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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현대차 독일 직원들이 구식 옵션 요구하는 이유

자동차가 점점 안락하고 첨단화 되어 가는 것에 맞춰 시트 역시 더 안락하고 첨단화 되어가고 있죠. 그런데 이런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얘기가 독일에서 나왔습니다. 현대차 이야기인데요. 독일에서 현대차를 판매하는 딜러들은 물론 현대차 유럽 법인 (독일 오펜바흐에 위치) 관계자들은 본사에 시트 등받이 조절 장치를 레버나 전동식 외에 다이얼식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법 오래된 요청임에도 아직까지 반영이 안되고 있어 현지 직원들이 답답해 한다는데, 도대체 무슨 얘기일까요?


편해지는 시트 조절장치들

자동차 시트에는 기본적으로 앞뒤, 위아래로 시트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 그리고 등받이 위치를 조절하는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럼버서포트라고 해서 요추받침대라는 게 또 달려 있죠. 이런 기본 기능 외에도 마사지 버튼이 시트에 달려 있는 경우도 있고, 또 통풍스위치나 메모리시트라고 해서 시트 위치를 저장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차종에 따라 뒷좌석도 조절 장치가 있고 전동 스위치가 도어에 부착된 경우들까지, 점점 다양화 되고 있습니다.


i40 시트

위 사진은 현대 i40 운전석을 찍은 것으로 전동식 버튼이 세 가지가 달려 있습니다. 왼쪽 기준으로 맨 앞 두툼한 게 시트를 앞과 뒤, 그리고 위 아래로 조절하는 장치이고 가운세 세워져 있는 게 등받이 조절 버튼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게 요추받침 조절 버튼인데 2-way 방식으로 돼 있죠. 요추받침대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 BMW 등이 그렇습니다. 또 우리나라 차들은 제일 앞 쪽에 좌석 조절 버튼이 있다면 독일 차들은 요추받침대가 먼저 위치해 있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전동 버튼이 적용된 7세대 골프의 시트

이렇듯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좌석 위치 조절 장치와 등받이 조절 장치는 무조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대게 레버형과 전동형으로 되어 있죠. 그런데 바로 등받이 조절 장치를 전동식이나 레버식이 아닌 다이얼식으로 해달라고 현대차 독일 관계자들이 요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이런 요구를 하는 걸까요? 


다이얼식 5세대 골프 시트

이 사진은 6세대 골프로 독일에서 현재 운행이 되고 있는 모델입니다. 시트 위치 조절 스위치는 레버형태로 되어 있고 등받이 조절장치와 요추지지대 조절 장치는 모두 다이얼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골프의 경우 7세대로 넘어오면서 이 다이얼식 등받이 조절장치가 레버형으로 바뀌게 되는데요. 여전히 다양한 모델들에 다이얼식이 적용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레버형 등받이 조절장치와 다이얼식 요추지지 장치가 적용된 7세대 골프 기본형


다이얼식, 조절 정확하고 저렴

유럽에서 다이얼식을 많이 찾는 이유는 우선 운전자가 섬세하게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 아내도 이 다이얼식이 없는 레버형에 적응을 한동안 잘 못했는데요. 레버형은 당기면 훅하고 뒤로 젖혀지는데 이게 운전 중에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동식 조절장치 역시 다이얼식처럼 섬세하게 등받이 위치를 조절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가격에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내구성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고, 운전자게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식은 돌리기 불편하다는 점 하나 외에는 장점이 더 많습니다. 


이처럼 독일 운전자들이 선호하고 익숙하게 쓰고 있는 다이얼식을 선택할 수 없다는 건 아무래도 경쟁력 부분에서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편의사양에 돈을 쓰기 보다는 주행성과 안전장치에 더 신경을 쓰는 독일 운전자들의 소비 패턴도 고려가 안된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주재원으로 나와 있는 한 기업 임원을 만났는데, 그 역시 편의 사양 보다는 마력이 높다든가 주행성이 보강되는 쪽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며, 독일 와서 변화된 부분이라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다이얼 돌린다고 차를 급이 낮게 본다든가 하는 시선도 물론 없습니다. 이렇듯 우리와 독일의 차량 소비문화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도  현대 본사는 이 점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경영진의 관심 부족 외에도 또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 현대차 공장의 상황과 관련된 것인데요.


작업 어려움 이유로 조립 꺼려 

현대차 내부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전동식이나 레버식 조절 장치에 비해 다이얼식은 조립 작업이 더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조의 요구에 의해 다이얼식 조절 장치는 한국 공장에서는 조립이 안되고 있죠. 반면 유럽 공장은 조립이 가능합니다. 다만 현대와 기아 유럽공장은 모두 C세그먼트, 그러니까 i30나 투산, 스포티지까지만 조립하고 있고 D세그먼트 이상의 경우 전량 한국에서 조립되어 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럽 전용 모델인 i20 같은 경우 다이얼식이 적용되나 i40나 K5 등, 한국에서 들여오는 모델들은 다이얼식이 적용 안되고 있습니다.


현대 i20 동반자석에 달려 있는 다이얼 조절장치 / 사진=현대

수년째 한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현대차에 다이얼 조절기 장착을 현지에서는 요구하고 있지만 언제쯤 이게 적용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정도 했으면 경영진도 현지 요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노조와의 협의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오래된 바람인 다이얼식 적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노조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이런 부분은 협조를 해줘야겠죠. 


하찮은 부분일 수 있지만 이런 작은 것들 하나 하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그리고 그걸 어떻게 시스템화 하느냐 등을 통해 현대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관심도 없고 불편하게만 여기는 다이얼식이지만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거, 현대차 관계자분들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이얼과 레버 조절기가 적용되어 있는 유럽 파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