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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미션E 성공 위해 포르쉐 노사가 내린 통 큰 결단

포르쉐가 지난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100% 전기스포츠카 미션E(MissionE) 컨셉카는 당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테슬라가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포르쉐가 뛰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고, 또한 포르쉐가 전기차를 만들면 어떤 수준의 차가 될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전기차의 약점인 배터리 용량과 충전에 있어 기대 이상이었다는 겁니다. 포르쉐는 한번 충전으로 50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고,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하는데 15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게 가능한 건 800볼트짜리 충전기 덕이었죠.

이 충전기는 양산이 되면 차고의 바닥에 무선 충전형태로 설치되기 때문에 이용에 훨씬 편리할 것이라고 포르쉐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미 최고 수준의 스포츠 드라이빙 기술력을 보유한 브랜드가 전기차에 자신들의 기술력을 무리 없이 이식하게 된다면 포르쉐의 외연 확장은 물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고도 철저하게 미션E를 준비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미션E /사진=포르쉐

그런데 모터쇼 시작과 함께 터진 디젤게이트는 폴크스바겐 그룹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리콜, 그리고 각 종 배상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인해 그룹 입장에서 새로운 대규모 투자를 허용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포르쉐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추펜하우젠 공장에 10억 유로를 투자하고 1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미션E를 양산하기로 12월 초 발표를 한 것입니다. 

도장공장과 조립라인을 새롭게 만들고, 여기에 기존의 엔진을 만드는 공장을 확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차체 제작을 위한 차체 공장 확대 역시 계획에 포함했고 바이자흐에 있는 연구개발센터에도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10년 간 임금 동결 & 근무시간 연장 등에 합의

여기까지가 현재까지 알려진 포르쉐 미션E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차의 성공적 양산을 위해 노동자들과 경영진의 의미 있는 결단이 있었다는 내용이 밝혀졌습니다. 자동차 및 경제를 다루는 오토모빌보헤에 따르면, 포르쉐의 모든 노동자들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임금을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조립 라인의 노동자부터 엔지니어, 그리고 임원까지 예외 없이 이 계획에 포함됐다는 것이 오토모빌보헤의 설명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회사 측이 10년 동안 아낄 수 있는 금액은 약 2억 유로, 그러니까 우리 돈 2천5백억 이상이 될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노조 출신의 포르쉐 중앙 노동위원회 의장 우베 훡크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경쟁력과 공평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뤄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 합의 내용에는 급여 인상 억제뿐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보너스 일부가 역시 지급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는데요. 거기에 더해, 2013년 말부터 시작된 주 34시간 근무 조건 역시 10년 동안 주 35시간 근무로 1시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다만 다행인 건, 이렇게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 동참한 노동자들에게는 2026년 1월부터 10년 동안 억제된 임금 인상분이 포함된 급여가 지급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쯤 되면 포르쉐에게 미션E는 무조건 성공을 해야만 하는 프로젝트가 되어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원래 2020년 이후에나 양산될 것으로 얘기되던 미션E는 기간을 앞당겨 2019년에도 생산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어려운 시기 회사측과 큰 합의를 이룬 노동자들이나, 무조건 노동자들에게만 양보를 요구하지 않고 정당한 보상을 약속한 회사측 모두를 보면서 미션E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채 출발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추펜하우젠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사진=포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