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W에 크로스 골프가 있다면 시트로엥엔?

처음 자동차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좀 해볼까~ 싶어하는 분들에겐 우선 차량의 등급을 나누는 일 즉, 분류하는 게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닙니다. C세그먼트니 D세그먼트니, 플래그십이나 SUV, CUV, 거기에 MPV 등등 아주 골이 지끈지끈합니다.

사실 차량의 모델들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고 그 것이 어떤 분류에 드는지를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익혀가는 것이 가장 무난한 길이지만 또 욕심이 그렇지가 않죠. 친구들 앞에서 빨리 있는 척 좀 해보고 싶고, 남들 블로그에서 전문용어 쓰며 날아다닐 때 나도 좀 함께 하고 싶은 심리...요즘은 자동차 관련 기사들을 봐도 상당히 많은 내용들이 어려운 용어들로 도배돼 있어 내용 이해하기에 한계를 느낄 때도 있습니다. 마치 기사를 이해 못하면 자동차마니아가 못되기라도 하는 냥...
 
그래도 참고 노력해서 어느 정도 기본을 익혔다 싶으니 요즘은 듣도 보도 못한 장르의 차량들이 하나둘, 세엣 네엣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전문가들 조차도 얘들을 자동차 분류표 어디 즈음에 집어넣어야할지 곤혹스러워하는 눈치입니다.

이쯤되면, 그리고 앞으로 5년 정도만 더 지난다면...차를 분류한다는 게 의미없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왜 이런 얘기들을 하냐면요. 오늘 잡지에 새로운 차가 나왔다는 기사 때문입니다. 바로 시트로엥의 새 모델 DS4가 그것인데요.


몇 달 전에 제가 이뻐 죽겠다며 DS3를 포스팅했는데 벌써 그 윗급인 DS4가 출시된다고 합니다. 이번 파리모토쇼를 통해 선보일 모델이라는데요. DS4면, 시트로엥의 준중형급 세단인 C4에서 변형되어 나온 모델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변형되었다? 네, 마치 폴크스바겐의 골프 변형 모델인 크로스골프처럼 말입니다.


2006년 첫 선을 보인 후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되어 다시 나타난 이 크로스 골프가 DS4의 맞상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골프(C세그먼트)는 자체적으로 가지치기가 된 모델들이 많은 차량이죠.GTI, GTD, Golf R, 제타, 골프 플러스에 크로스 골프까지... 이 모델들 가운데 크로스 골프는 SUV로 분류가 되고 있는데요.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해보자면,

성능적인 측면에선 SUV급이고 기능적인 측면에선 MPV(다목적 차량)로도 볼 수가 있습니다. 이에 반해 DS4는 기능성 보다는 주행과 즐거움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둔 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실내 분위기를 봐도 앞서 설명드린 내용처럼 화려함 혹은 즐거움과 기능성이라는 다른 지향점이 분명해 보이니까요.

사실 골프는 아시는 바와 같이 현대 i30, 기아 벤가, 씨드, 아반테와 같은 급이죠. BMW1시리즈, 아우디 A3, 메르세데스 A클래스 등도 또한 그렇구요.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나 성능 그리고 수요고객 층은 크로스골프와 DS4가 같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엔진도 HDi 110과 160을 얹은 디젤 모델부터 200마력까지 나오는 가솔린 모델들까지 5가지로 세분화해 크로스 골프에 뒤지지 않을 트림과 엔진 성능을 갖췄습니다. 거기에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엔진과 가죽시트 역시 5가지 중에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게 세팅하는 등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차입니다.

시트로엥 측에선 이 차를 내놓으며 "쿠페 같지 않은 쿠페"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는데요. 알 듯 모를 듯한 이런 표현들이 앞서 얘기해드린 세그먼트 변형의 소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필요에 의해 개발된 것이 먼저인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야겠다는 목적이 우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세그먼크 변형 모델을 얘기하다 보니 이런 비슷한 모델이 또 하나가 떠오릅니다.  시트로엥과 같은 PSA그룹에 있는 푸조의 3008 모델입니다.

이 모델 역시 C세그먼트인 푸조308에서 가지치기가 된 모델이라는 걸 이름을 통해서도 짐작 가능하게 하는데요 어쨌든 SUV인지 MPV인지 헛갈리게 만드는 또 하나의 모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대차그룹 역시 벤가를 기본으로한 MPV모델 'JC'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니 이 쪽이 새로운 시장으로서 각광을 받게 되는 것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유럽 포드에서 내놓은 C-MAX... 이 차 역시 C세그먼트의 포커스 변형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쟝르의 파괴형, 경계의 모호함으로 승부를 하는 복합적인 형태의 차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봅니다. 왜냐구요? 기존의 모델들로는 한계가 분명 있는 것이니까요...아무리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고 새로이 전신성형을 해 다르게 내놓아도 골프는 골프고, 소나타는 소나타인 겁니다. 

그런 패턴에서 벗어난 새로운 모델들을 통해 고객은  즐거움을 얻고, 제조사는 새로운 판로를 만들어나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좋게 보면 다양화이고 나쁘게 보면 고육지책인 셈이죠.

어쨌거나 자동차의 분류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해지는 만큼 새로운 즐거움도 그만큼 더해지겠죠. (지독한 감기로 눈물찍 콧물 줄줄 흘리는 가운데서도  무슨 부귀영화 누릴 것이라고  이리 블로그질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요?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세요~ 콜록콜록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