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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전기차 주행 비교, 충전하면 얼마나 달릴 수 있나

전기차가 우리 일상에 보편적인 이동수단으로 스며들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어떤 이들은 10년 정도면 EV 점유율이 10%에는 이르지 않겠나 예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체감되는 전기차 시대는 그보다 더 멀게만 느껴지는데요.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소연료전지차와 함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시대를 바삐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길거리에서는 배기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는 전기차들을 더 많이, 더 빨리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전기차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라고 한다면 역시 배터리 기술력이 아닐까 합니다. 완충된 후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내연기관에 비해 떨어지고, 무엇보다 어디서나 주유가 가능한 기름과 달리 전기차는 현재 기준으로 본다면 충전소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충전소를 늘리는 것, 그리고 배터리의 용량이 늘어나는 것이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 되지 않겠나 싶은데요. 그렇다면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수준은 어느 정도까지 와 있는 걸까요? 유럽에서 팔리고 있는 여러 (순수) 전기차의 주행거리 수준을 한 번 모아 정리해봤습니다. 순위로 한 번 확인해 볼까요? 기준은 EU 표준 연비측정법(NEDC)에 따랐습니다. 우리나라 인증 거리 보다 약간 후한 편이니 그 점도 참고해 주세요.


르노 트위지 : 공인 최대 주행거리 100킬로미터


미아 : 공인 최대 주행거리 90에서 최대 130킬로미터


스마트 포투 일렉트릭 드라이브 : 최대 145킬로미터


푸조 iOn : 최대 150킬로미터


시트로엥 C-제로 : 최대 150킬로미터


미쓰비시 EV : 최대 160킬로미터


폴크스바겐 e-UP : 최대 160킬로미터


포드 포커스 일렉트릭 : 최대 162킬로미터


닛산 e-NV200 : 최대 163킬로미터


닛산 e-NV200 Evalia : 최대 167킬로미터



공동 9위 

르노 캉구 Z.E. / 푸조 파트너 / 시트로엥 Berlingo EV : 최대 주행거리 170킬로미터

캉구 Z.E. / 사진=르노



8위 

폴크스바겐 e-골프 : 최대 주행거리 190킬로미터

e-골프 / 사진=폴크스바겐



7위 

메르세데스 B클래스 EV : 최대 주행거리 200킬로미터

B클래스 EV / 사진=다임러



6위 

기아 쏘울 EV : 최대 주행거리 212킬로미터

쏘울 EV / 사진=기아



5위 

르노 Zoe : 최대 주행거리 240킬로미터

Zoe / 사진=르노



4위 

닛산 리프 : 199~250킬로미터

리프 / 사진=닛산



3위 

BMW i3 : 최대 주행거리 190킬로미터 (7월 판매 모델부터 최대 300킬로미터까지)

i3 / 사진=BMW



2위 

테슬라 모델 X : 최대 주행거리 417~489킬로미터

모델 X / 사진=테슬라



1위 

테슬라 모델 S : 최대 주행거리 470~557킬로미터

모델 S / 사진=테슬라


테슬라를 좇는 경쟁자들

그리고 새로운 기준이 될 300km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요 전기차의 완충 시 주행거리를 알아봤습니다. 역시 테슬라가 단연 돋보이네요. BMW i3의 경우 7월부터 새로운 배터리팩이 적용돼 유럽 기준 최대 30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만 여전히 테슬라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런데 테슬라 독주 시대를 막아서겠다는 경쟁자들의 노력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우선 내후년쯤으로 예상되는 아우디의 전기 SUV Q6(가칭)의 경우 아우디 측 얘기로는 최대 50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군요. 또 아직 출시 일정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포르쉐 미션E의 경우도 스포츠 전기차로 500킬로미터의 주행거리를 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두 차량은 구체적 출시 얘기가 된 모델이며 푸조도 모터쇼에서 최대 45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는 컨셉트 전기차 '프랙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완충 시 500킬로미터 전후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들은 대체로 고가의 모델들이라는 점에서 대중적이진 못한데요. 덩치가 좀 더 작고 가격 부담을 줄여 최대 300킬로미터 전후의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모델들도 많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 300킬로미터는 비교적 대중적인 전기차들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테슬라 모델 3의 경우 아직 공인된 주행거리는 아니지만 테슬라 측에 따르면 최대 35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올해 안에 본격 판매가 될 쉐보레 볼트의 경우도 최대 주행거리가 300킬로미터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여기에 현대도 내후년 출시를 목표로 300킬로미터 이상 달릴 수 있는 SUV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암페라E (유럽엔 볼트 대신 오펠 모델이 판매될 예정) / 사진=오펠


한국에서도 전기차 경쟁 본격화될 듯

한국에도 테슬라가 본격 진출을 하게 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테슬라 모델 3의 한국 내 예약자도 굉장히 많았다고 하죠. 또 프랑스 전기차 브랜드 미아도 한국에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생산 공장까지 짓는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었죠.

여기에 기존 전기차 시장을 대표하던 르노삼성의 SM3 Z.E.의 경우 기존 135킬로미터(한국 공인 기준) 완충 시 주행거리를 새로운 배터리 적용으로 최대 250킬로미터까지 늘릴 것이라고 합니다. 또 현대도 최대 주행거리 180킬로미터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곧 판매하게 됩니다.

SM3 Z.E. / 사진=르노

배터리 용량 늘리듯 충전 인프라도 늘어나야

배터리 용량은 한국과 일본의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주도 아래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처럼 용량이 좋아지게 되면 제조사들의 전기차 판매 전략도 지금보다 더 공격적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더군다나 수소연료전지차까지 가세해 그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겠죠.

이제 남은 건 전기차를 포함한 비 내연기관차들에 대한 제대로 된 법규 마련과 충전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제대로 구축하느냐 등이 아닐까 합니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은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는 법안을 정부 측에서 제출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독일을 비롯 여러 유럽국가들이 보조금과 세금혜택 등을 주고는 있지만 제한적이며, 기본적으로 전기차 수요를 늘려 자연스럽게 판매가격이 떨어지도록 유도하는 정책들을 펴고 있습니다.

또 친환경 재생에너지 비율을 계속해서 늘리면서 전기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계속 줄여가고 있죠. 한마디로 유럽과 미국, 그리고 중국 등의 거대 자동차 시장들 모두 전기차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고 정책적으로 활성화를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우리도 이제 이런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를 기준으로 본다면 전기차 시대가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10년 후쯤이면 한 번 완충으로 주행거리 100~200킬로미터정도 달렸던 지금을 옛날 이야기하듯 되돌아 보지 않을까 합니다. 전기차는, 생각보다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