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소주도 안 마셨는데 감탄사가 나옵니다. 며칠 전 공개된 레스토모드 자동차 한 대 때문인데요. 키메라 오토모빌, 또는 이탈리아식으로 키메라 아우토모빌리(Kimera-Automobili)가 내놓은 EVO 38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탈리아에 있는 키메라 오토모빌은 스포츠카와 클래식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으로, 2022년에 내놓은 EVO 37이라는 레스토모드 자동차가 많은 화제를 낳았습니다. 레스토모드라는 단어가 자꾸 나오죠? Restore와 Modification의 합성어입니다. 옛날 자동차를 복원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부품들을 통해 새로운 자동차처럼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타일은 옛날 모델을 그대로 재현하는 경우가 많고, 대신 엔진이나 변속기, 그 외에 실내 등, 많은 부분을 새롭게 구성하는 편입니다. 가장 많이 대중에게 알려진 브랜드라고 한다면 싱어 비히클 디자인입니다. 흔히들 싱어 포르쉐라고 부르죠. 겉모습은 포르쉐 클래식 모델에 거의 가깝지만 엔진이나 그 외의 많은 부품은 자체 생산하거나 외부에서 제작된 것을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EVO 37은 어떤 자동차를 재현한 걸까요? 이탈리아 랠리카의 전설 중 하나인 란치아 037입니다. 1982년 처음 나온 이 소형 레이스용 자동차는 1986년까지 257대가 제작되었고 1983년 WRC의 그룹 B를 대표해 챔피언 타이틀을 땄죠. 아마 사륜구동 시대가 열리기 전, 마지막 후륜 챔피언이었을 겁니다.
독특한 스타일과 가벼운 차체에서 나오는 최대 325마력의 힘! 그 영광의 모델을 그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키메라가 내놓은 게 EVO 37이었습니다. EVO37은 4기통 엔진에 수퍼와 터보차저로 무장해 505마력이나 뽑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최고 속도 또한 시속 300km 이상 낼 수 있죠. 차체 무게가 1,200kg으로 역시 가벼웠습니다.
무엇보다 EVO 37이 의미 있는 건 원형인 037 랠리카 개발에 참여했던 일부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회사가 내놓은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키메라 오토모빌의 본채가 037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죠. 당시 이 차는 37대만 제작되었고 물론 모두 팔려나갔습니다. 그것도 45만 유로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당시 키메라 오토모빌은 EVO 37 후속으로 사륜구동 방식의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후속작인 EVO 38이 이번에 공개된 겁니다. EVO38은 '만약 037이 지금까지 계속 만들어졌다면 어떤 차가 됐을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륜구동으로 내놓은 것인데요. 참고로 란치아와 피아트 등은 사륜구동 모델을 Intergrale(전체 또는 통합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라고 불렀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EVO 38이 EVO 37에 비해 더 제어가 쉽고 핸들링이 정밀하다고 비교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륜구동 방식이라는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든 게 아닌가 싶은데요. 6단 수동 변속기가 적용되었다는 점, 그리고 사륜구동 모델임에도 전작인 EVO 37보다 더 가벼운 1,100kg의 무게밖에 안 나간다는 점 등, 운전의 즐거움이 살아 있는 레스토모드 스포츠카가 아닌가 합니다.
이 모델 역시 이름처럼 단 38대만 제작된다고 하는데 이미 다 주문이 끝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600마력짜리 출력의 이 멋진 스타일 자동차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매니아들이 과연 있을까요? 일단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를 한다고 하고, 그 후에 첫 모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직 가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전작보다는 더 비쌀 게 분명해 보입니다.
여러 레스토모드 자동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EVO 38 역시 이런 히트작 리스트에 당연히 포함이 될 겁니다. 전기차 시대가 오고, 친환경이 최대 이슈가 되면서 자동차가 가슴 어느 한 부분을 뜨겁게 하는 힘을 많이 잃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레트로 자동차들의 등장이 요즘 더 반갑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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