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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 엔진, 고장이 늘고 있다

자동차, 몇 년이고 별 탈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거금을 들여 구입한 만큼 이상 없이 달려주기를 바라는 건 모두의 마음이겠죠. 하지만 원망스럽게도 차 이곳 저곳에서 이상이 발견돼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게 될 때 그것만큼 또 속상한 것도 없습니다.

그동안 자동차 고장과 관련해 다양한 자료를 보여드리곤 했는데요. 오늘은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럽 최대 자동차 보증보험사 중 한 곳인 카 개런티( CG Car Garantie)의 의미 있는 분석 자료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사진=tuev-sued

카 개런티는 매년 자동차 이상으로 보험금이 지급된 내용을 분석해 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2015년 한 해 동안 보험처리 된 고장 건 수 약 105만 대의 내용을 분석했는데요. 이 중 중고차가 65만 대 이상, 신차의 경우도 36만 대 넘게 표본이 되어주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매년 엔진 고장률이 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중고차의 경우 2014년에 분석된 엔진 고장률은 10.1%였는데 작년 2015년에는 10.5%로 조금 더 올랐습니다. 2011년에 8.3%였던 걸 생각하면 증가세가 뚜렷합니다. 신차의 경우는 편차가 더 심해, 2014년 7.9%였던 엔진 고장률이 2015년에는 10.5%로 훌쩍 뛰고 말았죠.


중고차 엔진 고장률

2011년 : 8.3%

2014년 : 10.1%

2015년 : 10.5%


신차 엔진 고장률

2014년 : 7.9%

2015년 : 10.5%


가장 고장이 많이 나는 부분 10

그렇다면 작년 한 해 독일 중고차 중 고장이 많았던 상위 10가지 장치는 뭐였을까요? 조사된 65만 대의 결과를 보면 1위는 터보차저를 포함한 연료 시스템 문제가 19.3%로 가장 많았습니다. 계속해서 그 간 1위를 차지했던 전기적 결함(18.3%)을 넘어섰는데요. 그다음으로 편의 도움 전자 장치가 10.8%의 고장을 보여 세 번째로 고장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편의 도움 전자 장치는 선루프, 파워윈도우, 전동접이식 사이드미러, 전자 주차브레이크, 전동 시트 조절 장치 등등을 말합니다. 그리고 엔진이 10.5%로 4위였습니다. 그 외에 에어컨 (8.8%), 변속기 (5.0%), 제동 장치 (3.6%), 조향 장치 (3.4%), 배기 시스템 (3.1%),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전 장치(2.0%)였습니다. 엔진 냉각 장치가 재작년에 10위 안에 들었는데 이번엔 10위 밖으로 나갔고, 전체적으로 고장률이 엔진을 제외하면 개선됐거나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2015년 고장률 상위 10

1위 : 연료시스템 고장(터보차처 포함) : 19.3%

2위 : 전기적 결함 : 18.3%

3위 : 편의 도움 장치 고장 : 10.8%

4위 : 엔진 고장 : 10.5%

5위 : 에어컨 고장 : 8.8%

6위 : 변속기 고장 : 5.0%

7위 : 제동 장치 고장 : 3.6%

8위 : 조향 장치 고장 : 3.4%

9위 : 배기시스템 고장 : 3.1%

10위 : 안전 장치 이상 : 2.0%


그런데 고장률이 아닌 비용으로 순위를 따지게 되면 이렇게 바뀌게 됩니다.


2015년 고장에 따른 수리비 청구 비중 순위 10

1위 : 엔진 : 21.7%

2위 : 연료시스템 (터보차저 포함) : 17.7%

3위 : 전기시스템 : 11.9%

4위 : 변속기 : 11.3%

5위 : 에어컨 : 8.8%

6위 : 편의 도움 장치 : 6.0%

7위 : 조향 장치 : 4.9%

8위 : 엔진 냉각 장치 : 4.8%

9위 : 각 종 기어류 : 2.7%

10위 : 제동 장치 : 2.6%


엔진룸

역시 엔진 이상에 따른 수리비가 가장 크게 차지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고차의 경우 이미 5천 킬로미터 정도 주행을 하게 되면 이상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고 1만 킬로미터 정도 주행을 하게 되면 조사된 65만 대 중 절반이 넘는 54.2%가 수리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신차의 경우 1년에 평균 13,000킬로미터를 주행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3년에서 4년 사이에 고장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유럽의 경우 2년에서 3년까지 보증기간을 두는 브랜드가 많은데, 이 보증기간이 끝나면 고장이 늘어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물론 요즘 현대나 기아, 르노, 쌍용, 알파 로메오, 미쓰비시, 스바루 등이 4년 이상 7년 이하의 무상보증기간을 두고 있긴 하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아서 많은 운전자들이 결국 추가 비용을 들여 보증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엔진 고장이 증가하는 이유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오도록 하죠. 그렇다면 왜 이처럼 엔진의 고장이 늘고 있는 것일까요?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마침 이 보고서와 관련한 기사를 쓴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 및 기관에 문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유일하게 독일 자동차 모니터링 엔지니어 협회 (KÜS)에서만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디벨트에 따르면 KÜS는 엔진 고장이 늘어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습니다. 하나는 다운사이징이었고 또 하나는 급격하게 늘고 있는 자동차의 전자 제품 개발 비용이었습니다. 계기판은 물론 콕핏 등, 운전석 주변을 보면 요즘 차들은 IT 제품으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죠. 또한 안락함을 위해 각종 전기 전자적 장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제조사들의 개발비가 몰려 엔진 내구성 등 개발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배기량을 줄이고 실린더 수를 줄여 과급기를 다는 등, 흔히 말하는 엔진 다운사이징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은 몇 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엔진의 수명이나 품질이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아졌다고 KÜS는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곧 BMW에서는 터보가 4개 달린 엔진을 내놓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피아트나 포드 등은 3기통 1리터 급 엔진에 과급기를 달아 120마력 전후의 힘을 내는 엔진을 이미 판매하고 있죠. 현대도 자연흡기 엔진이 주력인 미국 시장에서 터보가 달린 4기통 엔진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점점 더 엔진이 민감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자동차에 첨단 장치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장에 대한 염려를 더 키우게 합니다. 이렇듯 우린 작고 힘이 세며 연비 효율이 좋은 엔진의 시대, IT화된 자동차의 시대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늘 이야기하는 부분이지만, 아무리 자동차가 첨단화되고 안락하게 변해도 내구성을 포기하면서까지 화려함으로 치장되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닙니다. 이 부분을 제조사들은 잊어선 안될 것입니다. 첨단은 견고한 내구성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