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맘대로 말해보기

MB가 말하는 국격엔 치명적 모순이 존재한다


이 정권들어 유독 강조되고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국격'이죠. 이걸 어떻게 정의내렸나 뒤적여봤지만 해독되는 글을 쉬이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튼 현 정부가 자신들에 부여한 지상명령과도 같은 이 '국격을 높이자'는 구호는 심하게 보면 파시즘적인 분위기까지 풍기는 듯 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자동차 얘기만 잘 하던 제가 오랜만에 이런 정치색 가득한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에는 오늘 본 신문의 한 줄 기사 영향이 컸습니다. 기사를 보니 대통령께서 중국 방문 중 '재중 한국인 간담회'를 가졌고, 그 곳에서 "국격이 높아졌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 보다 바깥에서 더 잘 알고 있다." 는 식으로 얘기를 하셨더군요. 

그러면서 G20 의장국, 올해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거기에 무역 1조달러 달성 등과 같은 성과를 언급했습니다. 저는 잠시 생각을 해봤습니다. '도대체 국격을 높인다는 게 대통령에겐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 하고 말이죠. 그리고 그리 어렵지 않게 제 나름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데요. 잠시 그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얼마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죽었죠. 그 때 독일에서도 한국 못지 않게 대대적으로 뉴스와 신문들이 이 소식을 다뤘습니다. 하루종일 헤드라인이었고, 시시각각 뉴스는 업데이트되고, 여러 가지 뉴스들이 살을 붙여 갔습니다. 그런데 이런 김정일 사망 소식이 과연 북한의 국격이 높아서 온 매체를 점령하고 엄청난 독일인들의 관심을 끌어낸 것일까요? 

반대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는 독일 어떤 신문도 헤드라인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기사 자체를 찾기가 힘들 만큼 적어도 독일언론은 이 사건에 주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 때는 그런 사실에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릅니다. 별 것도 아닌 북한 뉴스에는 그 난리들을 치는 것들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에 저렇게 냉정하게 관심을 안 갖나? 싶어 괜히 서러운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무반응은 우리의 국격이 너무 낮아서 그랬을까요?

이 두 가지 사안은 국격이란 이름으로 묶을 수 없는 내용이라 봅니다. 국가의 격이 높아서 관심을 더 갖고, 국가의 격이 낮아서 관심을 안 갖는 것이 아니라 어떤 뉴스가 국제적인 관점에서 관심사인지, 그리고 그 뉴스가 이들과 연계점이 얼마마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 봐야 한다는 것이죠. 

이처럼 국격이라는 것은 해외 언론이나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보여지는지, 그리고 그들의 판단이 어떤지를 계량화해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봅니다. 예를 하나 더 들면 이런 것입니다. '대한민국 택시나 버스 외국인들에게 바가지 씌우고 너무 불친절' 이런 식의 뉴스를 가끔 접합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라도 좀 더 친절하자는 얘기로 기사는 끝을 내죠. 뭐 부끄럽다는 댓글들도 많습니다. 물론 바가지 씌우는 등의 행동은 옳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 사람들 외국 여행객들에게 친절합니다. 적어도 정상적인 외국여행객들에게 친절하지 않을 이유 없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택시도 이 정도면 충분히 서비스에서 만족스럽습니다. 오히려 잘 사는 나라라는 곳의 택시들이 외국인들에게 바가지 잘 씌우고 불친절한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싶을 정도죠.

항공기 서비스나 호텔도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상대적으로 못살고 가난한 나라의 호텔들이 훨씬 쾌적하고 서비스가 좋습니다. 잘사는 나라 호텔들, 비싸고 더 지저분한 경우 많습니다. 이런 것으로 국격의 기준을 삼는다면, 우리가 말하는 선진국들 상당수는 '드럽게 국격 낮은 나라들'인 것입니다. 어쨌든!.. 친절하고, 깨끗하고, 우리나라 외국언론에 많이 오르내리고 하는 등의 것이 '국격'과 전 그닥 상관없다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게 좋다고 하죠. 잘 해 나쁠 건 없지만 친절하지 않다고, 깨끗하지 않다고, 나라가 더 부자가 아니라고 해서 그것이 국격의 잣대가 될 수 없다 봅니다.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파악하셨습니까? 지금 대통령께서는 국격이라는 것을 경제적인 결과물로 계량화해 생각하고 있다 보여집니다. 우리나라 GDP가 얼마다. 우리가 어떤 국제 회의를 개최했다. 우리가 경제 몇 위다. 프랑스를 제치고 원전 수주했다. 세계가 우릴 어떻게 본다. 등등...

언론도 대통령도 온통 경제적 성과와 그 데이타를 통해 마치 대한민국을 외국에서 "우와~ 짱!!" 이렇게 대단히 뛰어난 국가로 여기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죠. 뭐 일정부분 의미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거 허망한 우리들만의 구호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버즈 두바이를 어디서 설계했는지 관심 있지, 어디서 시공했는지는 관계자 일부와 우리나라 외에는 관심 거의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대통령께서는 왜 이렇게 모든 것을 국격과 관련해 보고, 그 국격의 기준을 경제적인 성과에서만 찾고 집착하는 걸까요? 저는 이런 이유가 그의 자아가 투영된 국가관에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합니다. 즉, 자신의 가치관, 관점, 인생관 등이 고스란히 담겨진 시각으로 대한민국을 바라보기 때문에라는 것이죠. 좀 더 쉽게 얘기해 볼까요?

그 분이 생각하는 국가의 격은, 국가가 깨끗하고 멋지게 정비되고 (청계천,4대강) 있고, 그걸 보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이렇게 폼나게 살거등?' 하며 자랑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거 위해선 소수가 좀 희생당하고, 일부에서 반발이 있어도, 시멘트로 발라 버리고, 휠체어 못 다니게 청계천 주변 도로 좁게 만들고 (그냥 청계천만 이쁘면 됩니다.), 그렇게 일부의 희생을 외면한 채 멋지게만 꾸며지고, 부유하게만 국가가 보여야지 그게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 여긴 것입니다.

작년 말이었죠? FTA 재협상결의안 어쩌구 국회에서 얘기가 나오니까 대통령은 " 국격이 있는데 무슨 촉구결의안까지 하나?" 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국격觀을 알 수 있는 매우 상징적인 내용인데요. 국민과 국가의 이익이 어딨는지를 고민하고 그것에 합당한 결론을 위해 재협상이라도 불사할 수 있는 것이 진짜 국가의 격을 높이는 일임에도, 그저 우리가 남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춰질지에만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그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열등의식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도덕적이지 못한 기업가 출신의, 오로지 성과로만 이야기하는 삶을 살아온 그런 이의 눈으로 국가가 비춰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잘 살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국격이 높아지는 것이라 본 것이며, 그런 결과를 통해 자신의 컴플렉스를 가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판단인 것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국격이 높아진다는 건 이렇습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아닌 법 앞에 만인평등주의가 실현되는 나라. 비리가 반드시 심판받는 나라.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지도층의 제 1가치인 나라. 도덕적이고, 능력 있는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 자국의 문화에 자긍심을 갖고, 자국의 역사를 아끼고 보호 발전 시키는 나라. 이런 나라가 국격이 높은 나라입니다. 돈을 많이 번 나라. 돈 벌기 위해서라면 법과 룰을 깨고 무시해도 되는 나라. 사회적 약자가 외면 당하는 나라. 가 국격이 높은 나라가 아닙니다.

대통령의 열등의식을 통해 비춰져, 그것으로 인해 오로지 경제적인 잣대로만 평가되는 대한민국. 그의 국격관에는 치명적인 모순점이 존재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