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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벨로스터, 벤가 잔존가치 1위 평가는 반쪽짜리


어제 한 분께서 질문을 해오셨습니다. 국내 언론에 현기차 벨로스터와 벤가가 독일 자동차잡지 '아우토빌트'가 실시한 잔존가치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떴는데, 그게 사실이냐고 말이죠.

한국에 와 있는 동안 이래저래 바쁘다 보니 독일자동차 잡지 둘러볼 시간이 없었는데 그 질문 덕에 해당 내용을 찾아보게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최고의 품질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보도자료 문구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잔존가치에 대해선 제가 자주 소개해드려 아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잔존가치 평가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잔존율, 그러니까 차의 가격적 가치가 높은 비율로 유지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손실액이 적은 부분이 됩니다. 이해하기 쉽게 하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000원 짜리 물건이 있다고 치죠. 이 물건의 잔존율이 60%라고 한다면 12,000원이 될 겁니다. 이번엔 10,000원 짜리 물건이 있습니다. 잔존율이 50%라고 하면 5,000원이겠죠? 첫 번째 차의 잔존율이 더 높습니다. 하지만 손실금액만 놓고 보면 10,000원 짜리 물건이 5,000원만 잃었을 뿐이죠. 벨로스터와 벤가가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한 부분이 바로 후자의 경우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이 벨로스터에 대한 평가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체크해보도록 하죠.

우선 한국언론들의 내용에 따르면 스포츠카 부분에서 잔존가치가 제일 높은 것으로 벨로스터가 뽑혔다는 것인데요. 여기에 빠져 있는 것이 바로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눠 평가가 이뤄졌다는 사실입니다. 스포츠카 부문만 놓고 결과를 말씀드리면,

Bester Werterhalt (최고 잔존율 부문 1위) : BMW Z4 sDrive 28i - 61.7% 잔존율

Geringster Wertverlust (가격 최저 손실율 1위) : 벨로스터 1.6

우선 최고 잔존율 1위에 오른 베엠베 Z4의 경우 신차 가격이 46,420유로였습니다. 여기에서 손실액 17,770유로를 뺐을 때 4년 후에 가격이 28,650유로가 되는 것이죠. 반면에 벨로스터는 잔존율은 높지 않으나 손실액이 적었습니다. 이를 좀 더 이해하기 쉬우시라 1,2,3위 최저 손실율 모델들을 알려드리죠.


3위 마쯔다 MX-5 2.0 MZR

신차 가격 : 27,430 유로
손실 금액 : 14,379 유로
잔존 금액 : 13,051 유로
잔존율     : 52.4%


2위 시로코 1.4 TSI

신차 가격 : 28,995 유로
손실 금액 : 14,295 유로
잔존 금액 : 14,700 유로
잔존율     : 49.3%


1위 벨로스터 1.6

신차 가격 : 22,080 유로
손실 금액 : 11,680 유로
잔존 금액 : 10,400 유로
잔존율     : 52.8%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벨로스터가 평가된 스포츠카 잔존가치에서 손실액이 가장 적은 차 1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잔존율 1위는 Z4가 차지했습니다. 진정한 잔존가치라고 한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잔존율이 중요한 것이지 손실금액의 단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의 가치(퍼센트)가 남았느냐가 의미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 언론에서 최고의 품질로 평가됐다는 식으로 기사를 내보내면 자칫 잔존율이 높은 차로 인정된 것처럼오해할 소지가 다분히 있는 것입니다. 벤가 역시 최저가격 손실율에서 1위인 것이지 잔존율 1위는 아니었습니다.

현기차 입장에서는 1위를 차지했으니 홍보를 하긴 해야겠는데, 저 내용 그대로 하는 건 큰 의미 없겠고, 그래서 그냥 전체 평가에서 1위인 것으로 뭉둥그려 자료를 낸 것이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차라리 애매한 부분은 자료를 내지 말던가 했어야지 오해할 만한 내용으로 홍보자료를 만든 것은 좋은 자세는 아니라 봅니다. 아무리 현대가 아우토빌트의 데이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도 요즘 같은 시대에 얼렁뚱땅 자료 뿌리는 짓은 더 이상 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제 어지간한 정보는 특정 부류만의 것이 아닌 세상이 되지 않았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