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현대와 기아자동차가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의 품질조사에서 각각 1위(기아)와 3위(현대)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철저히 유럽 소비자 취향을 분석해 선보인 현지 맞춤형 신차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는 현대 관계자의 설명도 곁들여졌더군요. 오늘은 이 품질평가가 어떤 것인지 설명 드리고, 현대 기아에 대한 세부 평가, 그리고 언론에 소개되지 않은 중요한 내용 한 가지를 더 보여드릴까 합니다.
씨드 / 사진=기아
아우토빌트는 독일은 물론 유럽에서 가장 판매부수가 많은 자동차 주간지로 소비자에 대한 영향력, 또 제조사들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한 매체입니다. 매주 70~80만부 정도 판매가 되는데 저 역시 정기구독을 몇 년째 하고 있습니다. 이 잡지사는 2001년부터 매년 '퀄리티 리포트'라는 제목으로 주요 20개 자동차 업체의 품질수준을 7개 항목에 걸쳐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차량 소유주의 만족도/ 리콜/ 정기검사 결함율/ 내구테스트/ 고객불만/ 정비소 테스트/ 무상보증 등입니다.
리콜은 다 아실 겁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리콜이 얼마나 있었는지 그 횟수로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또 소비자 만족도는 차량 소유자들이 자신의 차에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로 점수를 부여합니다. 정기검사 결함율은 얼마 전에도 소개해드린 바 있는데요. 100여개의 검사 항목에서 결함율이 어느 정도인지 연차별로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내구테스트 항목은 해당 매체가 직접 차를 구매해 약 10만킬로미터 전후의 거리를 달려, 거기서 나온 문제들을 공개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고객불만사항의 경우 매년 1만통 정도의 자동차 결함이나 정비문제에 대해 항의 편지를 받는데 그 내용을 분석해 브랜드별로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비소 테스트는 특정한 부분에 고장을 낸 뒤 해당 제조사의 직영 정비소 8군데에 차를 보내 얼마나 정확하게 문제를 찾아내 검사를 하는지, 또 얼마나 제대로 규칙에 따라 대응하는지 등을 평가합니다. 마지막으로 보증기간에 대한 것은 말 그대로 무상보증 조건 그대로를 점수화해 순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품질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우 좋음'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 '평가 없음' 등으로 표시를 하는데 우선 20개 브랜드 전체 순위부터 확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점수가 낮을수록 좋은 평가라는 것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공동 1위 : 기아 / 마쯔다 (2.14점, 우수)
공동 3위 : 혼다 / 현대 / 토요타 (2.43점, 우수)
6위 : 볼보 (2.57점, 보통)
7위 : BMW / 다치아 (2.71점, 보통)
9위 : 닛산 (2.83점, 보통)
10위 : 메르세데스 (2.86점, 보통)
11위 : 오펠 / 르노 / 세아트 (3.0점, 보통)
14위 : 아우디 / 스코다 (3.14점, 보통)
16위 : 시트로엥 / 푸조 (3.17점, 보통)
18위: 포드 / 폴크스바겐 (3.29점, 보통)
20위 : 피아트 (3.33점, 나쁨)
르노의 저가 브랜드 다치아가 7위에 이름을 올린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에 폴크스바겐 그룹 내 브랜드들은 배기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한 부분이 순위에 나쁜 영향을 끼쳤습니다. 어쨌든 내구성에서 늘 인정을 받았던 일본 브랜드와 현대와 기아가 이름을 나란히 한 것은 의미 있다 하겠는데요. 그런데 항목별로 내용을 들여다 보면 공동 1위와 공동 3위 브랜드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현대와 기아에 대한 항목별 평가를 간단하게 보실까요?
아우토빌트
현대차 항목별 품질 평가
1. 고객(차량 소유주)만족도 : 퀄리티 점수 8.1점을 받았는데 이는 작년보다 미세하게 오른 결과였습니다. 다만 브랜드 이미지 부분에서는 평균 이하(8.4점)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2. 리콜 : 소나타와 그랜저 등, 한국 수입 모델의 리콜도 있었고 i30 이하 급의 유럽 조립 모델들 리콜이 몇 건 또 있었습니다. '보통' 평가를 받았습니다.
3. 정기검사 결함율 : 한 번 소개를 해드린 바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평균, 또는 평균 이하의 수준을 보였습니다. 올해 정기검사 결함율 중 2-3년차 경우 132개 모델들 중 현대 iX20가 45위, iX35가 79위, i10이 82위, i30가 111위 수준이었습니다.
4. 내구테스트 : 최근에 i40 왜건의 십만 킬로미터 내구테스트를 했고, 현재 i30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 중인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기아나 현대 모두 중형급 이상은 한국에서 조립, 그 이하는 유럽에서 조립하는데 i40 정도를 제외하면 내구 테스트는 대체로 유럽에서 생산되는 C세그먼트 이하 급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5. 고객불만 : 불만이 전 해에 비해 약간 줄었습니다. 다만 수동 변속기 변속 시 이질감, 그리고 뒷바퀴 브레이크에 녹이 스는 문제 등이 고객들의 불만사항으로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6. 정비소 테스트 : 현대는 수입 브랜드라는 한계로 인해 현지 정비소들과 계약을 맺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정확히는 현대차의 정비능력이라기 보다는 현지 정비소의 정비능력에 대한 평가였다고 해야겠네요. 작년에 있었던 테스트에서 몇 가지 개선 사항이 있었지만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7. 보증 품질 :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술 부분에서 5년에 주행거리 제한 없는 보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우토빌트 역시 이 부분을 현대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평했습니다. 녹보증 12년에 대차 서비스는 15년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무상보증, 그리고 고객불만, 그리고 괜찮은 내구테스트 점수 등이 좋은 순위를 받게 했습니다. 반면에 리콜과 정기검사 결함율, 고객만족도 등에서는 '보통' 점수를 받았습니다.
기아차 항목별 품질 평가
1. 고객만족도 : 작년 보다 올라간 8.5점으로 '좋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2. 리콜 : 올해 독일에서 리콜이 전혀 없었던 것이 좋은 점수를 받게 했습니다. 리콜이 전혀 없다는 것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어쨌든 드러난 결과로만 점수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에 기아는 여기서 '좋음' 판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3. 정기검사 결함율 : 기아의 가장 큰 약점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현대 보다 평균적으로 더 나쁜 결함율을 보였습니다.
4. 내구 테스트 : 프라이드(유럽 조립)와 유럽 전용 모델 씨드 등이 테스트를 받았는데 괜찮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5. 고객불만 : 아우토빌트는 이 부분을 '긴 보증 기간 덕에 불만이 적게 들어온다'고 설명 했습니다.
6. 정비소 테스트 : 3년 전에 한 번 실시했던 내용이 마지막이라서 이 항목은 '보통'으로 평가를 하고 넘어갔습니다.
7. 보증 정책 : 7년 15만 킬로미터 무상보증 기간으로 20개 브랜드들 중 유일하게 이 항목에서 '매우 좋음' 평가를 받았습니다. 푸조와 현대만이 그 다음 수준인 '좋음' 평가를 받았고, 다른 브랜드들의 보증평가 점수는 '나쁨'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기아의 녹보증은 12년, 대차 서비스는 7년입니다.
아우토빌트는 최고의 보증과 이로 인해 고객불만 사항이 없다는 것을 기아의 높은 경쟁력으로 평가했고, 그 뒤를 이어 내구테스트의 준수한 결과 역시 공동 1위를 차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했습니다. 반면 정기검사 결함율은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로 공동 1위를 차지한 마쯔다의 경우 내구테스트와 고객불만 부분에서 '매우 좋음'을 받았고 고객 만족도는 8.7점으로 기아 보다 높았습니다. 그 외 나머지 항목은 '보통' 평가였는데요. 보증 기간의 경우 3년 10만 킬로미터로 기아나 현대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현대와 같이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린 토요타는 리콜이 많아 이 부분에서 '보통' 평가를 받았고 정기검사 결함율과 내구 테스트 등은 '좋음' 판정을, 그리고 고객 만족도 역시 8.7 점으로 기아나 현대 보다 좋게 나왔습니다. 특히 고객불만사항에서는 '매우 좋음'으로 평가됐습니다. 다만 무상보증 기간이 2년이라는 점이 '나쁨' 평가를 받게 했고 여기서 점수를 까먹고 말았습니다.
현대 체코 공장의 조립라인 모습 / 사진=현대
오너들이 본 현대와 기아의 품질 수준과 만족도
그리고 한국 언론을 통해 소개되지 않은 중요한 내용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소유주들 8,1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내용이 있는데, 어쩌면 이 내용이 좀 더 우리나라 운전자들 입장에선 와 닿지 않을까 합니다. 2008년 이후 모델들을 소유한 차주들이 밝힌 품질 평가 결과, 한 번 보시죠. 역시 점수는 낮을수록 좋습니다.
<조립품질 관련 잡소리 항목> (평균 16점)
1위 : 아우디 (7점)
2위 : 볼보 / 기아 / 벤츠 / BMW (10점)
6위 : 마쯔다 / 세아트 (11점)
8위 : 토요타 (12점)
9위 : 스코다 (14점)
10위 : 혼다 / 폴크스바겐 (15점)
12위 : 닛산 (16점)
13위 : 포드 / 오펠 (13위)
15위 : 현대 (19점)
16위 : 다치아 (20점)
17위 : 피아트 (22점)
18위 : 르노 (23점)
19위 : 시트로엥 (24점)
20위 : 푸조 (26점)
<잦은 수리> (평균 6점)
1위 : 토요타 / 닛산 (2점)
3위 : 다치아 / 마쯔다 / 볼보 (3점)
6위 : 혼다 / 세아트 (4점)
8위 : BMW / 현대 / 스코다 (5점)
11위 : 아우디 / 포드 (6점)
13위 : 기아 / 벤츠 (7점)
15위 : 르노 (8점)
16위 : 오펠 / 폴크스바겐 (16위)
18위 : 시트로엥 / 푸조 (10점)
20위 : 피아트 (14점)
<차체도장 품질> (평균 7점)
1위 : 벤츠 / 볼보 (4점)
3위 : 아우디 / BMW / 닛산 / 세아트 / 토요타 (5점)
8위 : 포드 / 마쯔다 / 르노 / 폴크스바겐 (6점)
12위 : 다치아 / 기아 (7점)
14위 : 시트로엥 / 현대 / 스코다 (8점)
17위 : 오펠 / 푸조 (9점)
19위 : 혼다 (11점)
20위 : 피아트 (12점)
<잦은 녹 발생> (평균 4점)
1위 : 볼보 (0점)
2위 : BMW (1점)
3위 : 아우디 / 포드 / 기아 / 닛산 (2점)
7위 : 시트로엥 / 르노 / 세아트 / 스코다 / 토요타 (3점)
12위 : 다치아 / 오펠 / 푸조 / 폴크스바겐 (4점)
16위 : 피아트 / 현대 / 벤츠 (5점)
19위 : 혼다 (6점)
20위 : 마쯔다 (7점)
<실내 재질 수준> (평균 15점)
1위 : 아우디 / 볼보 (7점)
3위 : 벤츠 (8점)
4위 : BMW (9점)
5위 : 마쯔다 / 폴크스바겐 (10점)
7위 : 스코다 (13점)
8위 : 기아 (14점)
9위 : 현대 (16점)
10위 : 푸조 / 토요타 (17점)
12위 : 닛산 / 르노 (18점)
14위 : 시트로엥 (19점)
15위 : 포드 / 세아트 (20점)
17위 : 피아트 (21점)
18위 : 혼다 (22점)
19위 : 오펠 (25점)
20위 : 다치아 (26점)
<차체 조립 상태> (평균 7점)
1위 : 볼보 (1점)
2위 : 아우디 / BMW (3점)
4위 : 기아 / 벤츠 / 스코다 / 토요타 / 폴크스바겐 (4점)
9위 : 혼다 / 마쯔다 (5점)
11위 : 피아트 / 세아트 (7점)
13위 : 시트로엥 / 포드 / 오펠 (8점)
16위 : 닛산 (9점)
17위 : 현대 / 르노 (11점)
19위 : 푸조 (12점)
20위 : 다치아 (13점)
<기타 품질 문제> (이 항목만 100점 만점으로 평가)
1위 : 볼보 (79점)
2위 : 아우디 (77점)
3위 : BMW (74점)
4위 : 벤츠 (72점)
5위 : 마쯔다 (68점)
6위 : 토요타 (67점)
7위 : 혼다 / 닛산 / 기아 (64점)
10위 : 스코다 / 폴크스바겐 (63점)
12위 : 포드 / 현대 / 오펠 / 세아트 (57점)
16위 : 르노 (54점)
17위 : 시트로엥 (52점)
18위 : 푸조 (50점)
19위 : 피아트 (49점)
20위 : 다치아 (48점)
끝으로 <차량 소유주들이 느끼는 만족도> 순위입니다. (10점 만점)
1위 : 볼보 (9.3점)
2위 : 아우디 (9.1점)
3위 : BMW (9.0점)
4위 : 메르세데스 (8.9점)
5위 : 마쯔다 / 토요타 (8.7점)
7위 : 폴크스바겐 (8.6점)
8위 : 혼다 / 기아 / 닛산 / 스코다 (8.5점)
12위 : 포드 / 오펠 / 세아트 (8.2점)
15위 : 현대 (8.1점)
16위 : 다치아 / 르노 (8.0점)
18위 : 시트로엥 / 푸조 (7.9점)
20위 : 피아트 (7.6점)
고객이 느낀 만족감은 주관적이며 또한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느끼게 합니다. 따라서 이 항목들이 완전히 객관적이라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직접 운행하며 느낀 품질에 대한 종합 평가라는 점에서 먼저 소개해 드린 보고서만큼이나 중요하게 제조사들이 받아 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특히 현대의 경우 이 부분에서 많이 발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독일 유력지의 품질평가에서 기아와 현대가 1위와 3위를 한 것은 분명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가 직접 밝힌 것처럼, 평가가 주로 유럽 전략형 모델들에 몰렸다는 점, 그리고 뛰어난 보증 기간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런 순위가 가능했겠냐는 점 등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앞으로는 해외에서 좋은 성적표 받았다는 기사 보다는 내수 시장에서도 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는 그런 소식을 더 자주 들을 수 있길 바랍니다. 기아와 현대가 독일 품질조사에서 1위와 3위를 했다는 기사에 대한 궁금증, 어떻게 조금 풀리셨나요? (혹, 정기검사 결함율에 관련한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바로 아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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