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 파나메라는 비교시승의 동네북이다?


포르셰(혹은 포르쉐)는 독일인들에겐 자부심 강한 스포츠카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한 때, 골수팬들에겐 SUV 카이엔의 출시로 정통성을 훼손한 메이커로 실망을 주기도 했죠. 그러나 실망은 일부만의 몫이었을까요? 포르셰는 이 카이엔의 성공으로 위기를 돌파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포르셰는 기존의 영역을 벗어난 4도어 쿠페형 파나메라를 출시합니다. 건강하게 생긴 엉덩이와 4인승 세단형이라는 이유로 포르셰 일부 팬들은 또 다시 이단아의 탄생을 비난했습니다. 출시 전 여러가지 걱정의 소리들도 있었지만  세계 곳곳에서 이 두툼한 엉덩이의 주인공 파나메라를 사겠다고 여러 부자들이 주문을 해대기 시작했고, 매우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이런 파나메라의 놀라운 성적표는 하이브리드 모델과 디젤 파나메라라는 어찌보면 충격적 영역으로의 확장을 거침없이 시도할 수 있게끔 한 증명서가 되어주었습니다.
 

이제 한국에 곧 터보S라는 초고성능 모델이 판매를 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트림이 되었든 저같은 이에게도 파나메라는 '언젠간 꼭 한 번 타보고 말 거야..'라는 강한 바람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파나메라에 실망하는 P당들은 많습니다.)


비판을 하든 긍정을 갖든 어떤 형태로든 파나메라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은 과연 이 자동차가 어떤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지 온통 관심은 퍼포먼스에 쏠리게 됐죠. 그리고 이런 관심과 갈증을 풀어내기 위해 곳곳에서 파나메라에 대한 테스트, 시승기 등을 앞 다퉈 다뤘습니다. 특히, 파나메라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파악할 수 있는 비교테스트는 가장 큰 관심의 항목이 되었죠.


그런데 여기서 참 애매모호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포르셰가 처음 만든 이 4인승 고급 모델이 과연 다른 경쟁 메이커인 아우디나 메르세데스 등의 어떤 급과 비교를 해야하는 것인가였습니다.


그런 고민은 비교시승을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여기는 독일 자동차 매거진들의 행태로 그대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어떤 잡지에선 이 차를 경쟁 메이커들의 플래그십과 비교했고, 또 어떤 매거진에선 럭셔리한 스포츠세단들과 비교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메르세데스 CLS와 같은 4도어 쿠페형 모델과 비교를 하기까지 했습니다. 파나메라가 무슨 만만한 브랜드의 만만찬 자동차도 아니고, 왜들 이렇게 이 차 저 차들에 마구 가져다 붙이는 걸까요?

위 내용은 최근에 독일 잡지인 아우토차이퉁(Autozeitung)이 신형 CLS 63 AMG와 파나메라 터보S를 비교시승한 내용의 일부 이미지입니다. 테스트 결과는 성능면에서 파나메라 터보S의 완승으로 끝났는데요. CLS 63AMG가 아무리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고 해도 태생적으로 스포츠카의 피가 흐르는 파나메라 터보S와의 비교는 라이트 헤비급과 미들급과의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여기서 파나메라를 라이트헤비급이라고 한 것은 가장 높은급을 헤비급이라고 했을 때, 그에는 조금 모자르는 것을 비유하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헤비급이 못되었을까요? 이에 대해선 과거 포스트 "포르쉐 파나메라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을 통해 대신 답을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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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메르세데스 S클래스가 대형세단들과 본연의 비교테스트를 하고, 다음날 마세라티 콰트레 포르테랑 비교테스트를 하더니, 또 그 다음날엔 급기야 아우디 A7과 같은 4도어 쿠페랑 비교테스트를 당한다고 말입니다. 사실 제대로 된 자동차 매거진이라면 이런 테스트는 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S클래스의 정체성 혹은 방향성은 분명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파나메라는 대형 플래그십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라고 하기도 모호하고, 더더군다나 4도어 쿠페형이라고 CLS나 A7 등의 준대형급과 놓기엔 체급이 높아 보이는 등, 아주 애매한 포지션을 갖고 있습니다. 나쁘게 보면 모호한 모델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4도어 쿠페의 맛도 있고, 기함의 웅장함도 느껴지며, 럭셔리 스포츠세단의 화려함도 풍기고 있는 것이 또한 포르셰 파나메라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치 파나메라를 사면 원플러스 원. 아니 1+3의 자동차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죠. (좋아하는 자동차이다 보니  좋게 해석을 하게 되는군요. ㅎㅎ)


어쨌든 이 차에 대한 포지션이나 이에 따른 성능 평가가 어떻든. 파나메라가 이런저런 자동차들과 툭하면 비교테스트 당하는 것을 보면 좀 안쓰럽다가도 '그래도 파나메라니까 저게 가능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게됩니다. 저는 또 기대해 봅니다. 파나메라가 또 어떤 형태의 자동차들과 비교테스트를 받게 될지 말이죠. 7체급을 석권한 필리핀의 영웅 파퀴아오급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5체급을 석권해 본 슈가레이 레너드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보렵니다.


그렇게 본다면 파나메라는, 비교시승의 동네북이 아니라 어느 모델들도 해보지 못한 다체급 도전을 하는 의미 있는 자동차로 자리잡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그런가요? ...

파나메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