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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재규어가 SUV와 왜건을? 이건 아니잖아~

프랑크푸르트 밤거리를 오랜만에 배회하고 늦게서야 들어왔습니다. 사실은 아는 후배 만나 Weizen 맥주로 목젖을 달래며 독일 뒷담화에서부터 희망, 그리고 인생 얘기 콜콜하게 나누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기분 좋게 그 친구와 헤어져 동네에 도착하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멋드러진 재규어XJ 한 대가 있더군요. 녀석은 잠시 저의 주변을 맴도는가 싶더니 이내 도도한 걸음걸이로 사라져갔습니다. 조명 아래서 봐 그랬는지 아름다운 공예품을 보는 착각에 사로잡히기까지 했는데 아무리 조명의 효과라고는 해도 멋진 차는 멋진 차였습니다.

실물이 더 멋진 차 재규어XJ


그렇게 잠시잠깐의 황홀경에서 벗어나 컴퓨터 앞에 앉으니 어라? 때마침 재규어가 SUV와 왜건을 만들어 공개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보이는 거였습니다. '이 무슨 벤츠가 유모차 만드는 소리?' 하며 봤더니, 제작총책임자인 '칼 페트 포스터'라는 양반이 크로스오버라면 재규어에서도 SUV를 만들 수 있겠다. 라고 넌지시 얘기를 했다는군요.

 
이게 재규어가 만들게 될지도 모르는 SUV의 예상도인데 우째 쌍용 코란도C 느낌이 나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재규어가 갖고 있는 고급 살롱에 대한 인상이 워낙 강했기 때문인지 새로운 시도라기 보다는 어쩌다가 이젠 이런 것까지 하게 되었을까? 라는 착찹한 질문을 하게 되더군요.

사실, 재규어가 랜드로버와 함께 미국의 포드에 매각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새로운 길이 열리나 기대들을 많이 했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웬걸요. 포드가 피똥만 싸다 수십억 달러 까먹고 인수가격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3억 달러에 인도 타타자동차 그룹으로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덤핑물건 처리하듯 넘겨버리게 됩니다.

한 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 영국의 자존심인 두 메이커가 넘어갔다는 것은 영국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면서도, 존심은 상하나 제대로 두 메이커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동시에 갖게 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 과거의 영광만으로, 그렇게 이슬만 먹고는 살 수 없는 냉엄한 현실 앞에 재규어는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이고, 그 일환으로 이렇듯 SUV와 왜건을 택한 것입니다.


 왜건의 예상도인데요. XF를 베이스로 한 모델 같은데 역시 좀 낯설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SUV의 생경함 보다는 좀 덜한 느낌이군요. 특히 왜건은 구체적으로 공개날짜까지 밝혔는데 바로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오픈일이 그 D-Day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9월에 실제 그 현장에서 모델을 보고 판단을 해야할 듯 싶구요. 앞서 언급했던 SUV는 랜드로버의 이보크를 베이스로 하되, 겹치는 느낌이 나지 않도록 준비를 할 것이라고 합니다만 언제쯤 만나게 될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SUV의 저런 예상도라면 왠지 타타의 바람처럼, 영국민들의 바람처럼, 명가의 재건이 쉽게 성취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우려의 마음이 듭니다... 부디, 고급살롱의 명가의 이미지를 잘 살린 멋진 SUV가 나오길 기다려봅니다.

(참, 내일은 독일에서 요즘 한창 관심을 끌고 있는 아우디 A6에 대한 독일 매거진 시승기를  상세히 올려볼까 합니다. 기대해 주세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