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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수입돼 기대가 되는 차, 수입 안돼 아쉬운 차

자동차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에겐 내 차가 되었든 남의 차가 되었든, 어쨌든 다양한 차 종이 굴러다니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많이 볼 수 있다는 건 선택의 폭과 다양한 문화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의미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 수입차는  짧은 기간에 비해 많은 종류가 들어왔고, 또 시장도 빠르게 성장되었습니다. 수입차가 낯선차가 아닌 시대인 거죠.

 

하지만 아직까지도 내수시장은 여전히 수입차는 비싼 것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도 비싼차 중심입니다. 저가 차량들을 들여오기엔 시장의 규모 면에서 또 한국 소비패턴의 특이성으로 인해 쉽지 않은 문제였는데요. 이젠 그런 장벽을 뚫고 자동차 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들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수입차들이 점점 가격이 낮은, 그러면서도 중대형 이상에서부터 소형으로까지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제차가 몰려온다! 뭐 이런 제목으로 수입차를 우리나라 시장의 침탈의 대상쯤으로 보는 시대도 지났기 때문에 이젠 정말 순전히 차 그 자체가 좋으면 소비가 되는 그런 형태로 발전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물론 아직까지 내수시장은 국내 브랜드가 90%를 움켜쥐고 있습니다. 10% 안에서 수입차들 간의 경쟁이 피터지게 펼쳐지고 있는 거죠. 하지만 10%는 수입차들끼리의 경쟁의식만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내수시장의 절대적 지위를 갖고 있던 한국 메이커들도 긴장케 만들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점유율이란 것이죠. 문제는 이 비율이 더 올라가게 될 것이란 점인데요.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씀 드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앞서 잠깐 언급한 차의 절대가격의 하락과 세그먼트의 다양화 때문입니다. 엊그제 기사를 보니 올해나 내년에 수입을 하기로 한 차들 중 그 동안 이 블로그에서 저나 여러분이 "수입이 되었음 좋겠는데~" 했던 차들이 제법 포함돼 있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수입될 준중형 이하의 반가운 모델들은 뭐가 있는지 알아보고, 또 아직 수입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꼭 좀 들어와줬음 하는 것들은 뭐가 있는지도 보겠습니다. 물론 수입이 되어주길 바라는 모델은 제 임의대로 선정한 것이니까 그 점은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더 많은 차 더 다양한 모델들이 있겠죠. 일단 당장 떠오르는 유럽 메이커 중심으로 꼽아 봤습니다.

 

 

피아트 500 & 피아트 500C

 

들어온다고 했던 게 좀 됐던 모델이죠. 들어오니 마니 말이 계속 나오더니 결국 내년 초쯤에 수입이 된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론 사진에 있는 500C 모델이 더 낫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암튼 이 차는 성능으로 탄다기 보다는 친퀘첸토라는 이름을 소비한다는 생각으로 봐야할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작아도 이 차는 운전자가 누가됐든 멋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부족함 하나 없는 그런 자동차 디자인과 자동차의 패션화 시킨 시대의 아이콘입니다. 차 가격이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겁니다만, 미니멀리즘의 표상이 되는 이 차는 그만한 지불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번에 이 차와 함께 수입이 되는 SUV 프리몬트가 있죠? 이태리 발음이 별도로 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일단은 프리몬트라고 하겠습니다.

 

딱 봐도 왠쥐 이태리스럽다는 느낌이 안 들죠? 크라이슬러랑 함께 개발한 모델이라 그렇습니다. 닷지 저니라는 차를 베이스로 했다고 하는군요. 저니가 멕시코 공장에서 조립이 된다는데 이건 어떤지 모르겠네요.

 

유럽에서도 작년 가을부터 판매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저런 미국형 디자인에 피아트 로고가 붙어 있는 게 낯서네요. 7인승이라서 유럽에선 MPV로 분류가 되는데 한국에선 SUV로 취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4륜의 경우 2.0 디젤이 170마력 정도 힘을 쓰고 크기는 올란도 보다는 넉넉합니다. 그러고 보니 뒤태도 올란도랑 비슷해 보이네요.

 

개인적으론 특별히 내세울 거 없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실용성을 원하는 분들에겐 괜찮을 거 같기도 하네요. 문제는 가격인데, 한국시장에서 안착하기 위해선 성능 대비 가격을 최대한 낮춰야 피아트 같은 메이커는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그 점은 먼저 시장을 외로히 공략하고 있는 시트로엥 DS 시리즈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개인적으론 피아트 500은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구요. 프리몬트는 글쎄요. 뭐라고 말하기 쉽지 않을 만큼 판단이 잘 안되네요.

 

 

 

VW 폴로

 

참 많이들 원하셨죠? 폴로, 수입된다네요. 사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지만 이 차는 유럽에서 이미 검증이 다 끝난 찹니다. 기대만큼 좋은 차라는 얘기예요. 디자인만 해도 사실 6세대 골프 보다 훨씬 이쁩니다. 어쨌든 이게 한국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딱 떠오른 생각이, 폭스바겐코리아가 작심을 했구나. 였습니다.

수입사는 폴크스바겐 차들을 대체적으로 마진은 적게하면서 시장지배력을 넓히는 관점에서 방향을 잡은 거 같습니다. 연비와 가격이 승부가 된 것이죠. 1.2리터 블루모션 디젤은 리터당 유럽기준 30km 나옵니다. 테스트 실연비 독일 매거진이 체크한 거 보니 한 4km 정도 빠지더군요.

그냥 하이브리드 수준에 운전감성은 더 뛰어난 소형차를 살 수 있다고 보시면 되는 겁니다. 역시 문제는 가격이겠죠. 어쨌든 박리다매가 수입차에서도 가능해진다는 걸 BMW와 폴크스바겐이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니까 기대를 해봐도 좋지 않겠나 싶습니다.

참, 이 차는 고성능이 아닙니다. 힘쓰려고 타는 차 아니에요. 고급차는 아니지만 성능은 동급 최고 수준에 있는 소형모델입니다. 좀 비싼 돈 주고 소형차 사서 두고두고 안전하게 타고 싶다면 선택하면 좋을 그런 찹니다. 일단 이 차는 질리지가 않아요. 그러니 돈없어서 소형차 타니? 이런 못된 소리들 좀 하지 마십시오. 이런 차는 그냥 취향의,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봐야 합니다.

만약 폴로에서도 힘쓰는 거 찾는 이들이 많고, 폴로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게 되면 아마 이것도 들어가지 않을까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제로백 6.9초에 최고속도 230km/h까지 나오는 180마력의 폴로 GTI입니다. 개인적으론 105마력 가솔린 모델과 디젤 블루모션, 그리고 GTI 정도 들어오면 폴로는 제대로 승부를 볼 수 있겠다 싶네요. 암튼 저는 수입 시기 언제쯤인지 확인해 보고 일반 폴로 모델 시승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차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상대적으로 수입 얘기가 없는 차 두 대가 머릿속을 휙하고 스쳐가더군요. 그 하나는 아우디 A1이고, 또 하나는 르노 신형 클리오입니다.

 

 

 

아우디 A1 & 르노 클리오

 

아우디 A1은 더모터스타 시승기를 통해서도 말씀드렸지만 BMW 미니의 현실적인 가장 확실한 경쟁모델입니다. 스펙도 좋고, 스타일도 좋고, 완성도 뛰어나고, 두 말하면 잔소리인 모델입니다. 아우디코리아는 꾸준히 A1 수입 계획 없다고 하는데, 환경이 이렇게 바뀌는데 가만 있을 건지 궁금하네요.

 

사진에 있는 고성능 콰트로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A1 두 트림 정도만 들여오면 좋겠네요. 폴로와 중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분들 계시겠지만 지향점이 다른 모델입니다. 폴로는 앞서 알려드렸듯 경제성에 방점을 둘 수 있고, A1은 어느 정도 성능에 초점을 맞춰도 된다는 거죠.

 

시트로엥 DS3가 혼자 외롭답니다. 어서 A1도 수입돼 수입 고성능 시장을 형성해 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역시 저번에 포스팅했던 르노 클리오. 이건 보고 또 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컨셉카 아니냐고 묻는 분들 계신데, 저거 양산 모델이라니까요. SM3 동생으로 들여오면 딱 됩니다. 폴로와 경쟁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성능에선 뒤지겠지만 클리오는 클리오 나름의 영역을 만들 수 있다고 보여지네요.

 

이렇게 말은 했지만, 르노 본사 하는 짓이 미덥지 않아서, 과연 의지가 있는지 그게 우선 걱정입니다. 라인을 증설해야 뭘 차도 만들고 부품 국산화 늘리겠다는 말도 믿을 텐데 좀처럼 그런 얘기는 안보이니 말이죠. 만약 르노-닛산 그룹이 르노삼성 정말 살리겠다고 한다면, 클리오 위탁생산하게 해주세요. 넘 억지스럽나? 어쨌든 탐나는 녀석임에 분명합니다.

 

소형차 얘기하다 보니 뭔가 중요한 녀석이 빠져 있네요. 현재로선 가장 수입이 어려운 모델이 아닌가 싶은 게 바로 알파 로메오 미토입니다. 미니의 라이벌로 만들어진 차죠. 실제로 성능에서 미니에 조금 못 미친다고는 해도,

 

이 차를 성능만으로 탈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피아트 500 보다 어쩌면 더 이태리 감성이 강한 차가 미토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차는 몰고 다니면 뭐라고할 사람 없을 겁니다. 그냥 시선이 차에 꽂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볼 만한 그런 수준이죠. 샤프함과 귀여움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찹니다. 피아트 그룹에서 줄리에타나 미토 등도 고려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BMW 1시리즈

 

1시리즈네요. 이 녀석도 수입이 된다는군요. 그것도 제대로인 해치백으로.  120d 어설픈 쿠페형 들였다 본전도 못 찾은 것이 쓴 약이 되었던 건 아닌가 싶은데요. 제가 누차 말씀드렸지만 1시리즈는 해치백이 무조건 답입니다.

 

어쨌든 준중형급에서 골프와는 또 다른 주행감각을 가진 독일 찬데요. 준중형급에서 후륜구동의 맛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이 차는 수동기어가 제격인데요. 그래서 수동 모델도 수입이 되어 준다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1시리즈 해치백에 수동미션은 매니아들을 양산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차거든요. 확실한 팬덤이 형성될 겁니다.

 

디자인에서 약간 아쉬움도 있고, 차체가 커지다 보니 콤팩트한 뒤태가 다소 퍼져 보이는 아쉬움도 갖고 있습니다만, 어차피 이전 1시리즈 못 봤으니 이 차가 이전 차에 비해 어떻다는 얘기는 그닥 의미가 없을 겁니다. 하여튼, 운전의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면 1시리즈는 대단히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메르세데스 A 클래스

 

결국은 들어오네요. 제가 이 차 수입해야 한다는 분노의 포스팅을 연속으로 한 덕분(?)일까요? ㅎㅎ 물론 아닐 겁니다. 독일에서도 반응이 워낙 좋고, 유럽 전체적으로 사전 예약이 폭발하는 등, 뜨거운 반응에 아마 수입사도 충분히 매력을 느꼈을 겁니다.

 

아니면 본사가 이 모델을 통해 각오를 새롭게 했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겠구요. 뭐가 됐든 잘됐죠. 이왕 수입하는 거 일반 A클래스와 함께 저 진한 회색에 독특한 그릴이 매력인 'A250 AMG 스포츠'도 꼭 들여와 주길 바랍니다. 뭐 오리지널 AMG A클래스도 함께 들어와 준다면 더할나위 없겠죠.

 

여기까지 보니 어떠세요? 수입이 확정되지 않은 모델들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준중형 이하급에서 이렇게 여러 차들이 한국땅을 밟는다는 것이 반갑지 않습니까? 과거 한국에서 실패하고 돌아갔던 메이커들이 돌아오고, 또 소형차들까지 합세를 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한국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인데요.

 

수입차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직 비싸긴 하지만, 아직 더 갈길이 멀지만 그래도 이런 변화는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현상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도 조금 더 해봅니다. 화장품이나 디지털 카메라처럼 자동차도 한국이 테스트마켓이 되어서 "한국 소비자들이 인정하면 어디서든 통한다!" 뭐 이런 거,

 

자동차도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도 점점 마진율이 낮아지는 수입차 가격은 더욱 낮아질 것이며, 국내 메이커들은 여태까지의 태도와는 또 다른 치열하게 기술과 서비스와 가격의 경쟁이 불길처럼 일어나게 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소비 패턴이나 차를 바라보는 안목이 조금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당신은 과연 이런 차들을 건강하게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차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접근할 용의가 있으세요? 남이 무슨 차를 타든 신경 쓰지 않고, 차를 상대를 평가하는 못된 잣대로 사용하지 않을 정도의 유연한 문화적 소양이 갖춰져 있습니까? 좀 좋은 차 탄다고 운전 개떡같이 안 하고, 그럴 수록 더 모범을 보일 생각은 하고 계시나요?

 

차만 좋으면 뭐하겠습니까, 차만 다양해지면 또 뭐할까요. 그런 것들은 그 차를 선택하고 운전하는 운전자들과 바람직한 만남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겁니다. 참 다양한 자동차와 자동차 문화, 그리고 그것을 누릴 줄 아는 대한민국 운전문화. 이런 멋진 조합이 대한민국 땅에서 펼쳐질 날이 멀지 않았다 믿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