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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다루기 어려운 스포츠카, 다루기 쉬운 스포츠카

스포츠카 혹은 수퍼카는 메이커들의 기술 집약체입니다. 또한 이 차들은 경쟁이라는 기본 위에 있는 전투적(?) 자동차이기도 합니다. 스피드와 힘에 매료된 스포츠카 및 수퍼카 매니아들 앞에서 감히 이런 차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한 마디로 뻔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는 게 될 텐데요.

 

그래도 요 얘기는 한 마디쯤 슬쩍 해보면 어떨까 싶어 몇 자 적어봅니다. 사실 스포츠카의 양대산맥은 유럽과 일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견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그렇게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은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독일과 일본의 스포츠카는 대비되는 부분들이 있다는 거죠.

 

일본의 경우 요즘도 요즘이지만 오히려 70년대에서 80년대를 거쳐 90년대까지 굉장히 다양한 수퍼카와 스포츠카를 생산해냈습니다. 70년대엔 미국 머슬카 디자인을 흉내낸 토요타 셀리카 같은 것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유럽 스포츠카를 따라잡기 위해, 혹은 스바루 임프레자 WRX 같이 특정 자동차 경주(WRC) 용으로 나온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여러가지 일본 스포츠카, 수퍼카의 특징들 중에서 독일의 그것들과 대비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점은 바로 운전자가 다루기 편한 것에 초점을 둔 모델들이 많다는 거죠.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혼다 NSX 게 되겠습니다.

 

사진에 있는 녀석은 2002년식인데요. 1990년에 첫 등장한 NSX 옆모습은 콜벳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일본차들이 아까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 머슬카나 포니카에서 얻은 디자인의 잔재 정도라고 할까요? 

 

이 차는 아시다시피 알루미늄 바디의 최초 양산 모델이죠. 획기적인 도전이었다고 보여집니다. 또 유명한 게 전설적인 F1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가 작업에 참여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미드십 엔진에 V6에 후륜구동, 그리고 290마력 정도를 냈었죠. 지금보면 마력이 별 거 아니겠지만 그 때만 해도 쉽게 얘기할 수준이 아니었죠.

 

어쨌든 이 차는 현실적인 수퍼카에 속합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수퍼카들과 대척점에 있는 모델로, 전문가나 전문교육 등을 받아야 타는 차가 아니라 오토기어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운전자를 배려한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 있는 차였습니다.

 

올해 초 모토쇼에서 공개됐었죠? 디트로이트였나 아마 그럴 겁니다. NSX 컨셉캅니다. 이 차가 다시 내년에 양산형으로 나올지도 모른다고 처음에 얘기됐을 때, 일본이나 미국팬들 못지 않게 독일 언론들에서 호들갑을 떨었는데요. 익히 그 명성을 알고 있는 젊은이들 또한 NSX를 높이 평가들 하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카, 수퍼카하면 NSX 말고 더 대중적인 모델이 하나 있죠. 바로 닛산 GT-R입니다.

 

생긴 건 정말 아무리 정을 붙여보려고 해도 쉽게 다가서기 어렵지만 GT-R이라는 이름 하나로 용서가 되는 거의 유일무이한 '못생긴 매력덩어리 스포츠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차는 타 본 사람들이나 이 차를 만든 엔지니어 모두가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운전이 쉽다는 거죠.

 

운전이 쉽다니까 오토미션 쏘나타 모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겠지만 그런 정도는 아니구요. 수퍼카로서 극한의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정도로 보시면 될 겁니다. NSX나 GT-R이나 모두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카이면서 동시에 주행 안전성 등에 심혈을 기울인 차들입니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뭐 있죠? 네, 포르쉐가 있습니다. 새로나온 911은 상당히 대중성을 확보했습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911이 될 공산이 지금으로선 매우 커보이는데요. 하지만 포르쉐 팬들 일부는 말랑말랑(?)해진 포르쉐에 실망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GT2 같은 모델을 제대로 즐기려면 트랙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이수하길 메이커나 전문가들은 권합니다. 한 마디로 다루기 쉬운 착한 스포츠카가 아니라 정복되어져야 할 날것의 느낌이 강한 차라는 것이죠. 작다고 만만하게 보면 정말 큰 코 다칠 수 있는 찹니다.

이런 야성 때문에 레드불 레이싱팀의 레이서 마크 웨버 같은 경우는 지돈 내고 직접 매장에 가서 GT3 같은 모델을 사기도 했습니다. 도전의 대상이라는 것이 승부욕을 자극한 것이겠죠. 

 

BMW 최고 스포츠카라고 할 수 있는 M5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신형의 경우도 그렇고 생각 만큼 이 차가 제 능력을 내게끔 운전하는 게 쉬운일이 아닙니다. 일반 승용섀시로 600마력 가까이 낼 줄 아는 이런 차는 매우 승차감도 단단하고 핸들도 무겁습니다.

 

운전 좀 하고 나면 팔뚝, 어깨, 엉덩이, 허리 등이 뻐근함을 느끼게 되죠. 엔진출력을 제어하는 것도 보기 보다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일상용으로도 충분하지만 스포츠카 모드로 전환하면 그 때부턴 지킬박사처럼 위험하고 광폭한 존재로 변신을 하게 됩니다. 

 

사실 차량 고작 한 두대 가지고 대비감을 명확하 게 설명하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본차들은 운전자들이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지점에 모든 포커스를 맞췄고, 독일차들은 자동차 그 자체에 초점을 두었다고 보시면 대충 맞지 않을까 합니다. 일본식 정원을 봐도 그렇고, 그밖의 일본의 문화나 국민성 자체를 봐도, 일본차는 사람의 편의를 되게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독일은 자연에 사람이 적응을 하던지, 아우토반이나 차에 사람이 적응을 하라는 식인데요. 불편해도 상황에 맞춰가는 게 게르만들의 특징이라고 본다면, 자동차도 그런 관점에서 어느 정도 구별이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은 차들이 점점 편안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구분이 조만간 의미없어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차들이 다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전 생각합니다. 애초에 차라는 게 등장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스피드와 싸웠고, 한계를 극복하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점이 계속해서 남아주길 바랄 뿐입니다. 이건 차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또 다른 욕망이자, 여전한 로망일 테니까 말이죠. 몸 컨디션이 안 좋다 보니 횡설수설 정리가 안됐네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