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구안은 골프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어제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포스팅을 어쩔 수 없이 하루 쉬었습니다. 마침 독일은 연휴인지라 눈치 안 보고 누워 있을 수 있어 다행인데요...저의 이 부실한(?) 몸으로 튼튼하기로 두 번째 가봐라! 이러면 엄청 서운해할 티구안의 소식을 전하게 돼 조금 머쓱합니다.

여튼, 페이스리프트 된 티구안에 대한 첫 번째 소식이 있어 간단하게 이 내용을 전해볼까 합니다.



보시다시피 신형 티구안과 작년부터 확실한 라이벌 체제를 굳힌 BMW X1과의 비교테스트 관련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내용은 성능에 대한 구체적 평가라기 보다는 새로나온 티구안을 소개하는 정도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신형 티구안은 현재 나와 있는 것과 성능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 얘기했으니 포스팅 여기서 마치.......면 안되겠죠?

사실 한국분들에게 티구안하면 괜찮은 콤팩트 SUV이지만 가격이 못돼 먹은 것쯤으로 인식이 되어 있습니다. 한국 수입가격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차의 가치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이 흠이라는 얘기인데요. 정말 그럴까요?...

2007년 가을 쯤 독일에서 처음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주문이 얼마나 밀렸냐 하면, 2007년 10월에 주문을 한 고객이 이 차의 키를 받은 때가 이듬 해인 2008년 9월이었습니다. 길게는 거의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했을 정도로 출시 때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죠. 그리고 티구안은 무수히 많은 경쟁 모델들과 다양한 자동차 전문지들을 통해 비교테스트를 받는 등 생생한 검증의 과정을 거쳤고, 단순한 성능에서부터 내구성이나 잔존가치, 고장율 등 거의 전부분에 걸쳐 상대 모델들 보다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몇 번 티구안과 관련된 내용들을 올린 적 있기 때문에 (궁금하시면 우측 상단에서 티구안 이렇게 넣어 검색하시면 됩니다) 스케치북다이어리를 자주 찾는 분들께선 이런 상황을 대충 파악이 되셨을 겁니다. 혼다, 포드, 닛산, 현대 등에서 만든 콤팩트 SUV들이 다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티구안은 우직하고 성실한 참피언의 자세로 방어전을 잘 치르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다 BMW에서 내놓은 강력한 도전자 X1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X1에 대한 좋은 평가들이 쏟아졌기 때문에 티구안의 자리를 X1이 대신할 것이란 짐작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맞붙여 놓고 보니 티구안은 티구안 나름의, X1은 X1 나름의 장점을 분명히 한 가운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테스터들이 최종적으로 손을 들어준 것은...티구안이었는데요. 결국 지금까지 독일 내에서 자동차 부분에서 골프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듯, 티구안 역시 SUV 판매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게 됐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부분적 이미지에 변화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성능에서는 신형티구안이나 구형이 같습니다. 라디에이터 그릴 쪽을 요즘 VW이 밀고 있는 패밀리룩으로 변화를 주고 뒤태 역시 이전의 모델에 비해 좀 더 단정한 느낌으로 정리를 했죠.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모델이 선굵은 남성성이 부각되었다면 이번 모델은 좀 더 도시적인 남성의 이미지로 변신이 되었다 보는데요. 프론트쪽이 이전의 이미지를 버린 것에 조금은 아쉬움도 있습니다.

 X1과 티구안을 놓고 이야기 해보자면  티구안은 상대적으로 뒷좌석의 공간 확보와  안락함이 장점입니다. 무릎쪽 공간도 티구안이 최소 5cm 정도 여유가 있었고 뒷좌석 조절도 티구안히 훨씬 기능적이라는 게 아우토빌트의 평가였는데요. 시야 확보나 타고 내릴 때의 편리함 등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는 일이 많은 운전자에게, 짐을 실는 일이 잦은 운전자에겐 역시 x1 보다는 티구안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사실 연비에 있어서는 x1이 트림 전체적으로 우위에 있었는데요. 하지만 티구안 블루모션테크닉 모델의 경우 x1의 훌륭한 연비에 거의 육박했습니다. 이번에 비교테스트를 한 X1 18d 4륜구동이 리터당 17.5km 정도인데 반해 티구안 2.0 TDi BMT 사륜 모델은 리터당 17.2km로 거의 차이가 없었고, 마력이나 최고속도, 토크, 이산화탄소 배출 등에서도 두 모델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가격 역시 X1이 32,000유로, 티구안이 31,500유로로  비슷했는데요. 전체적으로는 고마력 모델이 있는 X1의 가격대가 폭이 넓었지만 비슷한 성능의 모델간에는 BMW가  조금 더 비쌀뿐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적어도 독일에서 그리고 유럽에서는 티구안과 베엠베 X1 사이엔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우위만 있을 뿐 자동차 자체엔 어떤 점에서도 티구안이 부족하지 않다는 거죠. 여러분들이 성능대비 비싼 모델이라 얘기하는 것은  BMW와 VW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반응의 차이가 만들어낸 선입견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개개인이 느끼는 가치의 차이까지 제가 잘못됐다 맞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티구안이 실제로 독일에서 팔리는 가격이나 반응은 결코 X1에 한급 아래는 아니라는 거...그 점은 분명히 말씀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

신형 티구안에는 다양한 옵션들이 적용됩니다. 헤드레스트(머리보호대)는 위아래 뿐 아니라 전후로도 조절이 가능해 운전자에게 가장 알맞는 형태로 조절을 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실제로 동영상을 보니까 마치 머리에 맞는 베개를 대고 있는 느낌도 받을 수 있겠더군요. 그리고 다행히 이 기능은 기본사양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처음 출시됐을 때 부터 자동주차시스템이 적용됐었죠. 거기에 커브를 돌 때 헤드램프도 함께 방향을 트는 커브 라이트 기능부터 상대편 차도까지 배려하는 다이나믹 헤드라이트 기능도 추가옵션으로 적용됩니다. 파사트에 적용된 졸음운전 방지 시스템이나 차선 이탈 방지 기능도 적용이 되고, 가을부터 만들어질 모델엔 교통표지판 인식 시스템도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디젤엔진의 경우엔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의 정도가 오히려 신형 티구안이 X1 보다 더 낫다고 하는데요.

                                                    ⓒAutobild

이제 정리를 해볼까요?

우선 티구안은 성능에서 충분히 콤팩트 SUV의 최정상에 놓을 수 있는 모델입니다. 가격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 X1과 견주어 결코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 이얘기는 한국에서의 가격이 너무 부풀려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이구요.  실용적이고 안락하며 단단한 가족용 SUV를 원하는 이에겐 결코 후보군에서 제외시켜서는 안되는 그런 모델이라 봅니다. 그렇다고 달리기에서 헐떡거리며 남들 뒤를 쫓는 그런 모델 역시 아니죠.

물론 X1도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여전히 제 아내는 X1을 요즘 가장 멋진 차라고 말합니다. (누가 B당 아니랄까봐..) 운전자에게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여전히 주면서도  짐을 실고 내리는 역할도 어느 정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스타일도 있으면서 브랜드가 주는 즐거움도 한몫하는 모델입니다. 뒷좌석에 고민이 없는 운전자에겐 어쩌면 티구안 보다 더 우선순위가 될 수도 있겠죠. 특히나 티구안에는 없는 고성능 모델의 경우 신나게 밟고 싶을 때 그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켜 줍니다.

이렇듯 티구안과 X1은 지향점이 조금 다릅니다. 어느 모델을 찜해도 후회없는 선택이 될 수 있겠죠. 물론 한국의 투산이나 스포티지 역시 좋은 경쟁 모델들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티구안과 한국의 투산 IX35와는 대략 300~600만 원 정도의 가격차이를 보입니다. 물론 독일에서죠.)  하지만 분명히 성능에선 차이가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순전히 자신의 판단이고 몫이겠지만 당분간 콤팩트 SUV 급에서 최상위 위치를 유지하는 모델이 어떤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아우디가 내놓은 Q3와의 대결에서도 이긴다면 말이죠. ^^

제가 서두에 티구안이 처음 나왔을 때 차를 인도받기까지 11개월이나 걸린다는 얘기를 했었죠. 그런데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 역시 주문 후 9개월이 지나야 받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점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들이 높죠. 여기에 다시 3년후에 나올 티구안Ⅱ까지 생각하면, SUV에서 골프의 영광을 티구안이 계속해서 이어가지 않을까 싶네요. 몸이 좀 불편해 그런지 집중력이 떨어져 좋은 포스팅이 못 되었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