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는 굉장히 다양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고급 세단이나 SUV 정도 떠올릴 수 있는데, 마치 우리나라 현대차가 버스나 트럭, 특수 차량 등을 만드는 것처럼 메르세데스도 그렇게 합니다. 폴크스바겐을 독일의 국민차 브랜드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벤츠도 그 영역에 넣을 수 있죠.
얘기가 조금 셌는데, 이런 메르세데스는 차종을 늘리는, 그러니까 없던 차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CLS 4도어 쿠페 세단 같은 거겠죠. 절묘하게 시장을 만든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심형 SUV의 열풍, 그 맨 앞에 있는 브랜드가 삼각별이기도 합니다. 흔히들 자동차 회사는 신모델로 먹고산다고 하는데 이에 잘 어울리는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최근 메르세데스가 바짝 준비하다 포기한 모델이 하나 있습니다. 독일의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3명의 내부자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얼티밋 럭셔리 (Vision Mercedes-Maybach Ultimate Luxury) 양산은 없을 거라는 보도를 했습니다.
이 차를 기억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텐데요. 2018년에 공개가 되었던 콘셉트카입니다. 당시 공개와 함께 SUV로 많이 불렸지만 정확하게는 SUV와 세단을 합친, 메르세데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포츠 유틸리티 세단(SUS)입니다. SUV와 세단이 합쳐진 크로스오버 모델인 것이죠.
원래 중국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었으며 그 시기는 내년 2025년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전 이 계획이 엎어진 겁니다. 차의 모습을 보면 지상고가 엄청 높은 노치백 세단의 느낌이 묻어납니다. 그러면서도 SUV 분위기 또한 가득합니다. 묘하게 잘 섞였죠? 그렇다면 새로운 영역 개발에 일가견 있는 메르세데스는 왜 이 차 출시를 포기한 걸까요?
그에 대해 회사 측은 독일 언론에 'SUS의 개발은 너무 복잡하며, 그에 따른 제작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이미 GLS 마이바흐나 전기차 버전인 EQS 마이바흐 SUV 등이 잘 팔리고 있기 때문에 무리를 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그러니까 파생 모델을 내놓기에는 그 개발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굳이 지금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실패한 모델이 될 수 있는 모델을 내놓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최근 메르세데스가 전동화 목표를 5년 연기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죠. 저는 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얼티밋 럭셔리는 전기차 콘셉트 모델이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EQ 브랜드를 달고 나왔을 그런 차죠. 그런데 EQ 브랜드, 그러니까 벤츠 전기차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디자인 혹평도 많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EQ라는 이름 대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한 곳 역시 한델스블라트였는데요. 이미 1년 전인 2023년 1월 기사를 통해 메르세데스가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EQ 로고를 붙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Mercedes will Elektromarke EQ auslaufen lassen) 회사 내부 관계자로부터 나온 정보라고 밝혔고, 해당 매체는 독일 최대 경제지이며 영향력이 상당합니다. 그냥 뜬소문에 기사를 쓰거나 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반박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매체의 주장처럼 EQ 로고가 사라지게 된다면 당연히 디자인도 변화를 맞을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결론이 나든 그와 상관 없이 EQS 마이바흐 SUV와 중첩되는 인상을 주는 이런 파생 럭셔리 전기차를 내놓는 것은 적어도 지금 이 시점의 일은 아닐 거라 보여집니다.
만약 EQ 시리즈들이 잘 나가고, 그래서 EQS 마이바흐를 비롯해 벤츠 전기차들 판매량이 쭉쭉 우상향하며 잘 뻗어나갔다면 메르세데스는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얼티밋 럭셔리를 EQS 마이바흐 SUV의 파생 모델로 시장에 내놓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여기서 완전히 포기를 할지, 아니면 이후 좋은 분위기 속에서 다시 스포츠유틸리티세단 SUS 모델을 출시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과연 메르세데스의 전기차 전략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대대적인 변화를 선택할까요? 아니면 지금처럼 EQ 전략을 유지하며 그 가운데 반전을 꾀할까요? 어떤 선택을 하든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 정책이 야무지지 못하고 어수선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독일 자동차 세상 > Auto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람보르기니 우라칸 STJ가 소유욕을 더 자극하는 이유 (8) | 2024.04.15 |
---|---|
아우디 R8도, 볼보 디젤도 모두 끝났다 (22) | 2024.04.01 |
독일인들은 타고 싶어도 못 타는 포르쉐 모델들 (6) | 2024.03.25 |
'놀라운 타이칸 랩타임' 그러나 진짜 광기는 따로 있다 (2) | 2024.03.18 |
'전설의 랠리카에 상상을 더하다' 키메라 EVO 38 (0) | 2024.02.26 |
"맥주만큼 잘 팔릴 거다" 유럽 휘젓은 중국 전기차 MG 4 (4) | 2024.02.19 |
세계 판매 1위한 모델 Y '모델 3가 닦은 길로 질주하다' (2) | 2024.02.12 |
꼬여버린 포르쉐의 마칸 단종 (2) | 2024.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