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투입이라는 응급처방을 통해 자동차 부품업체인 유성산업 파업 사태는 일단락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그냥 추이를 지켜만 보려고 했었죠. 어련히 알아서(?) 언론에서 다룰까 싶어. 그런데 그런 기대와는 달리 유성산업 파업을 향한 언론의 총칼은 단호하고도 무섭게 그들을 찔러대고 있더군요 ' 이게 맞나?' ' 이게 아닌 거 같은데...' 이런 느낌만 자꾸 들었습니다. 특히나 7,000만 원 연봉을 받는 노조들이 파업한다며 장관이란 사람을 포함, 언론들은 그들의 행위를 배부른 자들의 못된짓 쯤으로 규정을 지어버렸죠. 여론이 흔들리는 듯 보였습니다.
제가 진보적이지도 않고, 노동조합과 관련해 거의 아는 부분도 없긴 하지만 유성산업 노조원들을 한국 자동차 산업을 망치려드는 천하의 매국노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자니 좀 화가 나더군요.이런 분위기에서 마침 변상욱 대기자가 언론과 기자들을 향해 일갈한 기사가 떠 그나마 답답한 맘이 좀 풀리는 기분이 들었는데요. 변기자의 기사와 함께 제가 느낀 대한민국 언론의 속살, 혹은 진짜얼굴이 어떤 것인지 한 번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 그리고 파업은 불법이 아니었다. 5개월 동안 11차례 교섭하고, 1차례 조정과정 거치고, 사측이 불성실하게 임한다고 쟁의조정신청서 내 찬반투표 거치고, 쟁의행위신고서 노동당국에 접수했다. 그래도 전면파업은 피하고 작업장 점거나 시설파괴가 일체 없었고 경찰에게 입한 번 열지 않고 끌려간 온건하고도 합법적 쟁의였다."
변상욱 대기자의 기사 한 대목입니다. 유성산업 노조의 요구는 잘 아시는 것처럼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과 이에 따른 월급제로의 전환이 그 주된 내용입니다. 현재 하고 있는 주야간 2교대는 주간조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야간조가 오후 9시부터 오전6시까지 작업하는 것을 말하고, 주간 2교대는 오전 6시에서 오후 3시 전후와 오후 3시 전후에서 밤 12시 전후까지 작업을 나눠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밤샘작업을 없애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능률도 떨어질 뿐더러 근로자의 건강에 대한 위험, 그리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요구사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은 모양이더군요.
노동계의 꾸준한 요구조건이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회사측에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간 2교대로 바뀌면 일일 2시간 가량 생산활동이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만큼 임금 역시 줄어드는 것이죠. 유성산업 노조는 임금이 줄어드는 부분을 감수하겠다고 했고, 2년 전 합의한 사측에서는 이제 생산성 문제 부분에 대해 일정부분 역시 감수해달라는 것이 이번 파업의 주된 이야기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논란 뒤에 현대자동차가 있더군요.
현대차 노조원들 역시 주간 연속 2교대를 원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회사측에선 미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청업체 중 하나인 유성산업이 이 부분을 놓고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측에서 요구를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현대차)가 실행하기로 결정나면 그 때 하시오." 라고 말이죠. 이런 복잡한 요인들이 이번 파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생산을 지속하며 부분파업을 하던 노조들을 압박하기 위해 갑자기 직장폐쇄를 한 회사로 인해 졸지에 노조원들은 공장을 불법점거한 무리가 되어버렸지만 위 기사처럼 누구하나 쇠파이프 들거나 화염병 날리지도 않은 온건하고 합법적인 쟁의였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파업을 대다수의 언론들은 '불법파업'이라는 딱지를 붙여가며 자극적으로 기사들을 뽑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입니다.
언론들은 유성산업이 3년 째 적자를 보고 있는데 연봉을 자그마치 7,000만 원이나 받는 노조원들은 회사나 자동차 산업을 거들떠도 안보고 자신들의 뱃속만 채우려 든다며 힐난했습니다. 하지만 이 것 역시 잘못된 주장이었죠. 역시 변기자의 기사 내용 중 일부입니다.
" 이 기사들은(영업 적자부분) 회사 측이 제공한 개별재무제표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되어 있는 유성기업 재무 상황 중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니 내용이 다르다.
2010 당기순이익이 118억 흑자, 2009년 16억 적자(금융위기), 2008년 59억 흑자, 2007년 133억 흑자, 2006년 128억 흑자. 영업이익은 순수하게 영업한 걸로만 따지고 당기순이익은 영업외 수익과 비용을 합쳐 따지므로 기업의 경영상태를 더 정확히 알려면 당기순이익까지 살피는 게 상식이다.
유성기업이 파업에 들어가자 궁금해진 투자 전문가들이 언론 보도 대신 제대로 된 회계자료들을 사펴보고 나서는 '어, 이거 알짜배기 회사네'하면서 달려들었단 결론이 나온다."
즉, 대다수의 언론들이 유성산업을 적자기업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흑자를 내는 기업이었습니다. 만약 정말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볼 것 없는 회사라면 투자자들이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연일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주식을 사들였겠습니까? 흑자인데 적자라고 하는 것은 원청(현대차 등)기업들이 하청업체가 흑자내는 것을 알면 원가절감하자고 더욱 거세게 달려들 것이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마사지 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 변기자의 주장이고 틀리지 않아 보입니다.
이 역시 기사의 한 대목을 적어보겠습니다.
" 나중에 공개된 급여 명세표를 들여다보면 8년차 노동자 월급은 연장근론 30시간, 휴일특근 15시간, 세금, 보험 포함해 251만 원. 퇴직금 포함해 계산해도 연봉 3천만 원 수준이다.
연봉 7천이 되려면 근속년수 30년 가까이 된사람이 연장근무, 특근까지 잔뜩 해야 나오는 액수라는데 평균 연봉 7천이라고 보도한 기자들은 누구인가? 오보면 정정을 하던지 후속 기사에서 반론을 써 주든지 해야지 오보임이 판명되어도 입을 닦고 침묵하는 기자들이라니. 기자들이 이젠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없어져 간다."
우리나라 초일류 기업들과 같은 수준이라는 연봉 7천만 원...유성산업이 과연 그게 가능하기나 한 걸까요? 이런 기본적인 사실확인 조차 없이 기사를 써내려간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기사를 낸 것일까요? 참 웃겼던 것이 회사측 인사인 이기봉 전무(아산공장 공장장)라는 사람의 발언이었습니다.
" 일부 노동자는 관리직인 우리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다. 노동자들의 고임금이 기업에 부담이 돼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
전무씩이나 된 분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지...제조업체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숙련된 기능공이 관리직 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관리직이라고 무조건 많이 받는 게 아니죠. 뻔히 알면서 저런 발언을 하는 사람의 저의가 의심스럽군요. 그리고 이런 발언을 그대로 옮겨적으며 모 신문에서는 이렇게 화답하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만성 적자인데도 불구하고 고액연봉 받는 직원들이 더 많은 것을 고집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결코 정당한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이렇게 쓰니 영혼없는 기자라는 소리를 선배 기자에게 듣게 되는 겁니다. 제대로 사실확인 조차 안하고 일방적으로 노조원들을 몹쓸 사람들도 폄하하는 기자들에게 저널리즘은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요?
유성산업 파업과 관련해 경제단체나 자동차 단체 등은 연일 우려를 표명했고, 공권력 투입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의 파업이 하루하루 더해질수록 완성차업계나 동부품업계의 손실이 수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란 이유 때문이었죠. 1,300원짜리 링 하나 때문에 완성차 라인이 올스톱 된다며 난리도 이런 난리는 없었습니다. 토요타 학습에 철저했던 현대차는 토요타처럼 재고량을 고작 며칠 치밖에 준비 해놓지 않았고, 그 것이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납품 단가 낮은 기업으로 밀어주기를 하는 등의 행태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키운 부분까지 파업을 한 유성산업 노조원들의 잘못으로 몰아가면 안됩니다. 완성차 업체들 피해 무서워 노조원들은 정당한 댓가를 요구할 수도 없고, 하지도 말아야 하는 걸까요?
마치 파업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 전체가 위태로우니 국가를 위해서라도 파업은 하지 마라. 그런 분위깁니다. 돈 많이 받으니까 그냥 힘들 건 뭐건 입 다물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는 그런 분위깁니다. 그냥 건강한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는 지극히 기본적 노동의 권리 조차 논하지 말라는 이런 분위기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디쯤 서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신문에서는 유성산업 파업으로 인해 대한민국 부품업체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외국자동차 업체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죠.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바보들만 모여 있답니까? 무슨 극악한 불법 파업을 한 것도 아니고, 주간 2교대제를 약속한 대로 실행해달라는 그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걸 외국 업체들이 모를 리 있겠냐는 겁니다.
현대차는 납품일을 어길 시, 시간당 18억 씩의 위약금을 물라는 노예계약 비슷한 걸 해놓았더군요. 이러니 회사측에선 낮아지는 납품단가 맞추랴, 납품일 맞춰 위약금 안 물을랴, 밤새 사람들 돌리고 돌리며 어떻게 해서든 짜내야 했을 겁니다. 하청업체들을 위해 뭘 어찌어찌하겠다는 현대차의 구호가 정말 현장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의구심만 듭니다.
아무리 이익을 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건강하게 일하고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권리까지 막을 수 없습니다. 무조건 파업이라고 하면 '회사의 손실이 얼마네' 하며 어마어마한 금액을 언급하기 이전에 노조원들의 요구가 정당한지. 정당하다면 왜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이런 사태의 이면엔 어떤 또 다른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언론은 깊이 있게 다뤄야 합니다. 하지만 유성산업 파업과 관련된 일련의 언론들 플레이를 보면, 힘없는 약자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가진 자들의 논리를 위해 펜대를 굴리고 있다는 느낌만 받게 되니 이를 진정한 저널리즘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언론의 민낯 보기가 몹씨 괴로운 하루였습니다.
제가 진보적이지도 않고, 노동조합과 관련해 거의 아는 부분도 없긴 하지만 유성산업 노조원들을 한국 자동차 산업을 망치려드는 천하의 매국노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자니 좀 화가 나더군요.이런 분위기에서 마침 변상욱 대기자가 언론과 기자들을 향해 일갈한 기사가 떠 그나마 답답한 맘이 좀 풀리는 기분이 들었는데요. 변기자의 기사와 함께 제가 느낀 대한민국 언론의 속살, 혹은 진짜얼굴이 어떤 것인지 한 번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유성산업 노조는 불법 파업을 했는가?
" 그리고 파업은 불법이 아니었다. 5개월 동안 11차례 교섭하고, 1차례 조정과정 거치고, 사측이 불성실하게 임한다고 쟁의조정신청서 내 찬반투표 거치고, 쟁의행위신고서 노동당국에 접수했다. 그래도 전면파업은 피하고 작업장 점거나 시설파괴가 일체 없었고 경찰에게 입한 번 열지 않고 끌려간 온건하고도 합법적 쟁의였다."
변상욱 대기자의 기사 한 대목입니다. 유성산업 노조의 요구는 잘 아시는 것처럼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과 이에 따른 월급제로의 전환이 그 주된 내용입니다. 현재 하고 있는 주야간 2교대는 주간조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야간조가 오후 9시부터 오전6시까지 작업하는 것을 말하고, 주간 2교대는 오전 6시에서 오후 3시 전후와 오후 3시 전후에서 밤 12시 전후까지 작업을 나눠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밤샘작업을 없애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능률도 떨어질 뿐더러 근로자의 건강에 대한 위험, 그리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요구사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은 모양이더군요.
노동계의 꾸준한 요구조건이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회사측에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간 2교대로 바뀌면 일일 2시간 가량 생산활동이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만큼 임금 역시 줄어드는 것이죠. 유성산업 노조는 임금이 줄어드는 부분을 감수하겠다고 했고, 2년 전 합의한 사측에서는 이제 생산성 문제 부분에 대해 일정부분 역시 감수해달라는 것이 이번 파업의 주된 이야기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논란 뒤에 현대자동차가 있더군요.
현대차 노조원들 역시 주간 연속 2교대를 원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회사측에선 미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청업체 중 하나인 유성산업이 이 부분을 놓고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측에서 요구를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현대차)가 실행하기로 결정나면 그 때 하시오." 라고 말이죠. 이런 복잡한 요인들이 이번 파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생산을 지속하며 부분파업을 하던 노조들을 압박하기 위해 갑자기 직장폐쇄를 한 회사로 인해 졸지에 노조원들은 공장을 불법점거한 무리가 되어버렸지만 위 기사처럼 누구하나 쇠파이프 들거나 화염병 날리지도 않은 온건하고 합법적인 쟁의였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파업을 대다수의 언론들은 '불법파업'이라는 딱지를 붙여가며 자극적으로 기사들을 뽑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입니다.
정말 적자기업이었나?
언론들은 유성산업이 3년 째 적자를 보고 있는데 연봉을 자그마치 7,000만 원이나 받는 노조원들은 회사나 자동차 산업을 거들떠도 안보고 자신들의 뱃속만 채우려 든다며 힐난했습니다. 하지만 이 것 역시 잘못된 주장이었죠. 역시 변기자의 기사 내용 중 일부입니다.
" 이 기사들은(영업 적자부분) 회사 측이 제공한 개별재무제표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되어 있는 유성기업 재무 상황 중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니 내용이 다르다.
2010 당기순이익이 118억 흑자, 2009년 16억 적자(금융위기), 2008년 59억 흑자, 2007년 133억 흑자, 2006년 128억 흑자. 영업이익은 순수하게 영업한 걸로만 따지고 당기순이익은 영업외 수익과 비용을 합쳐 따지므로 기업의 경영상태를 더 정확히 알려면 당기순이익까지 살피는 게 상식이다.
유성기업이 파업에 들어가자 궁금해진 투자 전문가들이 언론 보도 대신 제대로 된 회계자료들을 사펴보고 나서는 '어, 이거 알짜배기 회사네'하면서 달려들었단 결론이 나온다."
즉, 대다수의 언론들이 유성산업을 적자기업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흑자를 내는 기업이었습니다. 만약 정말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볼 것 없는 회사라면 투자자들이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연일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주식을 사들였겠습니까? 흑자인데 적자라고 하는 것은 원청(현대차 등)기업들이 하청업체가 흑자내는 것을 알면 원가절감하자고 더욱 거세게 달려들 것이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마사지 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 변기자의 주장이고 틀리지 않아 보입니다.
연봉 7,000만 원 귀족 노동자들의 배부른 투정?
이 역시 기사의 한 대목을 적어보겠습니다.
" 나중에 공개된 급여 명세표를 들여다보면 8년차 노동자 월급은 연장근론 30시간, 휴일특근 15시간, 세금, 보험 포함해 251만 원. 퇴직금 포함해 계산해도 연봉 3천만 원 수준이다.
연봉 7천이 되려면 근속년수 30년 가까이 된사람이 연장근무, 특근까지 잔뜩 해야 나오는 액수라는데 평균 연봉 7천이라고 보도한 기자들은 누구인가? 오보면 정정을 하던지 후속 기사에서 반론을 써 주든지 해야지 오보임이 판명되어도 입을 닦고 침묵하는 기자들이라니. 기자들이 이젠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없어져 간다."
우리나라 초일류 기업들과 같은 수준이라는 연봉 7천만 원...유성산업이 과연 그게 가능하기나 한 걸까요? 이런 기본적인 사실확인 조차 없이 기사를 써내려간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기사를 낸 것일까요? 참 웃겼던 것이 회사측 인사인 이기봉 전무(아산공장 공장장)라는 사람의 발언이었습니다.
" 일부 노동자는 관리직인 우리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다. 노동자들의 고임금이 기업에 부담이 돼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
전무씩이나 된 분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지...제조업체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숙련된 기능공이 관리직 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관리직이라고 무조건 많이 받는 게 아니죠. 뻔히 알면서 저런 발언을 하는 사람의 저의가 의심스럽군요. 그리고 이런 발언을 그대로 옮겨적으며 모 신문에서는 이렇게 화답하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만성 적자인데도 불구하고 고액연봉 받는 직원들이 더 많은 것을 고집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결코 정당한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이렇게 쓰니 영혼없는 기자라는 소리를 선배 기자에게 듣게 되는 겁니다. 제대로 사실확인 조차 안하고 일방적으로 노조원들을 몹쓸 사람들도 폄하하는 기자들에게 저널리즘은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요?
마무리...
유성산업 파업과 관련해 경제단체나 자동차 단체 등은 연일 우려를 표명했고, 공권력 투입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의 파업이 하루하루 더해질수록 완성차업계나 동부품업계의 손실이 수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란 이유 때문이었죠. 1,300원짜리 링 하나 때문에 완성차 라인이 올스톱 된다며 난리도 이런 난리는 없었습니다. 토요타 학습에 철저했던 현대차는 토요타처럼 재고량을 고작 며칠 치밖에 준비 해놓지 않았고, 그 것이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납품 단가 낮은 기업으로 밀어주기를 하는 등의 행태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키운 부분까지 파업을 한 유성산업 노조원들의 잘못으로 몰아가면 안됩니다. 완성차 업체들 피해 무서워 노조원들은 정당한 댓가를 요구할 수도 없고, 하지도 말아야 하는 걸까요?
마치 파업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 전체가 위태로우니 국가를 위해서라도 파업은 하지 마라. 그런 분위깁니다. 돈 많이 받으니까 그냥 힘들 건 뭐건 입 다물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는 그런 분위깁니다. 그냥 건강한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는 지극히 기본적 노동의 권리 조차 논하지 말라는 이런 분위기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디쯤 서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신문에서는 유성산업 파업으로 인해 대한민국 부품업체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외국자동차 업체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죠.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바보들만 모여 있답니까? 무슨 극악한 불법 파업을 한 것도 아니고, 주간 2교대제를 약속한 대로 실행해달라는 그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걸 외국 업체들이 모를 리 있겠냐는 겁니다.
현대차는 납품일을 어길 시, 시간당 18억 씩의 위약금을 물라는 노예계약 비슷한 걸 해놓았더군요. 이러니 회사측에선 낮아지는 납품단가 맞추랴, 납품일 맞춰 위약금 안 물을랴, 밤새 사람들 돌리고 돌리며 어떻게 해서든 짜내야 했을 겁니다. 하청업체들을 위해 뭘 어찌어찌하겠다는 현대차의 구호가 정말 현장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의구심만 듭니다.
아무리 이익을 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건강하게 일하고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권리까지 막을 수 없습니다. 무조건 파업이라고 하면 '회사의 손실이 얼마네' 하며 어마어마한 금액을 언급하기 이전에 노조원들의 요구가 정당한지. 정당하다면 왜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이런 사태의 이면엔 어떤 또 다른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언론은 깊이 있게 다뤄야 합니다. 하지만 유성산업 파업과 관련된 일련의 언론들 플레이를 보면, 힘없는 약자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가진 자들의 논리를 위해 펜대를 굴리고 있다는 느낌만 받게 되니 이를 진정한 저널리즘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언론의 민낯 보기가 몹씨 괴로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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