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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성공 예감한 이태리 감성, 피아트 124 스파이더

피아트 500을 새롭게 내놓은 이후 이렇다 할 성공작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던 피아트가 경량 2인승 로드스터 124 스파이더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일단 북미에서는 5월부터 판매가 시작됐고 유럽에서는 다음 달 중순부터 판매가 시작될 예정인데요. 반응은 좋습니다. 심지어 마쯔다의 아이콘인 MX-5가 124 스파이더로 인해 피해를 입을 거라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MX-5가 만들어지는 공장에서 그 기술 그대로 124 스파이더가 나오게 되는데, 이 덕에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뒷바퀴 굴림의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로드스터가 탄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50년 전, 앞바퀴 굴림 차들을 만들던 피아트가 124 스파이더를 뒷바퀴 굴림으로 내놓았을 때의 힘든 경험을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요? 후륜으로 이미 검증이 끝났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경량 로드스터로 평가받는 MX-5에 손을 내미는 전략적 선택을 했습니다.

124 스파이더 / 사진=피아트


50년 전 그 감성 그대로

신형 124 스파이더는 1966년 이태리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유럽에선 1975년 조용히, 그리고 미국에서는 1985년까지 판매됐던 모델을 되살린 것으로, 약 20년 동안 20만 대 수준의, 당시로써는 높은 판매량을 보였던 성공작이었습니다. 이태리 대표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에서 디자인되었다가 나중엔 조립까지 이곳에서 이뤄지기도 했었죠. 일단 공개된 디자인에 대해선 거의 모든 이들이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실내는 마쯔다 MX-5의 느낌이 많이 드러나지만 겉모습만큼은 이태리 감성, 원형의 그 느낌에 충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원형 디자인을 더 좋아하는데요. 어쨌든 신형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앞모습도 좋지만 뒤태와 옆모습은 흠잡을 데 없을 만큼 만족스러웠는데요. 독일이나 프랑스 자동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스타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리지널 124 스파이더 / 사진=피아트

신형 124 스파이더 / 사진=피아트


주행감성도  외모 닮아

일단 독일이나 그밖에 해외에서 나온 시승기 등을 보면 주행감이 외모처럼 비교적 부드러운 편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실제로 피아트는 마쯔다 MX-5의 칼날 같은 핸들링과 주행감보다는 좀 더 여유로움에 초점을 맞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컨셉트를 일상성에 맞춰 잡아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배기음까지 신경을 

신형 124 스파이더는 배기음에도 신경을 써, 말 그대로 감성으로 똘똘 뭉친 차로 평가되길 바라는 듯합니다. 운전대도 기본형부터 가죽으로 감싸 일반적인 피아트 차들과는 확실히 다른 전략으로 승부를 하고 있고, 수동 소프트탑의 경우 독일 한 전문지 기자는 딱 2초면 지붕을 열 수 있다며 얼마나 영리한 선택이라며 칭찬을 했는지 모릅니다.

124 스파이더 실내 / 사진=피아트


미국 시장을 위한 차? 

124 스파이더가 처음 나왔을 당시 미국에서 인기가 높았기 때문인지 신형 역시 미국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한때 독일에 거주하는 미군들이 이 차를 가지고 들어와 타고 다녔는데 독일을 비롯해 많은 유럽인이 미국형 모델을 타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결국 미국형 124 스파이더가 높은 관심 속에 유럽에서 판매가 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미국은 물론 유럽에도 많이 있었던 건데요.

그럼에도 역시 유럽보다는 미국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볼 수 있는 게, 유럽에서는 140마력의 가솔린 엔진이 판매되고 미국에선 그보다 20마력이 높은 160마력 모델을 내놓았고, 판매 개시 시점 역시 미국이 먼저, 또 아우토빌트 같은 독일 전문지는 유럽에는 판매량이 정해져 있어 사고 싶어도 그 이상을 구매할 수 없을 거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독일은 1년에 1천 대가 할당됐다고 하는데, 라인의 생산능력을 맞추기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꽤 과감한 전략이 아닌가 싶네요.


성공은 어느 정도 보장됐다?

마쯔다 MX-5로 검증받은 기본기에 이태리 감성이 더해졌으니 이 차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부분입니다. 단적으로 이걸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하나 있는데요. 독일 전문지 아우토빌트가 피아트 124 스파이더와 마쯔다 MX-5 중 어느 게 더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결과는 피아트의 승리였습니다. 강력한 팬덤과 칭찬으로 늘 도배가 되다시피 한 마쯔다 MX-5를 비록 이미지 비교이긴 하지만 극복했다는 것은 피아트에겐 분명 긍정적 신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우토빌트 설문


"피아트 124 스파이더가 더 좋다" : 50% (8,766명)


마쯔다 MX-5가 더 좋다" : 39% (6,714명)


"둘 다 관심 없다 " : 11% (1,844명)


아우토빌트 캡쳐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 사진=피아트


고성능 버전도 나온다?

네, 고성능 버전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정확히는 아바스 (Abarth) 124 스파이더라는 이름으로 제네바모터쇼였던가요? 이미 프로토타입으로 선을 보인 바 있고, 170마력 수준에서 판매될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각종 경주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날렸던 '124 스파이더 랠리'는 수집가들로부터 가장 인기 있는 경량 스파이더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이 명성과 관심을 신형 모델을 통해 이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바스 124 스파이더 랠리 / 사진=피아트

아바스 124 스파이더 신형 / 사진=피아트


가격은 마쯔다 MX-5보다 비싸

미국에서 판매되는 124 스파이더 신형의 가격은 24,990달러에서 최고 35,995달러로 마쯔다 MX-5 (23,750달러~32,105달러)보다 조금 더 비쌉니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게 꾸몄다는 게 피아트의 이야기인데요. 유럽에서 판매되는 가격 또한 마쯔다 보다 1천 유로 정도 더 비싼, 기본가 23,990유로와 26,490유로 모델이 있고 여기에 4가지 옵션 패키지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아주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가격도 아니란 생각인데요. 그래도 이런 수준이면 미국이나 유럽 현지에서는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서 가격 저항도 크진 않을 거로 보입니다. 

124 후면 /사진=피아트


"마쯔다 MX-5 괜찮겠어?"

정리를 해보죠. 괜찮은 이태리 감성으로 뭉친 스파이더가 우리 앞에 다시 왔습니다. 이 정도면 시장에서 충분히 사랑받을 수준의 모델이죠. 그리고 가격 부담 적으면서 성능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마쯔다 MX-5와 동거와 경쟁을 묘하게 펼치게 됐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두 모델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꿋꿋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경량 로드스터 시장 확대에 역할을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도 솔직히 하게 됩니다. 마쯔다가 플랫폼 공유를 통해 얼마나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피아트 124 스파이더가 마쯔다 MX-5의 가장 강력한 경쟁 로드스터가 될 가능성이 큰데, 그렇게 되면 이런 협업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마쯔다에게 부담으로 되돌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궁금증 말입니다.

그러나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고, 우리 같은  소비자들에겐 선택지 늘었다는 점에선 분명 기분 좋은 일입니다. 이제 남은 건 한국 땅을 언제 밟을 건지, 수입사가 답하는 일이 아닐까 싶네요. 마쯔다 MX-5와의 한국시장 쟁탈전에서 선점의 효과를 누려야 하지 않겠어요?

*이런 이야기 괜찮으셨다면  독일산 카브리오 이야기를 하나 더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추천 꾸욱~ ;-)

124 스파이더 / 사진=피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