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민차는 골프죠. 그렇다면 이탈리아의 국민차는 무얼까요? 피아트 500? 아닙니다. 피아트에서 내놓은 모델은 맞는데 500이 아닌 판다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두 국민차가 요즘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 있습니다.
독일에서 판매량 여전히 1위...그러나
최근 독일 자동차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독일에서 골프는 81,117대가 팔렸습니다. 2위에 오른 모델이 폴크스바겐 티록으로 68,678대가 팔렸죠. 2위와의 차이는 1만 2천 대가 조금 넘습니다. 차이가 많이 난다고 볼 수도 있고, 또 별로 안 난다고 말할 수도 있는 차이입니다.
2023년 독일에서 많이 팔린 자동차 TOP 10 (자료=독일자동차청)
1위 : 폴크스바겐 골프 (81,117대)
2위 : 폴크스바겐 티록 (68,678대)
3위 : 폴크스바겐 티구안 (63,958대)
4위 : 오펠 코르사 (53,669대, 배터리 전기차 13,861대 포함)
5위 : 폴크스바겐 파사트 (47,494대)
6위 : 피아트 500 (47,166대, 배터리 전기차 22,608대 포함)
7위 : 테슬라 모델 Y (45,818대)
8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44,257대)
9위 : 스코다 옥타비아 (41,819대)
10위 : BMW X1 (37,267대)
그런데 판매량 연간 흐름을 보면 골프는 계속 감소세입니다. 반대로 티록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입니다. 곧 두 모델 간 판매량 역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이미 수년간 이어진 마이너스 성장률로 유럽 1위 자리를 내줬죠. 다행히 독일에선 아직 버티고 있지만 당장 올해 자리바뀜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독일에서 연간 판매량이 많을 때는 40만 대가 넘던 모델이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호시절과 비교하면 굴욕적인 상황임에 분명합니다. 하락세 원인은 몇 가지가 되지만 가장 큰 건 내부자들 공세입니다. 전기 모델인 ID.3과 4, SUV인 티구안과 티록 등이 골프의 대안이죠. 식구들 총공세에 골프가 기를 못 펴는 것입니다.
다만 새롭게 공개되는 6세대 부분변경 모델이 변수입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나올 신형을 끝으로 골프의 내연기관 시절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2026년에 골프의 전기차 버전이 공개될 거라고 합니다. 따라서 엔진이 달린 마지막 골프를 사려는 독일 내 수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나 될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겠죠. 분명한 건 독일 국민차로 박수받고 인정받는 영광의 시절이 더는 오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이탈리아 국민차의 굳건함
골프가 독일에서 지는 해라면 이탈리아의 국민차인 판다는 골프와는 달리 아직까지 그 지위에 악영향을 주는 위기 신호는 없어 보입니다. 지난해 판다는 이탈리아에서 102,625대가 팔렸습니다. 2위 다치아 산데로가 48,398대니까 압도적인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3년 이탈리아 많이 팔린 자동차 TOP 10 (자료=이탈리아 자동차청)
1위 : 피아트 판다 (102,625대)
2위 : 다치아 산데로 (48,398대)
3위 : 란치아 입실론 (44,891대)
4위 : 토요타 야리스 크로스 (34,981대)
5위 : 피아트 500 (32,981대)
6위 : 폴크스바겐 티록 (32,969대)
7위 : 르노 캡처 (31,128대)
8위 : 시트로엥 C3 (31,128대)
9위 : 포드 푸마 (30,804대)
10위 : 다치아 더스터 (30,155대)
작은 차 선호가 분명한 이탈리아에서 판다는 여전히 그들의 국민차로 입지가 탄탄합니다. 물론 SUV 인기에 이탈리아에서 소형 해치백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경차급 판다의 아성을 흔들 만한 모델은 아직 눈에 띄지 않습니다. 특히 판다는 독특하게도 오프로드 운전이 가능한 사륜구동 크로스오버 모델도 있기 때문에 SUV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됩니다.
1980년 처음 등장해 지금까지 겨우(?) 두 번의 세대교체만 일어났죠. 1세대가 무려 20년이 넘게 이어졌는데 그만큼 그냥 놔둬도 잘 팔렸습니다. 하지만 2세대 이후에 나온 현 3세대(2011년)는 2026년에는 끝이 날 것이라고 하네요. 올해 공개될 신형 판다에 배터리가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골프처럼 판다 역시 내연기관의 시대를 마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골프와 달리 판다는 박수받으며 엔진 시대와 작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배터리가 달려도 이탈리아의 국민차로서 앞으로도 사랑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피아트가 판다를 위협할 모델들을 내놓지 않을 거기 때문입니다. 폴크스바겐과는 다른 행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아트 500이 전기차 전환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시장에서 보여줬기 때문에 판다 역시 그럴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오랜 국민차 두 모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엇갈린 운명을 길을 가는 것일까요? 이 이야기도 역시 흥미롭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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