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식을 접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테슬라 전기차 모델 Y가 2023년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가 됐습니다. 자동차 관련 분석 기관인 JATO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모델 Y는 지난해 123만 대가 팔려 107만 대와 101만 대를 판매한 토요타 라브4와 코롤라를 따돌리고 세계 1위 판매 자동차라는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이미 모델 Y 글로벌 판매량이 세계 시장 TOP 수준이 될 거라는 점은 예견됐습니다. 탄탄한 자국 시장 미국에서의 성장은 물론, 전기차 공화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도 강력한 자국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유럽에서도 25만 대 이상 팔렸습니다.
JATO 다이내믹스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만 모델 Y는 지난해 456,000대 이상이 판매됐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45%나 증가한 결과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전통적으로 B세그먼트와 C세그먼트 해치백 자동차들이 가장 많이 팔리는 유럽에서 중형급 전기 SUV가, 그것도 유럽이 아닌 미국 브랜드 자동차가 판매량으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럽에서 모델 Y와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한 모델이 저가 브랜드 다치아의 소형차 산데로였다는 걸 생각하면 그 대비감은 더 짙습니다. 햐~ 살다 보니 순수 배터리 전기차가 연간 글로벌 판매 1위를 하는 역사적 순간도 보게 되는군요. 그렇다면 모델 Y는 어떻게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우선 모델 Y의 선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모델 3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테슬라의 등장이 화제가 된 것은 모델 S라는 강력한 고가의 고성능 전기차의 등장과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모델 X와 같은 또 하나의 강력한 고가의 전기 SUV가 나오며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을 이끌 수 있는 브랜드로 확실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2개의 전기차를 통해 시장 리더의 자격이 있음을 보인 테슬라는 중형 세단인 모델 3를 내놓으며 전기차 대중화 길을 뚫게 됩니다. 고성능 고가의 전기차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소비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기차는 큰 화제를 낳았고, 이를 통해 테슬라는 업계는 물론 소비자로부터 전기차 하면 '테슬라'라는 인식을 얻게 됐습니다. 결정적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모델 3에 이어 나온 모델 Y는 모델 3보다 더 실용주의적인 요소로 채워졌습니다. 많은 차이는 사실 아니었지만 트렁크를 비롯한 실내 공간에 대한 상대적 여유로움, 거기에 지붕 등에서 얻게 되는 넓은 개방감, 여기에 높은 좌석이 주는 보다 넓은 시야 확보 등, 많은 장점이 있었습니다. 대중적 전기차에 바라는 것은 펀드라이빙용 모델이 아닌, 세련된 실용주의였던 겁니다.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면서 동시에 SUV가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모델 Y는 모델 3를 빠르게 밀어냈습니다. 모델 3가 다져놓은 길 위로 쾌속 질주를 하게 된 것이죠. 거기다가 모델 Y의 가격 정책은 상당히 공격적이어서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중국산 저가 전기차들의 공세도 이겨냈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테슬라 품질에 대한 여전한 불신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독일에서는 모델 3가 정기검사 결함률에서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모델 Y도 2년 후에는 정기검사 결함률이 공개될 것이고, 여기서 모델 3와 같은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된다면 모델 Y뿐 아니라 테슬라 브랜드에 자체의 품질 수준에 대한 인식은 안 좋게 고착될 것입니다.
또 하나는 모델 Y가 등장한 이후 모델 3가 급격히 쇠락했다는 점인데요. 지난해의 경우 모델 Y는 테슬라 전체 판매량의 거의 70%를 차지했습니다. 이것은 모델 3가 모델 Y와 함께 고객을 균형 있게 흡수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폴크스바겐 골프를 생각해 보면 더 이런 점이 아쉽습니다.
골프는 최근 1~2년 매우 절망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만 한 해에 40만 대 이상 팔리던 모델이 이젠 독일에서 연간 판매량이 10만 대를 넘지 못함은 물론 유럽 1위 자리도 벌써 내준 상태입니다. 이렇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는 폴크스바겐 내부적으로 골프의 대체자들이 여럿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티구안과 티록은 물론 전기차인 ID.3와 ID.4 등이 골프를 대신하겠다며 시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골프는 무시하지 못합니다. 대체자들 등장에 급격하게 쇠락하고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여전히 골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판매량을 시장에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독일 시장 1위)
물론 모델 3와 수십 년 헤리티지가 쌓인 골프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모델 Y와 모델 3가 시장에서 각각의 존재감, 차별화로 균형 있게 판매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은 선택지를 좁히는 일입니다. 후임이 등장하면 선임은 금방 잊히는 존재가 되는 것이죠. '모델 Y가 있는데 모델 3를 왜 사?'가 아닌, 모델 3는 그것대로의 선택의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염려되는 부분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이건 뭐 테슬라가 알아서 할 부분이고, 지금은 모델 Y 세계 판매 1위 타이틀 획득을 자축할 시간입니다. 다시 한번 테슬라에 축하의 말을 건넵니다. 모델 Y는 과연 이 여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요? 모델 Y의 1위 소식은 기존 자동차 회사들엔 가장 강력한 자극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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