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산업은 그들에겐 제조업 근간이자 국가 경제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 BMW, 아우디, 포르쉐. 거기에 독일에서 시작됐거나 독일에 생산 공장과 유럽 법인을 가지고 있는 오펠과 포드, 그리고 최근 공장을 지은 테슬라까지 확대하면 독일 전체가 자동차 산업, 자동차 문화로 범벅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당연히 자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자부심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보쉬나 콘티넨탈과 같은 거대 부품 기업이나 그 밖의 다양한 자동차 관련 기업들까지 고려하면 더 그렇습니다. 이런 독일에서 특히 자국민들 어깨에 힘을 주게 하는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포르쉐입니다.
독일에는 정말 다양한 포르쉐 모델이 있고, 독일에서 구하기 어려운 모델은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없다고 얘기될 정도로 많은 역사적 포르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독일에서, 그렇게 포르쉐를 아끼는 독일인들이 이젠 포르쉐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게 됐습니다. 일부 모델 얘기이긴 하지만 그 일부 모델이라는 게 워낙 대중적인 것들이라 계속 이슈가 되는 중입니다.
이미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유럽은 7월 1일부터 자동차 보안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해킹 등의 사이버 공격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것인데요. 앞으로 나올 신차는 물론, 현재 판매 중인 자동차엔 모두 해킹 공격에 대응하는 인증된 보안 시스템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기존 판매 모델의 경우 업데이트를 해야겠죠? 그런데 이 비용이 상당히 부담이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는 아예 유럽에서 판매를 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되겠다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표적인 게 폴크스바겐 경차 UP입니다. 마진도 거의 없는 이런 경차에 업데이트 비용을 더한다면 판매가는 올라가고, 그렇게 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더 밀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손익 계산 따지는 것에서 고가 모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포르쉐는 자국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마칸을 더는 팔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연기관 모델 대신 신형 전기차 마칸만으로 승부를 보는 게 더 이익이 된다고 계산을 한 것이죠. 대신 미국이나 한국 등, 유럽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엔진이 들어간 마칸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기적으로 전기 신차가 잘 맞춰 출시되었다는 겁니다. 문제는 718 모델들입니다. 카이맨과 박스터도 현재 주문을 할 수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궁금해서 독일 홈페이지에 들어가 구성 페이지를 열었더니 정말로 주문을 할 수 없다는 표시가 떠 있었습니다. 7월 1일부터 법이 적용되는데 이미 주문창은 3월부터 막힌 겁니다.
아무래도 새롭게 구성을 해서 주문을 하고 이 차를 인도받는 과정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해서 일찍부터 판매를 하지 않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유럽에선 박스터와 카이맨을 탈 수 없는 걸까? 일단은 그렇습니다. 후속인 전기차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현재까지 전해지는 바로는 718 후속은 전기차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포르쉐가 만드는 전기 박스터와 전기 카이맨도 큰 실망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5년쯤에나 판매가 시작될 거라는 일부 보도가 맞다면, 적어도 1년이란 기간 동안 유럽인들은 포르쉐의 인기 모델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습니다. 꽤 긴 시간 모델 공백이 생기는 것이죠. 소비자와 회사 모두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엔진이 들어간 포르쉐 자동차에 애정을 갖고 있던 유럽 팬들이라면 더는 박스터와 카이맨의 엔진음을 들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합니다. 자동차 엔진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독일인들, 특히 포르쉐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느끼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어떤 독일인이 그러더군요. “엔진 없는 포르쉐 시대를 이렇게 빨리, 그것도 보안 업데이트 문제로 맞이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고 말이죠. 그러게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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