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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K3 디자인으로 본 기아와 BMW의 묘한 관계

기아가 야심차게 K3를 내놓았습니다. 너무 야심이 차서 그랬는지 가격이 아반떼의 저지선을 뚫고 나가버렸더군요. 차는 잘 만들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야만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감당해낼 수 있을 테니까요. 어쨌든 오늘은 디자인 관련 포스팅이니까 다른 얘긴 빼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디자인을 보면 참 다행이다 싶고, '괜찮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K9의 디자인을 가져왔다고 해서 내심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라디에이터 그릴이 벌집 형태로 다시 돌아왔더군요. 헤드램프와의 조화도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사실 오늘 포스팅은 디자인이 나쁘네 좋네 하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구요. 묘한 인연에 대한 추론입니다.

K3 얘기하는데 왜 K5가 나왔냐구요? 자주 말씀을 드렸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아의 다지인 중에 K5가 가장 나아 보입니다. 프론트와 뒷쪽의 강한 인상과 측면의 곡진 느낌, 이게 쿠페형 지붕 등과 적절히 어울려 매우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페터 슈라이어 씨 역시 큰 만족감을 표시했었죠.

 

이 내용은 작년 8월에 포스팅했던 것의 일부입니다. 밑줄 그은 대목이 페터 슈라이어가 직접한 말인데요. 얼마나 디자이너 스스로도 만족해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스포티지와 K5 등이 기아차 패밀리룩의 두 축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K5 이후에 기아차 디자인들이 계속 변화합니다. 페터 슈라이어가 강조한 기아만의 일체감이 변화를 보이는 것이죠. 물론 '호랑이 그릴'로 불리우는 앞 모습은 유지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모델별로 디자인 차이가 계속 발생합니다.



기아만의 유니트(독특함)한 면이 있긴 하지만 아우디나 BMW, 벤츠, VW 등이 보여주는 패밀리룩의 통일성 측면에선 다소 떨어져 보입니다.  물론 아우디의 쌍둥이룩처럼 너무 세그먼트별 변별력이 떨어져도 문제지만 이처럼 계속 그릴부터 헤드램프 등 핵심 영역의 디자인이 달라지는 기아도 뭔가 자신이 없어 보이는 느낌입니다.

 

디자인이라는 게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고, 더 다듬어지고 나아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째 기아의 변화는 그렇게 성장의 느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 것입니다. 어쨌든 페터 슈라이어 본인이 매우 만족했다는 K5와 그나마 비슷한 느낌을 주는 건 세 번째 사진인 중국전용 K2 정도가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이쯤에서 여러분과 함께 짚어봐야 할 대목이 생깁니다. 바로 BMW와의 묘한 인연이 그것인데요. 인연이라고 하니까 벌써 발끈하는 분들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의견도 있구나...정도로 봐주면 좋겠습니다.  그냥 한 개인의 주관적 의견..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아셨죠? 자 그럼 인연에 대한 이야기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烏飛梨落

 

오비이락.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 즉,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다른 것과 내용이 겹쳐 의심을 받는다...는 사자성어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K5의 디자인이 기아 패밀리룩 중심축으로 자리하지 못하고 계속 저렇게 변화가 이뤄지는 게, 혹시 BMW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런 추론은 스케치북다이어리에서 소개한 약 2년 반 전의 페터 슈라이어 한 인터뷰 내용에서부터 출발됩니다.

 

오비이락 1 - 인터뷰

잘 보이실지 모르겠는데요. 아우토차이퉁이란 전문지와 인터뷰에서 페터 슈라이어가 한 말입니다. 저 때 한창 독일 언론들과 페터 슈라이어가 인터뷰를 펼쳤습니다. 새로운 디자인 정책의 결과물들이 나오기 시작하던 시점이거든요. 그런데 밑줄 그은 부분 보시면,

 

"누구나 BMW를 한눈에 보고 알아챌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라고 한 부분이 있습니다. 저 당시는 페터 슈라이어 씨는 계속해서 기아차도 독일의 자동차들 처럼 패밀리룩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할 때입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게 BMW였죠. 그런데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만 그렇게 얘기한 게 아닙니다. 다른 곳에서도 그는 BMW를 언급했고, 베엠베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오비이락 2 - 관계자의 발언들

페터 슈라이어 씨의 저 인터뷰 후 나온 게 K5였습니다. 아우디나 VW의 느낌이 부분적으로 담겨 있지만 어쨌든 기아만의 멋진 자동차가 세상에 등장한 것이죠. 그리고 그 다음에 나온 게 모닝이었습니다. 볼락이란 물고기 닮은 그 경차는, 론칭행사장에서 기아 관계자분이 BMW MINI를 언급하며 사람들을 잠시 당황(?)케 해 또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뜬금없이 웬 미니' 말이죠.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차, K9이 등장합니다. 왕회장님이 정말 열심히 밀어준 기아의 야심작이었죠. 그런데 사람들은 그릴 모양과 헤드램프, 그리고 전체적인 차체의 흐름과 뒤태, 심지어 실내의 기어노브와 계기반 등을 보며 BMW와 너무 닮았다는 얘기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더모터스타에 4개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올려 정말 여론이 그런지 아닌지를 확인시켜 드리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기아는 K9을 내놓으며, 가격은 BMW 5 시리즈와, 성능은 BMW 7시리즈와 경쟁할 수 있는 차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습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의 명차들에게 묻는다." 라는 유명한(?) 광고 카피가 등장하죠. 도대체 프랑크푸르트에서 뭔 명차들을 찾았던 걸까요? 거긴 기아 디자인센터, 근처에 현대차 본거지, 그리고 오펠 본사만 있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BMW7시리즈 언급은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K9 관련 반응이나 판매 상황은 여러분이 저 보다 더 잘 아실 테니 더 이상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 번에도 기아는 BMW를 언급합니다. 확실히 기아의 의중엔 어찌되었든 BMW가 들어 있는 거 같군요. 

 

좋게 보면 BMW의 지향점과 기아의 지향점이 같은 것이고, 나쁘게 보면  삼성의 초창기 모델 갤럭시S가 아이폰을 베낀 것과 같은, 비슷한 진행이 기아 안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조금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폰의 UI, 포장, 본체 디자인, 심지어 어댑터까지 똑 같이 한 삼성만큼은 아니겠지만 뭔가 좀 찜찜한 구석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최근, 이런 의구심이 좀 더 선명해지는 차가 등장합니다. 바로 K3이죠.

 

오비이락 3 - 앞트임

베엠베 3시리즈입니다. 그닥 맘에 들진 않지만 암튼 독특한 디자인으로 그릴과 헤드램프를 연결시켜 놓고 있는데요. 과거에도 이런 디자인이 있나 좀 뒤적이다 포기했습니다. 어쨌든 BMW가 일명 '앞트임' 3시리즈를 들고 나왔고, 앞트임 때문인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판매는 순풍에 돛을 단 듯 순항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앞트임이 또 하나 등장합니다. 기아의 유럽전략형 모델 씨드의 쿠페 버젼 프로 씨드가 그것이죠.

첫 번째 사진이 해치백 5도어 씨드이고, 두세 번째 사진이 3도어 프로 씨드입니다. 둘 다 준중형, 그러니까 K3급이죠. 씨드가 먼저 나왔고, 프로씨드가 뒤따라 출시됩니다. 씨드는 독일 기준으로 9월, 그러니까 이번 달부터 판매가 되는 모델이고, 프로씨드는 정확히 언제부터 판매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씨드에 없던 앞트임 같은 게 프로씨드에 생겼습니다. 멀쩡한 얼굴 괜히 앞트임한 게 아닌가 싶은 어설픔이 느껴집니다. 절묘하죠? 그런데 최근에 발표한 K3도 이런 앞트임을 하고 등장합니다.

 

K3 모습입니다. 정면샷이 없어서 아쉽지만 측면 이미지로 올렸는데요. 여기서도 앞트임이 보이죠? 프로 씨드에 비해선 좀 더 자연스럽고 다듬어진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앞트임 했습니다. 정면에서 보면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참 타이밍이 그렇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러실 거예요. 자동차 디자인이란 게 최소 판매되기 4~5년 전부터 준비되는데 과연 3시리즈를 베낀 게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냐고. 그런데 완전히 디자인을 엎어버리는 게 아니라면 이런 정도의 변화나 적용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합니다.

 

가만히 보세요. 디자인이 또 바뀌어 있습니다. K5에 대한  극찬을 뒤로하고 계속 바뀌는 디자인이 점점 일체감을 떨어뜨리고 있음은 물론, 이제 특정 메이커와 닮았다는, 혹은 일부 차용이라는 오해까지 받고 있습니다. 기아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신하며 뜨겁게 주장한 게 옛날이 아니에요. 그런데 BMW가 기아의 정체성 속에 너무 많이 개입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냥 개입만 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주장한 방향성까지 훼손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아쉽기까지 합니다. 이게 페테 슈라이어의 의지인지, 아니면 경영진의 의지인지는 저 같은 사람이 알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정말 말 그대로 우연한 일치인지도 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점은 꼭 얘기를 해야겠네요. 

 

"스포티브한 드라이빙이라는 면에서의 벤치마킹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하지만 디자인까지 굳이 벤치마킹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이 디자인 관련 포스팅은 틀리고 맞고, 답이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제 주장을 강요하지 아니합니다.  그냥 여러분 각자  판단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