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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말해보기

태권도 양수춘 실격패 사건과 조승희 사건

(자동차블로거가 시사 코너에도 얼굴을 드밀고, 좀 머쓱합니다만 올려주신 다음뷰측에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다만, 짧게 제목을 뽑아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었는지 '조승희 사건과 닮았다' 라고 적은 건 제 글의 취지와는 달라 보여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네요. ^^; 오히려 이 글은 양쉬춘 선수 사건과 조승희 사건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지를 한 번 짚어보자는 취지이니, 부족한 글 읽어가실 분들껜 미리 알려드립니다.)

양수춘 실격패 사건

세상에...광저우 아시안게임의 태권도 종목에서 대만 최고의 인기선수인 양수춘이 1회전에서 실격패를 당하자 대만사람들이 태극기를 불태우고 한국학교에 달걀을 투척하고, 소녀시대가 때 아니게 대만언론에 의해 또 다시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혐한이라고 해서 한국에 대한 다분히 악의적 공격이 있어왔던 터이기에 이번 사건은 그 혐한 정서에 불을 지른 꼴이 되고 말았죠. 뭐 내용은 다 아시겠지만 대충 이렇습니다.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는 한국회삽니다. 거기서 이미 게임에 출전하게 될 선수 발 사이즈에 맞는 양말을 포함한 전자호구 장비를 광저우에 보내 두 차레에 걸처 검사를 받았다고 하죠. 이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경기 당일에 이 센서패치를 대만선수가 발 뒤꿈치에 붙이고 나왔다가 한국 엔지니어에게 걸린 것입니다.

공식태권도 전자장비 시스템으로 한국의 한 업체가 생산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보셔서 알겠지만 경기 전 서로 호구가 제대로 반응하는지 테스트를 하던 중에 발뒤꿈치에 붙여서는 안되는 센서가 걸린 겁니다. 사실은 이 때 게임을 중단시키고 회의를 거쳐 실격패 처리했더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텐데...그냥 패치를 떼게하고 게임을 진행시키고 맙니다. 게임 중에 감독위원들은 회의를 했고, 결국 양수춘 선수가 9-0이라는 스코어로 앞선 상황에서 실격을 선언하게 되었죠.

아직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지만, 왜 대만선수가 붙어서는 안되는 패치를 붙였는지 그게 의문입니다. 대만쪽에선 광저우조직위가 1,2차 검수에서 찾아내지 못한 것일 뿐이라며 제조업체에 이유를 대는데, 제조업체측에선 왜 모든 제품에서 발견되지 않은 패치가 그 선수한테서만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불가능한 일이라고 대만측 주장을 일축해버렸습니다.

어찌되었든, 문제가 이렇게 되자 대만언론이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내게 됩니다. 국민들은 흥분을 하고, 길거리로 나와 괜한 라면을 부수지 않나, 삼성과 LG제품 불매운동을 펼치겠다고 하질 않나...한국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달결을 던지지 않나...엉뚱하게 불똥이 한국으로 튀고 있는 실정입니다.

뭐 이 점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죠. 한국의 급성장으로 대만이 여러분야에서 뒤쳐지게 되면서 나타나는 태도들이다. 워낙에 친일파인 대만의 정서에 한국의 대중문화 공습은 경제 외에도 질시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대만의 유일한 국제대회 금메달 종목인 태권도를 종주국인 한국이 죽이려는 음모다. 등등...아주 별의별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참 안 됐죠. 실력도 월등한 선수가 경기와 상관없는 실격선언으로 1회전에서 탈락을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원인을 음모론으로 돌리기 전에, 왜 룰을 어기면서까지 부정 패치를 붙였냐는 겁니다. 그 이유까지 한국에서 찾아야 하는 건 아니겠죠?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언론들이 냉정하게 짚어내고 혹시라도 자신들의 잘못에서 발생된 일이 아닌지 찾아들어가야 하는데 언론들이 앞장서서 의혹을 키우고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니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더군요.

뭐 총통까지 나서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거야 그네들 선거를 의식한 것이니 그런갑다 신경꺼버리면 그만이겠지만 방송이건 신문이건 생뚱맞게 반한 감정을 부채질하는 건 대단히 문제 있는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한국인과의 관련된 사건으로 몰아가려는 태도는 정말 우리 입장에선 아닌 밤의 홍두깨가 된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한국내 여론은 또 어떻겠나요? 안 봐도 비디오겠죠. 왜 가만 있는 우리한테 해꼬지냐! 며 흥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인데요...저는 이 사건에 대한 많은 댓글 중에 어느 네티즌이 조승희 사건에 대한 미국민의 반응과 대만인들을 비교하는 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B. 버지니아공대 조승희 총기 사건


한국계 미국인이 저지른 대형참사로 기억되는 이 총기난사 사건이 나자 우리나라 언론과 여론은 한마디로 난리가 났었습니다. 법적 신분은 미국인이지만 핏줄로 따지면 한국인이 되는 1.5세대 이민자였기에 우리는 일종의 도의적인 자발적 사과를 미국민들에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쪽의 반응은 의외였죠.  "왜 당신들이 미안해 하는가? 그는 미국인이다." " 조승희 개인의 잘못이지 한국민들 너희들이 저지른 잘못이 아니지 않는가?" 라는 글들을 올린 것입니다. 우리를 원망하고 탓할 줄 알았던 그들이 오히려 사과할 필요없다 라고 말해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한국 쪽 반응에 대해 어떤 식자는 이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 한국민들은 조승희 사건을 민족주의적 관점이 아닌 연고주의적 의식에서 접근한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사람을 만나도 그가 어디에서 태어났고, 나이와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알고난 다음 모든 관계를 시작한다. 조승희 역시 그가 비록 미국에서 미국인으로 살았지만 그의 연고를 따지고 들면 한국과 닿아 있다. 그 점이 한국민들이 미국에 사과를 하고 국가까지 나서 용서를 비는 과장된 행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 조승희 사건에 대한 다른 반응은 서구의 개인주의적 사고와 한국의 집단주의적 의식의 괴리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총기문제. 인종주의 문제 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정치권과 일부 기득권들이 이 문제가 빨리 우울증환자 한 명이 저지른 엽기사건으로 막내려지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라고 얘길 했습니다.

뭐 조승희 사건에 대한 분석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미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컴플렉스가 작동을 했다는 얘기서부터, 미국식 대응 태도를 우리도 배우자라는 말까지...하지만 이 사건에 보인 한국민들의 반응을 어떤 한 단어로 심플하게 규정짓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상당히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이 된 것일 테니까요.


A 사건과 B 사건 그리고 우리...


저는 이쯤에서 대만이 양수춘 선수의 실격패 사건으로 보여주는 태도와, 뭐 단순하게 봐서 미국인들이 조승희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 태도 중 우리는 어디에 좀 더 닮아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 잘못 건드렸다 저 욕을 한 바가지 먹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우리 역시 쉽게 흥분하고 어떤 한 사람의 잘못을  그 국가나 국민성까지 확대해서 비난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태권도 사건처럼 너무 비약된 집단의 광기와는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어떤 외국인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것을 그 개인의 잘못으로만 여기는지, 아니면 그것이 우리 스스로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확대시켜 국가가 어쩌니 국민성이 어쩌니 하며 비난을 하는지 생각해 본다면, 솔직히 우리는 약간이라도 더 후자쪽에 무게중심이 기울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조승희 사건과 대만의 이번의 이해 안되는 반응을 비교하며 '대만 아직 멀었다.' 라고 혀를 차는 그 분의 글에 추천수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한 편으로는 잘됐다는 생각을 갖게 됐는데요. 왜냐면, 대만이 지금 보이고 있는 태도가 우리에겐 오히려 반면교사가 돼   

"우리는 저러지 말아야지!" 라는 자기점검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프랑스가 가져간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약속한 프랑스 내에서 도서관 사서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여론이 다시 형성되고 있다는 기사가 났을 때 한국 반응들을 보셨나요? 일부 도서관 사서들이 규정을 문제삼아 사르코지 정책을 비판한 것에 대해 프랑스 자체에 대해 심한 욕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화가나는 일입니다. 거기다 또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줄 거면 거기에 상응하는 문화재를 달라. 라고 했다는 얘기가 더해지면서 애국의 피가 끓은 것은 당연함이겠죠. 

다만 저는 이런 사안 마다 무조건적인 반대와 반감으로 상대국을 욕하고 국민들의 자질을 폄하하는 그런 극단적 언행들이 점점 더 과격하고 빈도높게 표출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자칫 우리도,  한심스럽게 생각하는 현재 대만의 혐한 태도처럼 어느 누군가들에게 평가되어질 수 있고 또 긍정적 여론을 형성해 그것이 힘을 발휘하게끔하는 데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

대만이 이번 태권도 사건을 통해 보여주는 과한 행동을 우리는 지금 많이 비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야할 일이기도 하구요. 반대로 우리는 대만의 혐한을 통해 '우리는 저러지 말자' '우리도 어느 누군가들에게 저렇게 비춰질 수 있잖는가' 라는 자기 점검을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대만과는 전혀 다른, 훨씬 성숙되고 냉정한 여론을 보여 주자구요!  그것이야말로, 대만인들이 한국을 더 이상 질시와 경쟁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존경의 대상으로 바라보게끔 변화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