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내뿜는 대표적 유해 배출가스하면 이산화탄소(CO2), 질소산화물(NOx), 그리고 매연이나 미세먼지로 불리는 분진(PM) 등이 있습니다. 이중 휘발유 자동차는 CO2 배출이 디젤 자동차에 비해 높지만 질소산화물과 분진 배출량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디젤 자동차는 분진과 질소산화물을 동시에 줄이기 힘들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시커멓게 뿜어져 나오는 분진 줄이는 것을 선택했고, 이를 위해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를 설치해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분진)를 걸러낼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질소산화물 배출 감소를 위해서도 다양한 후처리 장치를 디젤차들이 달고 있습니다만 작년에 터진 디젤 게이트와 함께 실제 도로를 달릴 땐 기준치를 넘어서는 과다한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대중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2017년 9월부터 실제 도로를 달리며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하기로 법이 강화되기도 했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나빠지는 대기오염 상황과 디젤 게이트가 맞물려 디젤 자동차가 내뿜는 과다한 양의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되며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디젤 엔진에서 직접 배출되는 분진은 필터를 통해 걸러집니다만 대기 중에서 상당수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로 변한다고 정부는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디젤차가 미세먼지 주범이라고 지목된 것이죠.
이에 대해선 이미 저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미세먼지를 엄청나게 내뿜는 휘발유 자동차에 대해서는 우리가 막상 잘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가솔린 엔진룸 / 사진=BMW
미세먼지의 또 다른 악재 가솔린 직분사 엔진
휘발유 자동차,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휘발유 엔진 중에서도 직분사 엔진(Gasoline direct injection)은 그 효율성이 인정받으며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분진(미세먼지)을 많이 배출한다는 점입니다.
디젤 자동차는 앞서 언급한 대로 필터가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제어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경우 제대로 제어가 안 되며 무수한 양의 미세먼지를 내뿜고 있습니다. 이미 다수 언론이 2012년 독일 자동차 클럽인 아데아체(ADAC)의 측정 결과를 인용 보도했고, 또 독일의 자동차 검사 전문 기관이 실시한 측정 결과도 곁들여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독일 최대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직분사 엔진이 장착된 가솔린 차량 8대와 다중분사 방식(MPI) 차량 1대, 그리고 디젤 자동차 등 총 10대 차량에서 얼마나 많은 미세먼지(분진)가 나오는지를 실험해 그 결과를 공개했는데,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전문지 PM 배출 테스트 결과
시트로엥 칵투스 블루 HDI 100 (디젤차) : 평균 5p/cm³ (세제곱센티미터 부피 안에 미립자 수)
현대 i10 1.2 (가솔린 MPI 엔진) : 평균 28,337p/cm³
르노 트윙고 TCe 90 (가솔린 직분사 엔진) : 평균 69,630p/cm³
BMW 218i 액티브 투어러 (가솔린 직분사 엔진) : 평균 115,247p/cm³
폴크스바겐 파사트 1.8 TSI (가솔린 직분사 엔진) :평균 183,015p/cm³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 (가솔린 직분사 엔진) : 평균 251,511p/cm³
마쯔다 MX-5 스카이액티브 (가솔린 직분사 엔진) : 평균 375,586p/cm³
VW 골프 1.4 TSI (20만km 주행한 유로5 기준 직분사 엔진) : 평균 660,797p/cm³
포드 몬데오 1.5 에코부스트 (가솔린 직분사 엔진) : 평균 1,792,945p/cm³
메르세데스 S 500 (필터 장착된 가솔린 직분사 엔진) : 평균 8,769p/cm³
*테스트를 진행한 함부르크 도시의 당시 평균 미세먼지양 : 5,500p/cm³
입자상 필터가 장착돼 있는 휘발유 모델 S 500 / 사진=다임러
테스트 결과를 보면 역시 DPF가 장착된 디젤차의 경우 거의 직접 분사되는 분진의 양이 없는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다음 자리는 대형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장착되었음에도 필터 덕분에 낮은 미세먼지를 내뿜은 벤츠 S 500에게 돌아갔습니다. MPI 엔진도 직분사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 필터가 장착된 가솔린 자동차보다는 훨씬 많은 미세먼지를 내뿜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테스트 모델 중 가장 높은 미세먼지 농도를 보인 포드의 경우 2017년 말부터 가솔린 자동차에도 필터를 장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폴크스바겐 역시 내년부터 가솔린 엔진에 필터를 장착하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모든 가솔린 차량에 필터 장착 요구하는 독일 환경부
현재 유로6 배출 가스 기준에 따르면 가솔린의 미세먼지 배출 허용량은 디젤의 미세먼지 배출 기준보다 10배나 많습니다. 이것이 2018년 8월부터 현재 디젤 기준 (0.045mg/km) 수준으로 강화될 예정에 있는데요. 폴크스바겐이나 포드는 이 강화되는 조건에 조금 일찍 대응하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2018년 8월 이후에 나올 가솔린 자동차가 아니라 필터 의무 장착 대상에 들지 않는, 현재 돌아다니고 있는 수많은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장착된 자동차입니다.
어떤 제재 없이 자유롭게(?) 미세먼지를 내뿜고 있는 가솔린 자동차에 대해 몇몇 나라에서 대책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독일 연방 환경부의 경우 2018년부터 필터가 장착되지 않은 가솔린 자동차의 완전한 도심 진입 금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게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깊은 검토와 논의도 현재 같이 진행을 하고 있는데 가능성이 제법 있어 보인다는군요.
골프 디젤 모델인 GTD에 장착되어 있는 DPF / 사진=VW
실제로 휘발유 자동차에 일명 GDF (가솔린 미립자 필터)를 달게 될 경우 비용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합니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기준으로 50유로에서 최대 100유로면 장착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우리 돈으로 12만 원 이하의 비용이 드는 거로 보면 되겠습니다.
물론 출시가 이미 된 자동차에 별도로 장착할 때 비용은 이와 다를 수 있겠지만, 비용의 일부를 정부나 지자체가 부담을 하더라도 미세먼지의 또 다른 주범이라 할 수 있는 가솔린 직분사 엔진, 아니 사실상 가솔린 엔진 전체에 필터를 장착하는 일은 이제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 정부도 휘발유 자동차의 미세먼지 배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새 자동차뿐만 아니라 현재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휘발유 자동차 전체를 포함한 대책 고민이어야겠죠. 무엇보다도, 내연 기관 전체를 향한 글로벌 규제 분위기에 맞춰 제조사와 우리 정부 모두가 명확한 계획을 국민에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정책에 대한 신뢰는 일이 터진 뒤가 아닌, 미리 계획하고 문제를 사전에 막는 것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아래 공감 버튼 많이 눌러주셔야 이 글을 한 분이라도 더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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