 라피드 


메르세데스 CLS나 BMW 그란쿠페 보다 윗급인 럭셔리 쿠페 애스턴 마틴 라피드입니다. 독일사람들도 애스턴 마틴이라 그러면 껌뻑하는데요. 아무리 애스턴 마틴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사소한 불편함은 있더군요.


가장 큰 문제는 운전석 옆좌석의 다리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콘솔박스 아래쪽이 되겠군요. 의자를 최대한 뒤로 밀고 다리를 뻗어도 공간이 이상하게 돼 있어 발끝을 살작 젖히게 된다고 합니다. 키가 큰 남성의 경우엔 결국 무릎을 굽힌 상태로 앉아야 한다는데, 이건 라피드의 문제라기 보다는 애스턴 마틴의 불편함이 아닌가 싶어요. DB9도 동반석에선 발목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는군요.



잘 보이실지 모르겠는데 라피드는 자동기어 변속기가 없고 저렇게 버튼들이 송풍구 아래에 나란히 박혀 있습니다. 맨 오른쪽 노란색 화살로 표시한 게 드라이브 버튼이고 왼쪽 두 번째 버튼이 후진 버튼입니다. 


사람에 따라선 저 버튼들 사용하는 게 매우 불편하다고 합니다. 보기에도 왠지 그렇게 느껴지지 않나요? 특히 키가 큰 운전자의 경우 의자를 뒤로 밀고 운전을 하기 쉬운데, 그러면 오른쪽 버튼을 누르기 위해 몸을 앞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써 본 사람의 말로는 그닥 메리트가 안 느껴지는 구조라고 하는군요.



라피드 뒷자리입니다. 멋지죠? 버킷시트 느낌으로 역시 차의 성격상 쿠페의 느낌을 잘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 좀 보세요. 굉장히 높죠? 저런 게 푹 파묻혀 좋은 느낌으로 오는 분들도 있겠지만 실제론 머리 공간도 없고 그래서 굉장히 답답한 느낌을 줍니다. 이거, 밀실 공포증 있는 분들은 장거리 여행에 어려움이 있겠는데요?



포르쉐 911


더모터스타 시승기에 등장했던 911(991) 사진이군요. 이 내구성 좋고 달리기 성능 좋은 독일산 스포츠카는 또 무슨 불편함이 있을까요? 시승기를 읽은 분들은 아실 내용인데요...



포르쉐 911 정도 되면 거의 매일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별 탈은 없겠지만 차를 한 달 정도만 안 타도 금방 방전이 돼 시동이 걸리지 않게 되죠. 


그런데 방전이 되면 일단 점프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앞쪽에 있는 트렁크를 열어야 합니다. 하지만 911은 배터리가 나가면 트렁크를 열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죠.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운전석 좌측 하단에 있는 퓨즈박스를 열어야 합니다. 사진을 보면 중앙에 보닛 그림 있는 붉은 퓨즈 같은 거 보이시죠? 


거기에 전용 선을 묶고 어디 전기가 통하는 절연 물질에 다른 한 쪽 라인을 댄다음 저걸 콱 누르면 순간 트렁크 문이 열립니다. 이렇게 희한한 방법으로 트렁크를 열면 끝이냐? 아니죠. 그런 다음 점프를 해야 비로소 시동이 걸리게 됩니다. 참 번거롭죠? 


이렇게 아무리 좋고 유명하고 비싸고 훌륭한 차들이라고 해도 다들 사사로운 불편함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차들은 잔고장에 약하고, 어떤 차들은 도장이 안 좋고, 어떤 차는 엔진음이 별로고, 어떤 차는 실내 공간이 애를 먹이며, 어떤 차는 정신없는 콕핏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이런 불편함이 있다는 걸 생각하고, 여러분이 타고 다니는 차들 너무 뭐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수억 원짜리 자동차라도 이런 것들 거슬리면 못 타는 것이고, 저렴하게 주고 산 낡은 중고차라도 만족하는 점이 크면 그 차가 내겐 명차가 되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니 단점 보다는 장점을 좀 더 크게 보시기 바랍니다. 그게 요즘 같은 시대, 스트레스 덜 받고 사는 방법일 테니까요.


(더모터스타엔 포르쉐 파나메라 GTS 시승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주소를 클릭해 주십시오. )

http://www.themotorstar.com/ou/ou_view.asp?bid=ou&idx=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